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심은 '검찰정권 심판'과 '언론개혁'

윤 정권 언론장악·탄압 저지, 공공성 회복 시급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고 사회적 책임 강화

기득권 세력 방해 예상…시민 공론화로 극복

이번 총선이 야당 압승으로 끝난 것은 ‘정권 심판’이란 거대한 민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민심은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무능·실정·비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경고장을 던졌다. 이 말은 이번 총선이 정권심판 민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뜻이다.

민심에는 '잘못된 언론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갈망도 담겨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언론탄압을 중단시키고 무책임한 언론의 민심왜곡·여론호도를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방통위를 동원해 공영방송 KBS, MBC와 YTN 장악을 시도했다. 방심위는 비판언론 ‘입틀막’ 기관으로 전락했다.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돼 2년여만에 대한민국은 ‘독재로 전환중인 국가’라는 국제적 오명을 얻었다.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계속 20~30%대 낮은 지지율에 머물다가 이번 총선에서 결국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 데에는 정권에 아부한 극우·보수언론, 무책임한 여러 언론 탓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이 정부의 무능·실정·비리를 제대로 감시 비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선일보 등 극우언론과 어용언론이 된 KBS 등은 오히려 정부의 잘못을 감추고 홍보·미화하기까지 해왔다. 언론이 본연의 역할인 권력감시와 비판만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단 2년만에 이 나라가 ‘눈 떠보니 후진국’으로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거세게 민심이 폭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언론을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전혀 아니다. 그동안 언론의 숱한 오보, 함량미달 기사, 수준 낮은 보도, 불공정 보도, 왜곡 보도, 악의적 허위조작 보도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극에 달해있다. 언론은 이런 엉터리 보도를 한 뒤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고 피해자 구제에도 소극적이었다. 언론의 공공성은 무너져가고 있고,  여론의 운동장은 보수편향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으며, 지역언론이 고사하는 등 건강한 여론이 생성·유통되는 언론생태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들이 지난 2013년 9월9일 오전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추후 보도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들이 지난 2013년 9월9일 오전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추후 보도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불만과 위기감은 더 커졌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도는 보수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크게 하락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또 추락할 위기다. 국민들의 언론신뢰도는 진보·보수 정부를 가릴 것 없이 변하지 않고 세계 꼴찌 수준이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200석에 가까운 야당이 중심이 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개혁’이라고 불리는 민심이 바로 이것이다.

이와 관련해 총선 전인 지난 3월 전현직 언론인 단체인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각 정당에 언론정책 질의서를 보내 총선 이후 어떤 언론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물었다. 이 질의서에는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혁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 △편성·편집위원회 의무화 △시민 피해구제 방안 △통합형 언론자율규제 기구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 △공영방송 위기극복 방안 △YTN 매각 △지역언론 대책 △언론 불공정행위 방지 △미디어산업 정책 △포털 공적책무 확대 △미디어교육 등 13개 항목이 포함되어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자유언론실천재단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3월15일 각 정당에 보낸 언론정책 질의서 발송 보도자료. 자유언론실천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언론 소비자, 즉 시민이 유익하고 올바른 뉴스와 정보를 누리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언론이 오보·가짜뉴스·왜곡보도·선정적 보도, 엉터리 보도, 무책임한 보도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언론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언론이 자유를 누리되 사회접 책무도 다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시민들이 바라는 언론개혁의 핵심이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여론 다양성을 높이고 공공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언론 생산자-소비자 간의 건강한 언론생태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개혁을 언론의 자율정화나 자발적 개혁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에, 그리고 세월호 참사 직후에 일부 기자들과 언론이 반성문을 쓰고 사과했지만, 기득권의 한 축이 된 주류 언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은 기득권화한 언론을 멸칭으로 부르며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언론 스스로는 이런 비판에 둔감하다. 기자들은 '기레기' 멸칭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개혁의 대상에게 스스로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국민들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언론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더 앞장서서 나서주길 바라지만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언론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지 않은데다, 정치권과 정부가 앞장서는 언론개혁은 '언론자유 훼손'으로 흐르거나,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언론탄압'이라는 오해를 불러와 개혁에 대한 저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득권화한 주류언론들은 언론개혁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저항해 왔다.  심지어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법·정책에도 극렬히 반대했다. 과거 고질적 권언유착과 언론특권의 온상이 된 기자단 해체(노무현 정부), 조중동의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한 신문시장 공정거래 지원정책(노무현 정부), 무책임하고 악의적 오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민주당)이 주류 언론들과 기득권 언론단체들로부터 ‘언론탄압’이라는 이름으로 극렬한 저항으로 좌절됐던 경험이 있다. 개혁이 늘 그렇지만, 언론개혁이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도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저항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언론 바로잡기' 혹은 '언론개혁'이라는 국민의 뜨거운 열망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정치가 시도해 볼 수 있는 과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방통위와 방심위의 폭주를 멈춰세워야 한다. 공영방송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을 노골적으로 추진해온 방통위·방심위의 월권·위법 행위에 대해 반드시 행정적·법적 책임을 묻고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 앞으로 방통위·방심위가 나쁜 권력에 의해 악용되지 못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방통위·방심위가 그동안 합의제 취지를 무시하고 강행한 공영방송 KBS, MBC, EBS와 YTN의 이사회·경영진 교체, 청부민원까지 동원해 자행한 몰상식한 방송 제재를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4년 3월까지 거의 매주 열린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80회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4년 3월까지 거의 매주 열린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80회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 입법화하려다 못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언론 보도에 의한 시민 피해를 구제할 언론중재법 개정, 정부 광고 배분의 효율화와 편중 해소, 건강한 언론생태계 복원을 위한 미디어바우처 제도 도입과 지역 언론 살리기,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 시민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활성화 등 언론산업과 여론다양성 회복을 위한 여러 가지 입법과 정치적 해법 과제가 22대 국회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이 이런 여러 가지 언론개혁을 추진하면서도 그것이 언론자유 훼손이나 언론탄압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개혁의 과정에 시민들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선의 법안·정책을 마련하고 동시에 개혁 대상인 기득권 언론의 반대와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언론개혁의 과제인 미디어바우처제, 징벌적손배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후보들도 있었다. 이들이 시민사회와 개혁적인 언론학자, 언론인, 언론시민단체들을 적극 참여시켜 언론개혁을 위한 공론의 장을 크게 열고 해법을 구해가길 바란다.  22대 국회는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 주류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열망이 담겨있는 언론개혁 또는 언론 바로잡기에 주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뜨거운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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