아데예모, 포린어페어즈 기고…러 침공 전 제재 ‘치밀한 사전 준비’

“작년 11월 미국 정보 입수 …유럽 동맹국·파트너들 정보 공유”

“전쟁 훨씬 전, 바이든 지시로 대러 제재 연합체 구축 시작”

“바이든, 러 공격 강화되자 러 전쟁수행 능력 고갈로 목표 전환”

ODNI “6천개 군사장비 교체 못해, 핵심 방산시설 가동 중단”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화염에 휩싸인 러시아군 장갑차[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화염에 휩싸인 러시아군 장갑차[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미국은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실제 침공 3개월쯤 전인 2021년 11월에 그 사실을 포착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동반자)와 함께 침공 시에 취할 대러시아 제재 방안을 일찍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미 국제관계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에 실린 ‘미국의 새로운 제재 전략’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지시를 받아 만든 ‘2021년 재무부 제재 리뷰’를 지난해 10월 발간했다고 소개하고, 그로부터 한 달도 못 돼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장차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를 상정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제재 리뷰를 하는 동안 함께 협의했던 동맹국·파트너들과 접촉하는 등 전쟁 훨씬 전에 연합체(coalition)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G7 정상회의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G7 정상회의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데예모는 “11월에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보를 유럽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게 신속히 공유하고 대응을 위한 기초작업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이 터진) 2022년 2월까지 모든 결정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은 이미 일련의 빈틈없는 초기 조치들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초기 조치들에는 러시아 대형 은행 제재와 민감한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러시아 엘리트들에 대한 제재가 담겼고, 필요시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에 들어갈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격이 강화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옐런에게 크렘린이 불법적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추가 조치를 지시했다고 아데예모는 전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EPA=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EPA=연합뉴스

 아데예모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사흘 후인 작년 2월 27일 아침 옐런 장관과 자신을 포함한 재무부 고위관리들이 모여 추가적인 경제 및 금용 제재 조치들을 논의했다.

 집중적인 토의를 통해 추가적인 제재로 △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 △ 전 세계에 있는 러시아 자산을 추적·동결하기 위한 국제 태스크포스 창설 △ 글로벌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시스템에서 주요 러시아 은행들 배제 등의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재무부는 아시아와 유럽에 있는 동맹국들과 더불어,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를 포함한 관련 정부 부서들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한다.

 그 결과, 러시아 침공 3주 만에 한국·호주·싱가포르·대만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서방 선진7개국(G-7)을 포함해 30여 개국이 대러 제재에 동참하게 됐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이번 조치들은 그 규모와 범위에서 비교할 곳이 없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 같은 국제연합체가 단합해 나가는 속도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 지나는 우크라이나 여성[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앞 지나는 우크라이나 여성[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데예모에 따르면, 미국의 대러 전략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한 맞춤형, 외과수술식 타격들”로 이뤄져 있다. 군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되, 미국의 동맹국과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의 세 요소를 타킷으로 삼았다고 한다. 러시아의 금융시스템과 엘리트들, 군산복합체가 그것들이다.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연합체는 러시아 국부펀드와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를 동결했다. 2014년 크림 강제병합이후 러시아는 미래의 제재에 대비해 총 6300억 달러의 국부펀드와 중앙은행 자산들을 축적했다는 점에서, 이번 동결 조치는 러시아에 큰 타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이 전쟁 초기에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출을 허용한 것은 미국과 전세계의 소비자와 기업이 높은 석유가로 이미 고통을 겪는 사정을 고려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석유가를 높여 상당한 수입을 거두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반도체와 트랜지스터,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특수한 기술 및 부품에 대한 제재와 수출 통제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아데예모는 말했다.

 

크렘린궁 전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크렘린궁 전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정보기구를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의 추정에 의하면, 6000개가 넘는 군사장비에 대한 교체 능력이 저하됐고, 핵심 방산 시설들의 가동이 중단되고, 탱크와 전투기, 잠수함의 핵심 부품들의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러시아의 현대 무기 공급은 빠르게 고갈되면서 소련 시대의 구형 무기나 북한과 이란의 질 낮은 무기들을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데예모는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를 지탱하는 핵심 공급망을 교란하는 것은 (미국의) 제재 정책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제경제시스템의 중추를 형성하는 다자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과 같이 국제기관들을 현대화해야 하며, 지난 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35개국 이상이 합의했던 글로벌 최소세 도입을 확정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아데예모 부장관은 “앞으로 수년이나 수십년 후에, 러시아의 침공과 그 결과, 집단적 대응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서 국제경제시스템이 그 본질적 역할을 굳게 다진 순간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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