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감] 경찰 불송치 결정문 보니…
대통령실 "휴민트 정보가 도·감청으로 둔갑"
김병주 "대통령실에 간첩 있다면 색출해야"
대통령실·여당 '간첩' 단어 썼다고 반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지난 4월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사태에 대해 휴민트(HUMINT·사람에 의한 첩보활동)로 획득한 정보라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7일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에는 '대통령실 입장' 항목에 "관련 내용이 휴민트(사람에 의한 첩보활동)로 획득한 정보임에도 도·감청을 통해 획득했다고 둔갑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불송치 결정문은 시민단체가 대통령실 도청 사태와 관련,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국 고위당국자를 고발한 것에 대해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송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시긴트(SIGINT·각종 전자장비를 활용해 통신 등을 도·감청해서 얻은 정보) 도청이 아니라 사람에 흘러갔다면 더 큰 문제"라면서 "국가의 주요 정책이 핵심 사람에 의해서 다른 나라에 갔다면 이것이 간첩이다. 간첩 색출 작전을 해야할 거 같다. 제가 봤을 때는 여기 앉아 계시는 분(대통령실 관계자) 중 간첩이 있다"고 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불송치 결정문에 나온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경찰에 입장을 제출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수사에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나와있는데 이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김 의원이 이에 '경찰 수사가 거짓이고 가짜냐'고 묻자 "저로서는 알 수 없다"며 "안보실에서 경찰에 자료 제출하거나 답한 게 없다"고 거듭 말했다.
휴민트에 의해 국가 핵심 정보가 유출됐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김 의원이 '대통령실에 간첩이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만 반발했다.
조 실장은 "사람을 놓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고,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도 "심각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통령실 비서실에 간첩이 있다고 한 건 선을 넘지 않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불송치 결정문 하나로 휴민트가 대통령실에 있다고 단정하고, 잘못된 단정을 근거로 대통령실 관계자 중에 간첩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사람에 의해 (정보가) 나간 것은 북한에 대해서 나가는 것도 있지만, 중국이든, 러시아든, 미국이든 우리 정보를 내보내는 것은 다 간첩"이라며 "경찰 수사를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는데, 제가 마치 명예훼손하고 음해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전주혜 의원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도청 사태는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4월 8일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를 보도하면서 일었다.
공개된 기밀문서에는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 비서관이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33만 발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일었다. 해당 기밀문서에는 시긴트(SI)에 의해 수집한 정보라는 표시가 있었다.
그동안 여권과 정치권에서는 시긴트가 아닌 대통령실 관계자 등 휴민트에 의한 유출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경찰 수사에서도 휴민트가 확인된 만큼 대통령실 관계자 중 누가 기밀을 누출했는지에 대해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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