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의 주원인, 판사 인력 부족과 코로나19
조국 재판 지연, 검찰의 ‘티끌 모아 태산’ 기소 탓
검찰, 불리해지자 재판부 기피신청∙재판부 공격
울산 사건, 재판 발목 잡고 1년 4개월 ‘추가수사’
1심 송철호 황운하 유죄, 그럼에도 검찰 판정패
검찰 지연시킨 재판 책임, 김명수∙문재인에 떠넘겨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주류 언론들이 최근 수개월간 울산 ‘선거개입’ 재판이 크게 지연됐다며 그 책임을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몰고 있다. 또 그 배경으로 문재인정부를 문제 삼은 보도들도 넘쳐난다.
이런 주장은 지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이번 조희대 후보자까지,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나설 때마다 마치 ‘원죄론’처럼 반복해서 법원에 제기되고 있다.
아래는 울산 사건 재판의 1심 결심공판이 있었던 지난 9월 조선일보 사설의 내용 일부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오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판사에게 사건을 맡겨 재판을 지연시켰다. 김 판사는 15개월 동안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다른 판사들이 공판 날짜를 정하자 돌연 휴직을 신청했다. 조직 범죄단과 같은 행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최악의 재판 지연으로 이제야 1심 재판이 끝난 것이다. ☞ [사설] 재판 지연 수법으로 불의 도운 ‘울산 공작’ 재판, 정의는 어디에
아무리 조선일보 사설이 아무 소리나 함부로 하는 지면이라지만, 법원 조직을 도매금으로 ‘조직 범죄단’이라 지칭한 것은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언론들이 김명수 대법원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깔아뭉개려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조국 전 장관의 1심 선고에 대해서도 “김명수 사법부가 벌인 ‘재판 지연’의 하이라이트”로 불렸다.”며 자의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 조국, 총선 나오나... 사법부의 재판 지연이 부른 ‘출마론’
물론 지난 몇 년간 심각한 재판 지연이 있었던 것 자체는 사실이다. 대한변협이 지난해 8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변호사들 가운데 89%가 최근 5년간 재판 지연 문제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또 유독 조국 재판과 울산 사건 재판이 다른 재판들보다도 더욱 지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국 1심은 3년 2개월이 걸렸고 울산 사건 1심은 3년 10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이런 재판 지연 문제가 김명수 사법부의 책임이자 문재인정권의 책임이라는 이런 주장들은 과연 사실일까? 아니, 기가 막힐 정도로 사실과 다르다. 이 두 재판을 포함해 현 여권과 보수언론들이 재판 지연이라고 공격하는 사례들의 실제 원인은 전혀 다른 지점들에 있다.
재판 지연의 주원인, 판사 인력 부족과 코로나19
재판 지연의 첫번째 원인은 무엇보다 법원의 만성적인 판사 부족이다. 재판을 수행할 법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 7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공식 제기됐던 문제다. ☞ "반복되는 판사 과로사… '법관 부족' 문제 심각"
이 회의에서는 판사 수가 크게 부족해 법관의 과로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 대법원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한 해 걸러 한 명 꼴로 법관이 과로사 하고 있다.
또 법관 1명당 국민 수가 우리나라는 464명으로서, 89명의 독일, 196명의 프랑스, 151명의 일본 등에 비해 몇 배를 넘는다. 이런 객관적인 수치로 볼 때 우리나라 법관들의 과로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런 살인적 업무량이 재판의 부실화와 보수화로 이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 [生生사법톡!] 각국 법관의 업무량과 우리나라 법관의 과로 현황을 살펴보다
이 같이 판사 부족이라는 전통적 원인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재판 지연이 더 가중된 데에는 대한민국 누구나 알고 있었던 재난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코로나19 당시 여러 사회 조직들은 그 대책으로 비대면 방식을 채택했다. 학교들의 수업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여러 기업 조직들은 재택근무를 선택하거나 확대하는 등의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은 비대면이 아닌 법정 내 실제 참석을 기본적인 전제로 한다. ‘비대면 영상재판’은 제도상으로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실험적인 몇몇 시도가 전부다. 그나마도 유명무실 하던 것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몇몇 사례가 추진된 정도였다.
공식적으로 3년 4개월에 이르렀던 이 팬데믹 기간 동안, 판사, 검사, 변호인, 피고인 등 재판의 필수 참석 인원들 중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발생해도 재판이 진행될 수 없었다. 주요 증인의 확진으로 심리 일정이 늘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서울동부구치소와 부산구치소에서는 수백명 씩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는데, 당연하게도 이런 확진자 피고인들의 재판은 모두 지연됐다. 뿐만 아니라 확진자 방청객이 다녀간 법정은 물론이고 법원이 통째로 수일 씩 통제되어 그 기간만큼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도 잦았고, 코로나19 대확산이 반복됐던 2020년에는 수 차에 걸쳐 전국의 법원들이 몇 주씩 휴정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던 시점까지 언론들이 ‘재판 지연’을 거론한 보도들에서는 당연하게도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을 꼽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재판 지연’ 관련의 언론 보도에서 원인으로 ‘코로나19’를 거론한 보도는 거의 사라지고, 그대신 뜬금 없는 김명수 책임론이 등장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지난 9월 퇴임을 앞두고 ‘판사 부족’과 ‘코로나19’를 재판 지연의 양대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를 유의미하게 보도한 언론은 MBC 정도 뿐이었다.
