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신범철·임성근, 채해병 청문회 증인선서 거부
"대놓고 거짓말 하겠다는 것이냐" "뻔뻔하다"
답변도 가관…"모른다" "기억 안난다" "그런 사실 없다"
박정훈 "한 사람 격노로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 됐다"
"이종섭 증인, 이종섭 증인! 증인 선서도 할 그런 배짱도 없으면서 뭐 그렇게 말이 많아요! 잠자코 계세요. 본인에게 질문하는 거 아니에요!"(2024년 6월 21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21일 오전 10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해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증인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소장) 등 10명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그러나 채해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관계자인 이 전 장관과 신 전 차관, 임 전 사단장이 모두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증언이나 선서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위 증언할 경우에는 더 중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고지했지만, 증인들은 선서하기를 강력 거부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하 정청래) 증언 선서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이종섭 증인, 증인 선서를 거부하십니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하 이종섭) 네, 그렇습니다.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거부하겠습니다.
정청래 조용히 하세요. 묻는 말에만 '네, 아니오' 대답하세요. 처음부터 왜 이러십니까? 다시 이종섭 증인에게 묻겠습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이종섭 네, 법률이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하겠습니다.
정청래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네'라고만 답변하세요. 이종섭 증인에게 묻겠습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이종섭 네.
정청래 신범철 증인에게도 묻습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신범철 전 국방부 장관 네.
정청래 임성근 증인에게도 다시 묻겠습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하시겠습니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네.
이 전 장관, 신 전 차관, 임 전 사단장 등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 "뻔뻔하다"는 질타가 나왔다.
이 전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돼서 피고발인 신분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과 형사소송법(형소법) 등 법률상 보장된 근거에 따라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며 "공소제기 당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증언 거부권까지 있지만, (…)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증언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진실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도 이 전 장관과 같은 이유를 들며 "청문회에서 발언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바, 선서는 하지 않고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증언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도 "그릇된 사실 관계 및 법리 판단으로 공소제기 당할 위험성이 남아있는 상황으로 증언 거부권까지 있지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진실에 입각해 성실하게 증언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언급한 법률 근거는 국회증언감정법 제3조 1항과 형소법 제148조 및 제149조 등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증언 등의 거부) ① 증인은 「형사소송법」 제148조 또는 제149조에 해당하는 경우에 선서·증언 또는 서류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 거부) 누구든지 자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형사소추(刑事訴追)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1.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
2.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
형사소송법 제149조(업무상비밀과 증언거부)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사실로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단,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이 전 장관, 신 전 차관, 임 전 사단장의 발언은 청문회에서 묻는 질문에 답변은 하겠지만, 거짓이나 위증으로 처벌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증언을 거부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증인 선서를 하지 않는 자는 거짓 진술을 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은 받아들인다"며 "전 국방장관, 전 국방차관, 전 해병대 사단장이 어떻게 뻔뻔하게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느냐"고 질타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형소법에 정해진 권리라고? 뭘 물을 줄 알고 전체를 거부한다는 말이냐. 선서하고 불리한 사실이 있으면 그때 거부하면 되는 것을 선서도 안하고 거부하겠다? 처벌 안 받으니까 거짓말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겠다? 공직자로서 국민 앞에 할 말이냐!"고 고함쳤다.
김 의원은 "박정훈 대령은 위증의 벌을 각오하고 증언하겠다고 떳떳하게 앉아있지 않냐! 누가 진실을 이야기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 뭐하는 것이냐!"라고 거듭 다그치면서 "당신들이 공직자 맞냐! 국가의 녹봉을 받으면서 고위직까지 올라가서 뭐 하는 것이냐!"라고 호통쳤다.
