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일정·장소, 문자 텔레그램 통해 유포

김건희 팬클럽에 버젓이, 국외순방 일정 유출도

"대통령실 보안 시스템 총체적 문제 우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됐다. 2024.2.5. 독자 제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됐다. 2024.2.5. 독자 제공

보안 사항으로 취급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문자 메시지(SMS)와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취임 초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팬클럽에 대통령 일정이 유출돼 논란이 됐음에도, 여전히 대통령실의 기밀 유지 및 보안 관리 실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됐다.

공유된 문자에는 "내일(5일) 윤 대통령 감일지구 신우초교 10:30~12:00까지 늘봄학교 관련 현장간담회 진행예정 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실제 오전 10시 30분쯤부터 11시쯤까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신우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인 방송댄스, 주산암산 프로그램을 참관한 뒤, 오전 11시쯤부터 12시쯤까지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통령의 일정은 경호상 이유로 철저하게 대외비에 부쳐진다. 출입 기자단에도 경호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적용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사안이다. 대통령의 일정이 사전에 일반 국민에게 전파된 것은 심각한 보안사고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형태의 대외비 유출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8월 24일 건희사랑 페이스북 게시글에 올라온 대통령의 대외비 외부 일정. 2022.8.24. 페이스북 갈무리
2022년 8월 24일 건희사랑 페이스북 게시글에 올라온 대통령의 대외비 외부 일정. 2022.8.24. 페이스북 갈무리

윤 대통령 취임 초였던 지난 2022년 8월 김건희 씨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에 한 사용자가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과 홍보 부탁드립니다"라고 글을 올려, 대외비 유출이 문제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여당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얼마 전까지 이상한 사람이 영부인 팬카페 회장이라고 하면서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들도 한다"고 말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정 유출은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고"라고 했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경호처를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국내 일정뿐만 아니다.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을 했던 지난해 1월에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사전 공지된 대통령 일정이 외부로 유출돼, 출입기자단 소통을 담당했던 이재명 부대변인이 자진사퇴했다.

당시에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제공한 해외순방 일정 외부 유출로 안보·외교상 결례와 위험이 발생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책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시작에 앞서 늘봄학교 방송댄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2.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시작에 앞서 늘봄학교 방송댄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2.5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번 대통령 일정 유출의 구체적인 경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최종 유출자가 일반 국민이더라도 대외비의 원출처는 대통령실인 만큼 반복되는 보안사고의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이번과 늘봄학교 현장 방문과 같은 형태의 일정 유출이 일회성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임 초 김건희 씨 팬클럽 사건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아닌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 반복적으로 대외비 일정을 공유됐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의 전반적인 보안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이재명 당대표 이어 배현진 의원까지 잇따른 정치테러로 더욱이 경호 및 보안에 만전을 가해야할 상황 속에서 또다시 국가기밀인 대통령 일정이 유출된 것은 대통령실 보안 시스템에 총체적인 문제가 생긴게 아닐까라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보안사고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듣기 위해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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