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로바 "미국, 비용에도 한반도 상황 고조 필요"

러시아, 상호 존중하는 미-북 대화 필요성 강조

백악관 '우크라 공격 미사일 북한 제공' 최초 주장

러시아·북한, 탄도미사일 제공 주장 "근거 없다"

러 "양국 관계 붕괴시킬 무모한 행동 한국에 경고"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의식한 듯

"중동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겪은 미국 외교정책 대실패 때문에 그들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한반도 주변 상황을 고조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작전이 실패해감에 따라 미국인들은 시위성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 제공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는 미국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묻자 "우리는 왜 이런 주장들이 만들어지는지 알아야만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자하로바는 "그들의 표적 중 하나는 중국이며 그래서 그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그래서 '미국 매파'의 마음 속에는 한반도 문제가 존재해 왔다. 앞으로도 이런 류의 주장들을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다"라고도 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헌법권센터(CCR)의 수석 변호사인 파멀라 스피스가 26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가자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는 긴급 명령을 촉구하는 소송을 조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후 연방법원 청사 바깥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1. 26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헌법권센터(CCR)의 수석 변호사인 파멀라 스피스가 26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가자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는 긴급 명령을 촉구하는 소송을 조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후 연방법원 청사 바깥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1. 26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우크라 공격 미사일 북한 제공' 최초 주장

"미국, 어떤 비용 치러도 한반도 상황 고조 필요"

가자 전쟁에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자행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우크라이나전도 뜻대로 되지 않자 미국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한반도 쪽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자하로바 대변인의 주장인 셈이다.

'우크라 공격 미사일 북한 제공 의혹'은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최초로 제기했다. 그는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에서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받아 그중 일부를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틀 후인 6일 우크라이나가 북한산 미사일로 추정되는 증거라며 잔해를 공개했다. 미사일 잔해에서 확인된 노즐과 꼬리 부분이 북한군이 열병식 등에서 공개했던 미사일과 형태가 유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커비 조정관은 9일 브리핑에서도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에 북한산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포함한 47개 국가 및 국제기구의 외교 수장들도 공동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린 10일에는 회의에 앞서 미국, 한국, 일본 등 8개 이사국이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으로부터 무기 조달 및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위반에 기꺼이 가담하는 것은 그 지위를 명백히 악용하는 것"이라고 북한과 러시아를 싸잡아 규탄했다. 미국의 '빌드업'을 통해 기정사실이 됐다.

 

북한이 24일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24. 01.25.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24. 01.25. 연합뉴스

러시아·북한, 탄도미사일 제공 주장 "근거 없다"

자하로바 "워싱턴의 우크라 작전 실패 후 생산"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안보리 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대사는 "러시아는 북한이 공급한 탄도 미사일들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허위 정보는 워싱턴D.C.에서 나왔다"고 맞섰다. 그리고는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안보리 회의에는 없었던 북한은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듯 11일 김성 주유엔 대사 명의의 담화를 통해 "무근거한 비난"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대사는 "러시아와 전략적 대결에서 힘과 수가 딸린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놓을 뿐"이라며 "미국의 무근거한 비난에 일일이 논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 진영으로부터 '불량 국가'로 낙인찍힌 북한과 러시아의 주장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을 필요는 물론 있다.

미국의 의혹 제기 배경에 대해 자하로바는 나름의 판단을 소개했다. 그는 "그 의혹들은 우크라이나 작전, 즉 반격 작전뿐 아니라 워싱턴의 전체 우크리이나 작전이 실패한 뒤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작전은 본인들이 원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민주주의 건설 대신에 그곳에 남아 있던 모든 게 붕괴됐고, 우크라이나 인민의 번영 대신에 워싱턴은 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을 뿐 아니라 벼랑으로 데려가 그들을 밀어 버렸다"라고 했다. 자하로바는 "이들 (의혹) 주장의 의도는 그 토픽(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주목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어떤 팩트도 제시하지 않은 채 러시아를 비난하고 반러시아 정치 캠페인을 지속할 이유를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하로바는 자국의 '불법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영국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과 키예프(키이우) 정권에 의해 촉발된 하이브리드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오른쪽 위부터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순양함 프린스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4. 01. 17 [미 해군 제공]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오른쪽 위부터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미국 해군 순양함 프린스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키드함. 2024. 01. 17 [미 해군 제공]

'한반도 전쟁 위기설' 미국 중심 진지하게 제기

러시아, 상호 존중하는 미-북 대화 필요성 강조

이날 브리핑에서 자하로바 대변인은 최근의 한반도 긴장 고조를 바라보는 러시아의 시각도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워싱턴과 그 동맹국들이 한반도에서 군사 활동을 확대하는 것의 위험을 거듭해서 경고해 왔다"며 "지금 우리는 대결을 강화하는 이런 정책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된 요인을 두고 지속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전쟁 불사'나 '유사시 남반부 평정'과 같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전적 발언으로 보는 한·미와는 정반대로, 러시아는 빈도와 강도를 급속도로 높여온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지목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도 24일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일·한이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새로운 군사 블록을 만들고 공개적으로 북한과의 전쟁 준비를 목표로 내걸고 전례 없는 대규모의 훈련들을 시행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평양에 대한 한국의 발언이 갑자기 훨씬 더 적대적으로 변했으며, 일본에서도 더 공격적 발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자하로바는 "지금의 (상황) 악화는 제재나 힘의 사용은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안 되고, 한반도와 동북아 국가들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계속 주장해 왔던 해법을 다시 제안했다. 그는 "현존 문제들에 대한 포괄적 해법은 오로지 서로를 존중하는 미-북 사이의 대화와 함께, 정치적·외교적 합의에 관계된 모든 당사자 간의 건설적 상호 작용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키이우 성 소피아 성당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로 팔을 마주잡고 있다. 2023.7.16. 대통령실 연합뉴스

러 "양국 관계 붕괴시킬 무모한 행동 경고"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겨냥한 듯

자하로바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선 아예 정색하고 한국을 겨냥했다. 2주 만에 그는 다시 북한과의 무기 거래 의혹을 일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하로바는 "최근 서울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기술 협력을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봤다. 우리를 겨냥한 주장들이 입증되지 않고 근거도 없기에 불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무모한 행동'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 국방 수장이 치명적인 무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비살상 군사장비 차원으로만 제한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자유세계 일원으로서 전면 지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지만,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17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 01. 17. [러시아 외교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17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 01. 17. [러시아 외교부 제공]. 시민언론 민들레. 

자하로바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불법적으로 비난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한국의 가혹한 발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짜 정보의 목표는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을 우크라이나 분쟁에 끌어들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범죄 정권을 위한 무기 비축 공급원을 찾기 위해 이러한 수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일각에서 탄도미사일과 포탄 등 북-러 간 무기 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서 이제는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지난달 26일 대러 수출통제 품목을 682개 추가해 1480개로 확대하는 3차 제재에 들어갔다. 이에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지령에 따른 이 비우호적 행동은 심히 유감스럽고 러시아와 건설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한국의 공약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는 상응한 행동을 취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며 보복 조처를 예고한 뒤 "우리는 굳이 대칭적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나중에 한국은 놀라지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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