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재까지는 공범·배후 없는 것으로 확인"
"다섯 차례 이 대표 동선 밟으며 범행 기회 엿봐"
봉하~평산마을 동승자 "적극 수사 않는 것 같아"
‘남기는 말’ 공개 않고 발송 조력자 불구속 송치
전현희 "'지인이 시켰다'는 진술, 살인 교사 소지"
민주, "사건 축소 '대테러상황실' 문자 고발할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살인 미수범의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인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공범과 배후세력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10일 오후 부산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표 살인 미수범 김 모 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 “김 씨가 재판 연기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도록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의자의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공범과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피의자는 혼자 계획하고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과 통화 내역, 거래 계좌, 행적 수사를 통해 수집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 피의자로부터 범행을 사전에 들어 알고 있었고 범행 이후 가족과 언론매체 전달을 약속하고 실제 일부 행동에 옮겼던 조력자 70대 남성 1명을 방조범으로 검거했다”면서 “다만 범행을 공모한 공동정범이나 교사한 배후세력은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가 심각한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언급이 나왔다. 경찰은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을 뚫고 들어가면서 피해자(이 대표)가 뇌 경정맥 손상을 입었으며, 바로 피부에 닿았다면 심각한 피해를 당하였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에 대해 경찰은 “피의자는 작년 4월 인터넷을 통해 등산용 칼을 구입해 범행에 용이하도록 개조하고 피해자(이 대표)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직접 플래카드, 머리띠를 제작하는 등으로 범행을 준비했다”면서 “이후 작년 6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공식 일정을 따라다니며 때로는 사전답사까지 하면서 범행 기회를 엿봤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직후 경찰청장 지시로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40여 명의 참고인 조사, 피의자의 주거지, 사무실, 압수수색과 함께 피의자 행적, 통화기록, 거래 계좌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피의자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70대 남성 B씨는 살인미수 방조범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향후 부산경찰청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하여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경찰은 살인 미수범의 행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KTX 천안아산역에서 출발한 뒤 부산역에 도착했다”면서 “이후 택시를 타고 봉하마을로 이동했고 민주당 지지자를 만나 함께 평산마을로 갔다”고 밝혔다. 이어 “이어 통도사 버스터미널, 울산역, 부산역, 가덕 주민센터에 간 뒤 호텔에서 1박 숙박했고 다음 날 범행 현장에 도착했다”면서 “당초 평산마을에서 집으로 가고자 울산역으로 향했는데,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로 부산에 가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변명문’으로 알려진 살인 미수범이 작성한 ‘남기는 말’에 대해 경찰은 “대표를 따라다니기 시작할 즈음에 다 준비가 돼 있었다”면서 “작년 4월께 몇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 전 8장짜리 ‘남기는 말’을 7개 출력했고, 주소를 기재한 봉투에 밀봉해 조력자에게 전달했다”면서 “범행이 성공하면 2개는 가족에게, 5개는 각기 다른 곳에 보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이 실패하면 2개는 가족에게 그대로 보내되 5개는 폐기해달라 했다”면서 “경찰은 가족에게 도착하기 전 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모 씨는 주로 보수 성향 유튜브를 시청했고 사이코패스 진단 범위는 정상으로 나왔으며 정신질환에 해당할 만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진술도 안 하고 비협조적이었지만 송치될 즈음에는 반성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살인미수범 김 모 씨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 하루 전 봉하마을에서 평산마을로 김 씨와 차를 타고 함께 갔던 A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일 이 사실을 경찰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경찰은 이 차량 주인에게 6일 연락했고 차량 주인 외에 다른 동승자도 7일 경찰조사를 받았다. A씨에게도 경찰이 전화해 17분가량 통화하면서 진술했다고 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참고인 40여 명을 조사했다고 하지만 A씨처럼 전화 통화만으로 조사를 마치거나 간단한 소환 조사만 했다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 만약 공범이 있다면 이러한 조사에서 곧바로 “내가 공범이다”라고 밝힐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경찰도 이날 브리핑에서 공범과 배후세력이 없다고 하면서 ‘현재까지’라는 단서를 달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특검과 국정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향후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정치테러 대책위원회는 경찰 수사 발표 후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수사에 대해 “테러 동기, 공범 여부, 배후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이 사건 본질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의 A씨 인터뷰에서 살인 교사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지인이 사인을 받아오라고 시켰다’고 진술한다”면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인을 받아오라고 시켰는지, 법적으로 보면 살인 교사의 소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범이 과연 실제로 살인 교사를 했는지, 정치 테러의 배후인지, 이 부분 수사가 핵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의원은 “범행 결심 과정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면서 “누구를 만났는지,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했는지 등을 묻는 등 훨씬 더 심층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축소 지향적으로 수사했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는 이렇게 수사할 수 없다”면서 “정치 테러의 ABC가 망각된 축소한, 실패한 수사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또 “전면적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치테러 대책위는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발송된 ‘대테러상황실’ 문자와 관련해 법률 검토를 거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전 위원장은 “국무총리실에서 누가 지시했는지, 어느 정도 범위로 유포됐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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