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무조건 불법시, 경제의 주체에서 '노동'은 빠져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한 대부분의 한국언론의 보도는 정부와 대기업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변하는 것 일색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에는 타협 없다”는 말을 ‘노동계의 불법에 대한 정부의 법치와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응’으로 보고 이를 응원하고 촉구하는 논조의 보도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어떤 정부도 이 조항을 내세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적이 없는, 사문화된 조항일 뿐인 것에 대해서는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보도한 것처럼 “파업 초기부터 윤 대통령은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이어나갔”지만 “‘대통령의 의지’를 읽은 정부-언론-재계는 우애 깊은 3형제처럼 ‘파업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매일같이 ‘일 손해액 수천억~수조원’ ‘항만 기능 마비 조짐’ ‘건설 현장 피해 가시화’ 등의 근거가 확실치 않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아래 사진 11월 30일자 신문 1면. 출처: 미디어오늘)
이 같이 노동계의 파업을 불온· 불법시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위법적인 몰아붙이기를 ‘법과 원칙의 실현’으로 보는 논조의 배경에는 이른바 ‘보수’ 언론들과 경제지들의 ‘경제’에 대한 협소한 인식이 있다. 의도적인 것이든 무지에 의한 것이든 경제에 대한 협소한 인식이 협소한 보도를 낳고 협소한 보도가 다시 협소한 인식을 부른다.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다시 원인을 부르는 인과 사슬의 악순환이다. 이는 기업(압도적으로 대기업)과 언론 사이의 관계에서, 언론이 대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 중계하고 유포하며 대기업은 다시 언론의 그 같은 논리와 지원을 토대로 더욱 ‘친(대)기업적인’ 논리를 펼치는 식으로도 나타난다. 이중의 인과-악순환 관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우리 ‘경제’의 주체를 매우 일부분의 집단으로 한정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구성하며 거기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매우 다양하다. 기업과 정부,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실업자, 주부, 심지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어린이들도 경제 주체이다. 모든 국민들이 차지하는 그 몫에서 크고 작은 것은 있지만 모두 경제활동의 주체들인 것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들과 경제지에서 설정한 ‘경제라는 이름의 축구 경기장’에서 1부 리그의 주전 선수는 대개의 경우 대기업과 정부로 국한된다. 대기업과 정부의 정책결정집단이 아닌 이들은 2부, 3부 리그에서밖에 뛰지 못하며 프로축구 경기에 대한 방송의 중계가 그렇듯이 2부, 3부 리그에 대한 경제지의 주목도는 매우 낮다.
특히 노동계는 경제의 주체가 아닌 ‘문제’의 주체다. 노동계와 관련된 사항은 ‘문제’로 분류된다.
선거 때면 경제계가 내놓는 여러 제안들은 ‘밑그림’ ‘미래 국가 운영 어젠다’로 평가되는 반면, 노동계의 요구는 ‘선거국면을 틈타 한몫 챙기려는’ 것은 물론 ‘염치없는 요구’로까지 비하되고 있다.
그러나 자본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있지만 노동 없는 자본은 있을 수 없다. 노사(勞使)라고 할 때 사보다 노를 앞세우는 데서도 그같은 선후관계가 보인다.
주(主)-부(副) 관계에 맞게 하라는 요구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노동계를 경제의 한 주체로, 노동문제가 아닌 경제문제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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