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명품백' 관련 보도 거의 사라지고
방심위는 '여사' 호칭 안 붙였다고 지상파 제재
한동훈도 '김건희 사과' 발언한 적 없다며 발 빼
김씨는 경찰가족 접촉, 대통령오찬 동석 등 '외출'
공식 석상에서 두 달여 동안 사라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복귀 움직임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의 귀환이 마치 '개선장군'의 행차처럼 준비되고 있는 듯하다. 언론들이 김건희 씨를 겨냥해 빼드는 듯했던 칼은 칼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칼날의 방향이 바뀌어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향하기도 하는 모양새다. 김건희 씨나 대통령의 입에서는 의혹에 대한 한마디 사과도 해명도 없지만 반강제적인 근신을 끝내고 돌아오는 김건희 씨의 발 앞에 도리어 환영의 융단을 깔아주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언론에서 한때 지면을 뒤덮다시피 했던 명품백 의혹 보도가 사라지고 있다. 김건희 명품백 의혹 보도는 명절 연휴 직전인 지난 7일 KBS 대담 이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녹화 대담쇼였지만 이 대담으로 해명이 됐다고 보는 듯한 태도다. 이 대담에 대해 “아쉬웠다” “미흡했다” 정도로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동떨어진 평가를 했던 언론들은 그나마 그 같은 보도도 거의 내보내지 않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오는 29일 국회 재의결 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명품백 문제 지우기’ ‘김건희 의혹 지우기’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영부인’이나 ‘여사’ 호칭을 붙이지 않고 ‘김건희 특검’이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SBS에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설치 운영하는 선방심의위는 지난 22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2024년 1월 15일 방송)에 대해 출연자가 ‘윤석열 정부의 폭정’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윤석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한 내용을 다뤘다는 것과 함께 김건희 씨에 대해 호칭을 붙이지 않고 '김건희’라고 불렀다는 것을 문제 삼아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심의위의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과 손형기 위원(TV조선 추천)은 '순화된 용어'를 쓰도록 진행자가 바로잡아주지 않았다, '여사'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은 것을 진행자가 사려 깊게 잡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이 “이미 사회에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상태이므로 문제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과반 의사에 따라 권고가 의결됐다. SBS 내부에서는 이같은 심의결과에 대해 “대통령 심기 경호만을 위한 편파·불공정 심의”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여사’, ‘씨’ 등의 호칭을 붙이지 않은 것이 선거방송심의 기준인 ‘정치적 중립’, ‘공정성’, ‘형평성’, ‘객관성’ 그 어느 것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명품백 효과’를 거론하는 칼럼까지 나왔다. 동아일보의 지난 19일자 논설실장 칼럼은 국힘당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의 공천에 대해 '명품백 효과'로 평가하면서 “한 위원장이 총선 공천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쥘 수 있는 상황적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명품백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힘당에 대한 개입을 약화시킨 '차단효과'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공천관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명품백 효과'라는 명명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논지는 지난해 12월 초 이 신문이 대기자 칼럼에서 "몰카 공작의 저열함과 비도덕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면서도 '김건희 리스크'가 총선과 나라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면서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私家)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국힘 내부의 변화 기류와도 겹친다. 한동훈 국힘 비대위장이 ‘김건희 사과’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듯 한때 국힘당 내에서 고조됐던 김건희 씨의 사과 요구는 철회된 양상이다. 26일 미디어오늘이 국민의힘 미디어국과 언론중재위원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달 25일자 뉴시스의 <‘김건희 사과’서 물러선 한동훈 “사과 얘기한 적 없어”…김경률도 김 여사 옹호>라는 제목의 보도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제가 김건희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라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김건희 씨 사과 요구로 해석될 발언을 해 왔던 한 위원장과 국힘의 다수는 '사과 불가론'을 분명히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건희 씨는 이미 공식 외부 활동을 이미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씨는 한강 수색중 순직한 경찰의 4주기를 맞아 지난 15일 가족에 편지와 과일바구니를 전달했으며 3일 뒤인 18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 이정재씨와 넷플릭스 대표와 가진 오찬에도 동석했다는 보도 내용도 나왔다.
국민의힘의 총선 공천이 29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부결시키기 위한 표 단속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건희 씨의 공식 활동 복귀 움직임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명품백 상황 종료'인 듯 차갑게 식어버린 언론의 미온적인 보도 속에서 추문의 장본인인 김건희 씨는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권력과 언론의 호위 속에 카페트를 당당히 밟으며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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