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교수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발간

화폐 권력 '모피아' 공공금융 해체 주도

부동산 카르텔·양극화…사회 문제 양산

은행시스템 목표 ‘공공선과 인민의 이익’

“민주주의가 화폐 권력의 퇴행 막는 길”

많은 이들이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한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퇴행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건설 경기를 띄워 가계대출을 늘리는가 하면 부자 감세로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은 갈수록 심각해져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인 합계출산율이 올해 0.6명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생산가능인구(만 15세~64세)가 급감하고 기업 생산성이 정체되며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어쩌다 한국 경제는 이 지경이 됐을까?

2021년까지만 해도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했는데 어떻게 그사이에 대한민국이 경제가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 것일까? 어쩌다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이 됐고 어쩌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어쩌다 인구소멸 제1순위 국가가 됐고 어쩌다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인사의 전횡)’라는 말을 갖게 되었는가? 어쩌다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되고 있는가?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말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간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월요일의꿈 펴냄)에서 경제사적 측면에서 현재 한국 경제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진단한다. 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최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최배근의 통찰’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한 인기 칼럼리스트다. 민족통일연구소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0년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세계 100대 교수’, ‘세계 100대 교육자’, ‘21세기 세계의 탁월한 지식인 20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튜브 ‘최배근 TV’는 풍부한 데이터를 활용한 냉철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명쾌한 진단으로 구독자가 30만 명에 달한다.

 

최배근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최배근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최 교수는 한국 사회와 경제를 병들게 만든 세력으로 ‘모피아’로 대표되는 ‘화폐 권력’을 지목한다. 우리나라 화폐 권력을 장악한 모피아는 공공금융(Public finance)으로서 은행시스템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금융의 역할을 해야 할 사회 몫(세금)을 ‘재정’이라는 개념으로 축소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가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공공금융이 재정으로 축소된 것은 국민이 민간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서 금융 자본 이해의 산물이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가 금융 자본에 의해 잠식된 결과이다. 오늘날 자산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시스템의 잘못된 설계는 기본적으로 정치의 실패이자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다. 그리고 불평등의 증가는 다시 민주주의 체제의 사회적 구조를 위협하고 세금을 통한 전통적 형태의 재분배조차 망가뜨린다.”(1장)

최 교수는 경제사에서 등장한 화폐 권력의 연원을 추적하며 19세기 영국이 ‘대영제국 시대’를 이끈 원동력에 주목한다. 유럽에서 왕권이 가장 취약했던 영국이 가장 강한 국가가 되었던 역설을 지금의 중앙은행을 탄생시킨 ‘불환 화폐(신용화폐) 시스템’에서 찾았던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최대 경쟁력이 군사력이고, 그 군사력을 가능케 한 것이 경제력이고, 경제력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달러를 찍어내는 힘이듯이, 영국 군사력은 영국 경제력으로 가능했고, 그 경제력은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혁신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그 기술혁신을 가능케 한 것은 근현대 세계라는 새로운 세상을 연 사회혁신이었다. 바로 민주주의와 불환 화폐 시스템(중앙은행 시스템과 사실상 동의어), 그리고 유한책임 회사 등으로 구체화되는 사회혁신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1장)

불환 화폐라는 중앙은행권은 금 대신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하는 화폐이다. 국가가 없어지지 않는 한 정부는 ‘조세권’이라는 경제력을 갖고 있다. 사회 전체 생산물 중 ‘사회 몫(세금)’에 해당하는 생산물이 기존의 금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국민이 함께 만든 생산물로 불환 화폐의 가치를 보증해준 셈이다. 그래서 “(당시 영국의 공동 왕(윌리엄과 메리)은 자신이 허가해준 영란은행의 설립 목표를 ‘공공선과 인민의 이익(The public Good and benefit of our People) 촉진’으로 설정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공공선과 인민의 이익에 봉사해야 할 화폐 권력이 본래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해체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지난 민주 정권들에서조차 화폐 권력의 강한 욕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모피아’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의 부제가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인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모피아의 발호는 더 심해졌다. 우리는 지난 2년간 공공금융이 급격하게 해체되는 모습을 직접 보며 그 폐해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한국경제 실질 성장률 추이(%).
 한국경제 실질 성장률 추이(%).

최 교수가 보기에 화폐 권력에 포획된 한국은 ‘부동산 카르텔’이 만들어낸 사실상의 세습사회가 되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부동산으로 인해 경제 활력을 잃어버렸고, 인구도 축소되고, 급기야 사회가 붕괴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부동산 모래성이 무너질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 수출, 소득 등이 역주행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와 경제 위기를 근본적으로 돌파할 해법은 무엇일까?

“평생 역사적 분석을 통해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인간 사회는 정치와 경제라는 두 개의 바퀴로 움직이고, 두 개의 바퀴가 균형을 이룰 때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민주주의)와 경제(시장)의 균형이 깨질 때 사회는 붕괴의 길을 걷고, 그 사회 속의 인간은 병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민주주의가 중요한 이유는 돈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돈을 비생산적 활동에서 생산적 활동으로 배분하여, 사회가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유동성을 높임으로써 경제 활력을 만들어준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경제적 삶의 토대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 유지와 발전을 위해 민주주의(정치)와 돈(시장)은 서로 상대를 필요로 하는 관계이다. (정부 실종과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회자했듯이) 우리 사회는 지난 2년간(2022~2023년) 민주주의가 붕괴할 때 사회와 경제가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목도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도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나가는 글’)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대목은 경제를 다루는 이 책에서 민주주의를 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화폐 권력의 끝없는 퇴행을 막을 가장 강력하며 유일한 무기는 민주주의다. 최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민주주의가 강한 나라는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함부로 흔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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