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 출신 등이 정치검찰과의 투쟁에 앞장 결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한 '검사윤리강령' 휴지조각

정권 호위병 전락해도 현직 검사 2천명 순응‧침묵

"어디 가서 '검찰 출신'이라 말하기가 꺼려질 정도"

"위법 수사 끝까지 처벌…그게 국민에 사죄하는 길"

의도적 증거 누락, 선별적 증거 채택 등 사례 수집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을 4월 총선의 기치이자 시대정신으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전직 검사들이 속속 싸움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수통 검사였거나 부장검사, '검찰의 꽃'이라는 불리는 검사장 출신인 이들은 "증거 조작도 서슴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 사유화를 검찰 출신이 앞장서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윤석열 사단'을 중심으로 한 일부 정치검사들이 공정한 직무 수행과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검사윤리강령'을 완전히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조직 전체를 정권 호위 부대로 전락시켜도 2000여 명에 달하는 현직 검사들은 대부분 순응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현실이다. 내부 개혁이나 자정 움직임이 요원한 상황에서 전직 검사들이라도 검찰과 정권의 강고한 카르텔에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0년 2.월 10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0.2.10. 연합뉴스
2020년 2.월 10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0.2.10. 연합뉴스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시절 같은 반, 같은 조에서 공부한 동기 사이임에도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당시 윤석열 사단과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이후 갖은 불이익을 당했던 그는 지난 23일 민주당 인재로 영입됐다. 이 전 지검장은 영입식에서 "여기 진짜 검사 이성윤이 있다"며 "이성윤이 윤석열을 맡겠다"고 호언했다. ☞ 이성윤, 민주당에 영입…"김건희 종합 특검법 관철할 것"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무도함에 맞서 검사로서 본분을 지키려 애썼다. 그러나 반복적인 징계와 수사, 재판 등 무지막지한 보복이 돌아왔고 충북 진천 연수원으로 유배돼 퇴직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모욕을 견디는 처지가 됐다"며 "평생토록 검사를 천직으로 알고 충심으로 살아온 제가, 퇴임 후 고향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자 했던 꿈을 접고 지금 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이어 "오죽하면 이런 결정을 했겠느냐"면서 "윤석열이 저를 이곳에 불러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에는 이 전 지검장 외에도 4월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검찰 출신 인사가 여럿 존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검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을 지낸 김기표 변호사, 대검찰청 형사부장 및 법무부 검찰국장과 광주고검장을 지낸 박균택 변호사, 전주지검 형사1부장과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3부장을 지낸 신현성 변호사,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부산고검장을 지낸 양부남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을 지낸 이건태 변호사, 청주지검 충주지청장​과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이태형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지난 21일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친정인 검찰의 행태를 조목조목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검찰권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현직 검사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남다른 결기를 보였다. 그것만이 검찰 출신으로서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성 언론 대부분은 이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외면했다.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검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검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 들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헌신짝처럼 내다 버린 채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정권의 이익만을 위해 남용하는 '검찰권 사유화'가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정권과 검찰이 한 몸이 돼 전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와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에 여념이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에서 검찰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겠다며 사위 서 모씨의 자택과 대통령 기록관은 물론 서 모씨의 자녀가 사용하는 태블릿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그야말로 망신주기식 먼지털이 수사를 자행하고 있다. 또 통상적인 업무 협의를 통계 조작으로 둔갑시킨 감사원 주장을 이어받아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연이어 소환조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야당엔 서슬 퍼렇게 칼춤을 추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어 수사를 포기하고, 봐주기·축소 수사로 일관한다"며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했던 반부패수사2부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대해선 대선 이후 단 한 차례의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서해 공무원 사건을 수사 중인 공공수사1부는 '고발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강제수사 한 번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전 장관이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렇게 전 정부와 현 정부에 대한 검찰의 극단적인 편파수사 양상을 대비시킨 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적 제거를 위해 불리한 증거는 감추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는 고의로 누락시키기 일쑤며, 짜 맞추기 조작 수사도 서슴지 않는다"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각종 수사를 예로 들었다. 현재 재판 중인 이른바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사실대로 말해 달라'고 반복해서 했던 말을 위증교사라고 왜곡해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지만 지난 1월 22일 재판에서는 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이 명백한 증거를 숨긴 채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만 골라서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인 것처럼 낙인찍고 구속까지 하려 들었다는 것이다.

이들 전직 검사는 "이재명 대표가 밝혔듯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인 김진성은 이 대표와 그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사이가 아니다. 김진성이 김병량 전 시장을 대리해 이재명 대표를 고소한 적도 있고, 이재명 대표가 백현·정자지구 사건을 폭로해 김병량 전 시장이 낙선하고 김진성도 구속된 바 있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김인섭, 김진성에게 특혜를 주기는커녕 그들이 백현동 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상황을 보여줄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김인섭·김진성과는 서현지구 논란이 있던 2012년 이후 거리를 두어 만나지도 않아 근황조차 몰랐고 김인섭·김진성이 백현동 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검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직 검사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검찰 사유화 저지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2.21.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장동 범죄 혐의자인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뒤바뀐 진술만을 앞세워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는데, 이 진술마저 짜 맞추기 조작이었다는 의혹이 다수 제기된다. 검찰과 '밀실 면담'만 하면 유동규의 진술이 뒤바뀐 탓에 '검찰이 유동규 기억상실 치료사냐'는 비판을 받았고, 유동규는 남욱의 진술이 뒤바뀐 이유에 대해 "그 당시 수사팀 방침에 따라 하면 '구속 안 시킨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이쯤 되면 '위증교사'는 오히려 검찰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쌍방울 사건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강압·회유와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고려하면 검찰이 짜 맞추기 조작 수사를 일삼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이처럼 검찰은 공익의 대표가 아니라 정권의 대표로 전락했다. 요즘 어디 가서 '검찰 출신'이라고 말하기가 꺼려질 정도"라면서 "이에 우리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불법·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저지하고 위법을 저지른 수사 검사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고 처벌하기 위해 힘을 모아 투쟁에 앞장서기로 결의했다. 그것만이 국가의 녹을 먹은 검찰 출신으로서 국민들에게 검찰의 잘못을 시정하고 사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정치검사의 의도적인 증거 누락, 선별적인 증거 채택 사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해 공소권 등 검찰 권력을 남용하고 편파적으로 항소한 사례 등을 적발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수처에 고발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 거부 요청서 제출 ▲탄핵안 발의 등 법률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조작 수사에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검찰 사유화 저지 및 검찰 정상화를 위한 법안 발의 등 검사독재정권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 방안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박균택 변호사는 기자회견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윤 정권의 사조직, 정치 사냥꾼으로 변질된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앞으로 나쁜 짓을 할래도 절대 할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고 싶다"고 전했다. 김기표 변호사도 "현 정권에서 검찰은 정당한 수사와 법집행이 아닌, 오로지 전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와 정적 제거를 위한 표적 수사에만 몰두하고 있고, 여당과 정권의 허물에 대해서는 완전히 눈을 감고 있다"며 "참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정상적인 검찰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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