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18명 산시성 법원에 200만 위안씩 청구소송

한국법원의 유사사건 배상 판결 사례가 영향

“중국 법원이 소장 수리할 것인지 여부가 초점”

일본법원, 1972년 중일 공동성명으로 해결 주장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642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4.3.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642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4.3. 연합뉴스

일본의 중국대륙 침략전쟁 당시 일본군의 성폭력 피해를 받은 중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유족이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중국 법원에 제기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중국신문망>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인 피해자들이 일본정부 상대로 중국법원에 첫 제소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중국인 피해자들이 중국 법원에 일본정부를 제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의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한국 법원에 제소해 승소한 사실을 전하면서, 중국 피해자 유족들의 이번 제소가 “(한국에서의) 그런 움직임을 보고 중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이라며, “중국 법원이 소장을 수리할 것인지 여부가 초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피해자들의 이번 제소가 지난해 11월 23일 서울고등법원이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한 뒤, 일본정부가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배상이 확정된 한국 사례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18명이 1인당 200만 위안씩, 총 3600만 위안 청구

<아사히신문>과 <지지통신>에 따르면, 원고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들 18명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지난 4월 피해자들이 옛 일본군의 구금과 폭행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1인당 200만 위안(약 3억 8000만 원)씩, 총 3600만 위안(약 68억 4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산시성 고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0년 이후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1972년의 중일 공동성명으로 개인의 전쟁배상 청구권도 포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판시해, 원고 패소가 확정된 경위가 있다.

일본법원, 1972년 중일 공동성명으로 해결 주장

중일 공동성명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정부와 일본정부가 1972년 9월 29일 베이징에서 국교정상화 조약을 체결할 때 발표한 공동성명으로, 그 제5항에서 중국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 청구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 조약 체결로 일본은 중화민국(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일본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사 조항(‘협정 체결로 청구권 해소’)을 근거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 배상문제는 이미 완결됐다며 피해자들의 청구 소송도 기각했다. 일본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 대법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하라고 명한 확정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정부나 국가간 협정이나 합의와 상관없이 피해자 개인들의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것을 일본 최고재판소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간 합의나 조약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판을 통해서는 그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일관계의 새로운 불씨가 될 우려”

<아사히>도 중국 법원이 이번 제소를 수리할 것인지 여부가 초점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가 “중일관계의 새로운 불씨가 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3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6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3.27. 연합뉴스
3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64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3.27. 연합뉴스

서울고법, 이용수 할머니 등에 “배상하라” 판결

한편 지난해 12월 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최종 확정됐다. 일본정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무시한다는 뜻을 분명하기 하기 위해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11월23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의 ‘위안부 관련 일본국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이 피고쪽인 일본 정부의 상고가 없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해 11월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용수 할머니 등은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1심은 주권 국가인 일본에 대한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국제관습법상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결을 지난달 25일 ‘공시송달’했고, 상고 기한인 2주 안에 일본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공시송달이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재판과 관련한 우편물을 보낼(송달) 수 없을 때, 법원 직원이 송달 서류를 보관해 두고 이를 받을 사람이 나타나면 교부하는 형태로 법원 게시판, 관보 또는 신문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면 송달이 이뤄졌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외국에 송달이나 촉탁을 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앞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법원의 판단에 상고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배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판결은 이렇게 확정됐지만 ‘위안부’ 피해자 등이 일본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 쪽이 압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재산을 찾아내 법원에 강제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 앞서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나눔의집)도 2021년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취지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이 났지만, 피해자들은 3년이 다 돼 가도록 실질적인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한겨레> 2023년 12월 9일)

중국 법원이 자국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번 제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관심사지만, 만일 중국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할 경우 일본정부가 한국 법원에서 승소한 한국인 배상 청구인들에 대해서 취해 온 대응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달리 대처할 것인지도 큰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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