김용민 의원은 "모든 증언 자체에 대해서 위증죄 처벌을 다 피해가기 위해 선서 자체를 거부한다는건 매우 부적절하다. 국회증언감정법 12조 처벌 조항있기 때문에 위원장은 다시 한번 3명의 증인에게 선서와 증언 거부를 구별해서 진행할 건지 물어봐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서 거부하겠다면 고발 의결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이들은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증인들의 발언이나 답변 태도도 국민들의 공분을 살 만했다. 자신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 중이라 답변 못한다"는 등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하면서도 당당한 태도였다. 이에 위원장이 제지하거나 야당 의원들이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질의에 앞서 사건개요를 설명하라고 했지만, 정작 8월 2일 채해병 사건기록 탈취 당시 대통령과 3차례 통화한 사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통화했다고 얼버무렸다. 정 위원장이 '왜 대통령은 빼냐'고 하자 그제야 "기록상은 3번이지만 이동 중이라 와이파이(Wi-Fi)가 불량해서 끊어져서 실제로는 2번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와이파이가 끊긴 거랑 일반 전화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질타하자 "기술적인 부분에 전문지식이 없어서 모르겠다"며 "통상 전화가 끊어질 때 와이파이가 안 되어서 끊어진다(고 표현한다)"고 해명했다.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별도 데이터 음성통화는 없느냐'고 재차 추궁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장본인이지만, 시종일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대통령 지시를 곧이곧대로 이행하는데 급급한 것에 대해서 국민 앞에 부끄럽다고 느끼지 않느냐'는 말엔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겼거나 표현이 잘못된 게 있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당당해했다.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지시를 했느냐'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물음엔 "사단장을 빼라는 지시를 안했다"고 부인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박정훈 대령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불리한 증언이 나오자, 이 전 장관은 발언권도 없이 끼어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30일 박정훈 대령의 보고를 받고 임성근 사단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이첩한다는 내용에 이 전 장관이 결재한 내용이었다. 이 전 장관의 발언에 정 위원장이 "증인 선서할 배짱도 없으면서 뭐 그렇게 말이 많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은 이 전 장관에게 '이종섭 씨'라고 부르며 재차 압박했다. 김 의원은 '이종섭 씨, 결재 문서를 취소했느냐'고 물었고, 이 전 장관은 "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그러면 장관 결재 문건은 여전히 공문서 효력을 가진다. 이 공문서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같은 사람이 항명을 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이 전 장관은 답변하지 못했다.
임 전 사단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유가족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사건이 발생할 당시 지휘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 했지만, 자신의 혐의에 대해선 거듭 거부했다.
임 전 사단장은 민주당 박균택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채 해병 사망 당시 "본인에게 지휘권이 없었다"며 "작전지도를 했지 지시한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제가 보낸 예하부대에 대해서 작권통제권은 없지만 나머지 인사, 군수, 행정, 교육훈련, 예산 권한을 가진다"면서 "작전지도는 제가 가진 노하우(비법)와 전술적 경험을 지도해주고 교육해주는 것"이라고 궤변을 늘여놨다.
사건 초기 공개된 공보실장과의 카카오톡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수중수색 작업을 하는 사진을 보고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병대 빨간 티셔츠를 강조하고, 급류 속에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고 해 사고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노하우와 전술적 경험'을 전해줬다는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임 전 사단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역술인 천공(본명 이천공), 윤 대통령 절친으로 알려진 고석 변호사 등 채 해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해 언급되는 모든 인물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임 전 사단장은 '사의를 표명했느냐, 서류상 사표를 냈느냐'는 정 위원장의 질문엔 "사의를 표명하고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정 위원장이 '오늘 사표를 제출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수사 결과 이후에 과실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정 위원장이 '있다, 없다만 답변해라, 공식적으로 사표를 오늘 제출할 의향이 있냐 없냐'고 다그치자 "오늘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다른 증인들도 답변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신범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30일 국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는 걸로 안다는 취지로 거짓 발언을 한 데 대해 장경태 의원이 추궁하자 "7월 31일 상황으로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이 재차 지적하자 "수사 중이라 밝히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답변드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함구했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중장, 현 국방대총장)도 지난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중장)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거짓 발언을 한 데 대해 장 의원이 추궁하자 "날짜를 착각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건태 의원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3번이나 통화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묻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청문회에서 받은 모든 질문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드리기 어렵다"라고 성의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법사위원장에게 10분간 퇴거 명령을 받고 퇴장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당시 출국금지를 해제해서 증거를 외국으로 빼돌린 수사 방해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자, "위원님이 저를 고발했는데, 위원님 질문에 대답해야하는지 의문입니다만?"이라면서 비꼬았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그게 무슨 상관이냐" "말이 되냐"고 따졌지만, 박 장관은 말을 끊지 않고 대꾸했다.
박정훈 대령은 최근 사건 이첩·회수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통화 내역과 관련, "절차대로 법대로 규정대로 진행되면 될 일이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며 "그 과정에 저렇게 많은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대명천지 이 대한민국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방향과 관련, "이 사건은 3갈래다. 사망 사건은 경북경찰청, 항명은 군사법원, 수사외압 공수처에서 수사한다"며 "실제 진실을 밝히는 효과적 방법은 특검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망 사고, 항명 사건, 수사 외압 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이 있다.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수사하고 판단내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채 해병 할아버지가 마치 선견지명이 있는 것처럼 '팔십 평생 살아보니 힘있는 놈들은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받더라'고 말하셨다"며 "(그러나)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힘이 있든 힘이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민은 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수근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며 "부디 우리 사회에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살아있음이 증명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이용민 해병대 포7대대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증인으로 불렀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루마니아·폴란드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고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서북도서방위 등 안보 상황을 이유로 불출석했으나 오후 특정한 시간에 화상을 통해 증언하기로 했다.
이용민 포7대대장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규현·김정민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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