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퇴출 화웨이, 클라우드·인터넷 첨단단지 사업 참가
중-사우디 ‘전략적 동반자 관계’…38조원 규모 34개 협정 체결
시진핑에 최고 의전, 바이든 방문 때 냉대와는 대조적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손을 꽉 잡았다.
미국이 대중 포위망 구축에 모든 역량을 쏟는 시점에, 자국의 전통적 맹방인 사우디가 보란 듯이 중국과의 ‘밀월’을 과시하고 나선 것은 미국 외교에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현지시간) 사우디 왕궁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고 협정에 서명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 등이 전했다.
양국은 또한 2년에 한 번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이날 회담에서 그린 수소·태양광·건설·정보통신·클라우드·의료·교통 등의 분야에서 34개 협정을 체결했다. 그 규모는 1100 리얄(약 38조 6000억 원)에 이른다.
협정 가운데는,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가 사우디의 클라우드 및 초고속 인터넷 단지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계획도 있다. 화웨이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 견제와 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2019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시장에서 쫓아내고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사우디가 대놓고 미국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SPA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부터 사우디의 최대 교역국이며, 지난해 교역 규모는 800억 달러(약 105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간다.
SPA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사우디의 ‘비전 2030이 조화를 이뤄 상호이익을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판 실크로드를 만든다는 일대일로는 중국의 자본과 인력을 동원한 대규모 대외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비전 2030‘은 산업 다각화를 통해 ’석유이후 시대‘에 대비한다는 사우디의 대규모 국책사업 구상을 말한다.
시 주석은 “앞으로 원유교역량을 늘리고, 무역·투자·금융·전자상거래·디지털경제·친환경에너지·첨단기술·우주개발 등의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더한층 긴밀히 다져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은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대중국, 대러시아 압박에 집중,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중동은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소외됐다. 그 결과, 자연히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그 전략적 공백을 중국이 파고들었다고 볼 수 있다.
사우디로서는 원유생산량 결정시 미국의 ’지시‘ 수용을 대가로 안보를 보장받았으나’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는 상황에서 중국을 대체재로 삼을 전략적 필요가 있었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향후 중국은 미국의 관심을 되돌릴 카드라는 점도 고려했음 직하다.
중국의 경우도 사우디와의 관계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만 유사시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전면적 제재 상황을 가정할 때, 안정적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또한, 사우디를 미국과 소원하게 함으로써 글로벌 대중 포위망을 ‘균열’시키는 효과도 있음은 물론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사우디는 다극화 세계에서 중요한 독립 세력”이라고 특별히 의미를 부여한 시 주석의 발언에서 중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번에 빈 살만 왕세자는 시 주석을 태운 전용기를 전투기로 호위하고 차량을 기마 근위대가 호위하는 등 최고의 의전을 베풀며 환대했다. 사우디 출신 언론인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으로 악화된 상황임에도 불구, 원유량 증산 요청차 지난 7월 어렵게 사우디를 찾았을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을 냉대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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