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역사학자, WP기고 비판…“바이든, 트럼프 실수 되풀이”
“中 경제 아니라 '군사위협이 목표' 동맹국에 확신시켜야”
대중 경제포위망 IPEF “실패할 것”…보호주의 결별 촉구
“바이든의 중국 정책 가운데, 둘은 올바르고, 하나는 틀렸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는 ‘대중 정책에서 바이든도 트럼프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11월 30일자)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부트에 따르면, 가장 잘한 일은 지난 8월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제정한 것이고, 다음은 10월에 중국을 상대로 취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수출통제 조치이다. 잘못한 일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에 서명한 ‘인플레감축법’(IRA)을 꼽았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통신, 로봇, 바이오 등 10대 첨단 핵심기술 분야에 10년간 총 2천8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 법의 목표 중 하나인 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 확대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지역인 대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가 가능토록 해줄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 세계 반도체 생산의 37%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12%에 그치고 있다.
수출통제 행정명령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이 중국의 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지만, 민간 기술이 군사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봤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적 동맹을 맺어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려 하지만, 네덜란드와 일본등 해당 산업의 주요 행위자들이 미국의 접근법에 심각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 뿐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부트는 경고했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를 따르게 하려면, 바이든은 본인이 의도하는 것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제한하는 것이지, 중국의 경제발전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동맹국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의 진짜 잘못은 보호주의 성향의 인플레감축법을 만든 것이다. 이 법은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를 살 때 대당 7천500 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주게 돼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격앙된 상태이다. 부트는 “중국에 맞서 함께 나가야 하는 바로 그 동맹국들을 소외시키는 보호주의 법”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보호주의 접근법에 대한 비판은 그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부트는 “IPEF는 (회원국들에게) 확대된 미국 시장 접근을 제공하지 않아 실패하게 돼 있다”며 ’불임의 싸구려 복제품‘이라고 평가절하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만든 TPP(환태평양경제경제동반자협정)라는 중요한 무역협정이 있는데도 재가입하지 않고 엉뚱한 것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부트는 ’중국과 자유무역을 하면 미국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미국 내 초당적 컨센선스는 불확실한 경험칙에 근거한 ’경제 문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인용해 2천년대 초반에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으나 그런 추세는 끝났고, 그 시기조차도 서비스 부문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전체로는 고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2018년 미국의 중국 수입액 3분의 2(미화 3천350억 달러)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는 게 그의 평가이다. 미국 내 소비자 물가가 올라 인플레로 이어졌고 농업 수출은 감소한 반면, 제조업 고용은 늘지 않고 대중 무역적자의 개선 효과도 없었다는 것이다. 도리어 24만5천개의 일자리를 잃었는데, 바이든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 조치‘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바이든이 아마도 중산층을 지키고 중국에 온건하지 않다는 인상을 주길 원하기 때문인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처럼 “우리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벙커‘에서 웅크려 있지 말고, 국제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트는 소련과의 ’구냉전‘과 중국과의 ’신냉전‘이 많은 유사점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경제적 관계가 전혀 없었던 소련과는 달리, 미국이 중국과는 중요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라고 ’중국 봉쇄‘는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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