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출석도 안하고 트집 잡는 집권 여당
증인 선서도 안한 군 장성에 대해 "명예로운 분"
"국힘 불참해서 고맙다"는 국민 여론은 안보나
국회 복귀하려니 민망해서 문제 제기 했나
국힘, 몽니부리더니 결국 7개 상임위 수용키로
추경호 사퇴 의사 밝혔지만 재신임 수순 밟을 듯
적반하장이다. 채해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 불참한 국민의힘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정 위원장이 지난 21일 청문회 진행 과정에서 "국회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는 특검법을 가로막고, 국회 상임위원회도 전면 '보이콧'한 여당이 윤리위 제소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증인들에 대해 모욕적인 언행이 난무했다"며 "상임위원장이 오히려 앞장서서 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지 않나 하는 국민의 시각이 따갑다"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 나온 분은 우리 각 정부 부서의 고위공직자들이다. 또 군의 지휘관들이다. 이분들은 명예를 생명같이 여기는 분들"이라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 품위를 훼손하는 야당의 태도에 엄중한 주의와 경고를 해달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놓고 국회에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는 조롱과 모욕, 협박을 가하는 것이 왕따를 만들고 집단 폭행을 가하는 학교 폭력을 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웃고 떠들면서 지켜본 야당 의원 모두가 이 부당한 폭력의 공범들"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보인 행태는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자, 명백한 언어폭력이고, 인권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청문회가 12시간 넘게 진행됐음에도 새롭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 법사위원들이 현행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증인 선서를 강요하려 했다. 국회법 146조는 '의원은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인권침해와 모욕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됐다"면서 "정청래 의원 등의 이러한 행위들에 대해 국회 윤리위 제소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롭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반대로 지난 21일 채해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선 의미있는 증언들이 나왔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신문 과정에선 지난해 8월 2일 국방부의 채해병 사건기록 탈취 당시 이뤄진 대통령의 통화가 "사건기록 회수와 관련된 것"이라는 증언이 확인됐다(☞관련기사). 또 같은 해 7월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기관에 이첩한다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결재 서류가 현재까지 유효하다는 사실도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관계자 신문 과정에서 확인됐다. 박정훈 대령에 대한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드러난 셈이다.
아울러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핵심 피의자들의 증인선서 거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의 답변 회피를 통해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관련기사). 청문회가 끝나기 직전까지 '대통령의 비정상적인 격노'에 대해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는 군 고위 장성(임기훈)의 모습에서 역으로 국민들은 사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상임위 배정에 따라 청문회 당일 질의순서까지 배정됐음에도 국민의힘은 참석조차하지 않았다. 국회 원 구성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회의 위원장을 가져갔다는 이유에서였다. 청문회에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도 하지 않은 여당이 상임위 진행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 역시 당일 청문회 영상에 "이게 법사위 효능감이다" "쾌감을 느꼈다" "사이다" "시원하다" "(국민의힘이) 불참해서 고맙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따갑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자신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증인 선서를 거부해놓고도 발언한 전직 국방부 장·차관과 해병대 1사단장에게 쏠렸다. 이종섭 전 장관의 경우, 박정훈 대령 증인 신문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자 발언권 없이 끼어들기도 했다. 이에 정 위원장으로부터 "증인 선서할 배짱도 없으면서 뭐 그렇게 말이 많냐"고 질타를 받았다. 정 위원장은 신문 전 증인들에게 발언권을 얻고 발언할 수 있도록 권리를 사전에 고지했었다. 국회의 질서를 무시하고 발언한 데 대한 제재 발언이 무리라고 보긴 어렵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증인 선서 없이 마구잡이 발언을 한 전·현직 군 고위관계자들을 "명예를 생명같이 여기는 분"이라고 옹호하며 법사위 운영을 비판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집권 여당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국민의힘 지도부가 뒤늦게 청문회 진행을 문제 삼는 것은 상임위 복귀 명분 만들기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국민 다수가 공분했던 청문회 내용을 부정하기 어려운 만큼 법사위원장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들의 복귀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을 열고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하기로 했다. 집권 여당으로 장외 투쟁도 하지 못하고, 총선 참패로 원내 싸움에도 밀려 국회 개원 2개월 가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궁여지책으로 남은 상임위를 모두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상임위를 보이콧 하면서 당내에 특위(자체 상임위)를 구성했지만, 법적 구속력도 없는 특위는 극우·보수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었다.
추 원내대표는 7개 상임위 수용 입장을 알리면서,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재로선 요식 행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권에선 추 원내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원총회에서도 재신임 문제가 언급됐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야당에 밀려 상임위를 수용한 추 원내대표에게 사의 표명을 통해 싸울 때까지 싸웠다는 명분을 주고, 다선 의원을 중심으로 재신임 여론을 만들어 원내대표직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추 원내대표의 사의가 수리된다면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 대행을 맡게 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를 수용한 만큼 그동안 미뤄진 본회의 일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 상황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오늘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 수용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 늦었지만 그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민주당은 본회의 개회 전까지 기존의 상임위 활동을 통해서 의결된 일정들은 그대로 수행되어야 하고, 6월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 또한 조속히 모두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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