최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희대 전 대법관도 재판 지연의 원인들 중 하나로 코로나19를 언급했지만 역시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를 헤드라인에서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당과 언론들이 비난하고 있는 조국 재판, 울산 사건 등의 재판 지연에는 이런 법관 부족과 코로나19 팬데믹 외에도 또다른 주요한 원인이 있었다. 놀랍게도 검찰이 재판 지연의 또다른 주요 원인이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1심 재판이 3년 2개월이나 걸린 데에는 무엇보다 검찰이 기소한 혐의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복잡한 재판이라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민정수석 재직 시 직권남용’과 ‘부산대 장학금’처럼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여러 사건들의 재판이 하나로 뭉뚱그려져 진행되면서, 각각의 사건에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공범’들도 여럿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복잡한 재판은 당연하게 재판이 길어진다.
이는 변명의 여지 없이 ‘조국’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조리 탈탈 털고 또 긁어 모아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어버린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전략의 결과다.
그나마 조 전 장관의 혐의들 중 굵직하다고 할 수 있는 ‘유재수 직권남용’ 혐의는 애초 2019년 8월 ‘조국 사태’보다 훨씬 이전에 특감반 김태우 사태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사실상 중단됐던 것을 ‘조국 사태’가 발발한 후 다시 수사를 재개하고 합친 것이다.
또 아들의 미국 대학 온라인 퀴즈를 도와줬다고 미국 교수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고, 미국에서 받은 장학금 액수가 정확하지 않다며 기소하고,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 현장학습을 가면서 냈던 신청서 내용이 허위라며 또 기소했다. 민정수석 이전 교수 시절부터 딸이 받은 장학금을 ‘계속’ 받았다고도 기소했다.
이런 식으로 검찰은 조 전 장관 가족의 지난 십 수 년간 행적을 모두 탈탈 털어 온갖 꼬투리들을 다 긁어 모아 다발을 만들어놓고는 마침내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어냈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식으로 온갖 잡다한 꼬투리들을 잡아 기소함으로써 혐의 개수를 크게 늘렸고, 또 그만큼 ‘공범’ 피고인들도 늘어남으로써 재판이 덕지덕지 구질구질 복잡해졌다. 이런 범죄 혐의들이 사실인지 여부는 제쳐놓고라도, 검찰은 이렇게 형사재판의 전례도 거의 없는 온갖 잡다한 혐의들을 끌어 모아 마치 중대 비리 범죄자를 수사하는 듯 거들먹거린 것이다.
검찰, 불리해지자 재판부 기피신청과 재판부 공격 남발
그런데 조국 재판이 특별히 더 지연된 데에는 이런 무더기 기소로 인한 ‘재판의 복잡성’ 문제외에도 다른 두 가지 결정적 원인들이 더 있다.
그 하나는 검찰의 ‘재판부 기피신청’이다. 검찰은 2021년 초 재판부가 동양대 강사휴게실PC 등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자 대대적으로 반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듬해 초 1심 재판부가 편파적이라 주장하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당시 재판부의 증거능력 부인은 그 직전인 2021년 11월의 새로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법리상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음에도, 그러거나 말거나 검찰은 재판부가 불공정하다고 강변했다.
이 기피신청은 한 달만에 다른 재판부에 의해 기각됐지만 그럼에도 검찰은 다시 항고를 했다. 그 역시 두 달만에 다시 기각됐다.
그 결과 이 재판은 검찰이 신청한 재판부기피 심리를 위해 무려 5개월이나 전면 중단됐고, 2022년 6월에야 재판이 다시 재개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당초 2021년 12월 10일 예정이었던 필자의 이 재판 전문가 증인 출석도 대폭 지연되어 이듬해 7월 17일에야 출석하게 됐다. 필자의 출석이 지연된 결과에 비춰 단순화 하자면 무려 7개월이나 재판 지연이 생긴 셈이다.)
이 재판이 지연된 데에는 또다른 외력도 있었다. 조국 1심 재판부에 대한 지속적 외부 공격으로 인해 수차에 걸쳐 재판부가 변경된 것이다. 이 재판부 공격을 주도한 것은 지금의 국민의힘인 자유한국당과 대다수 주류언론 법조기자들이었다.
당초 조국 1심 재판을 맡았던 것은 김미리 부장판사였는데, 검찰의 반발과 자유한국당, 언론들의 공격이 심화되자 2인의 부장판사가 추가 합류하여 ‘대등재판부’로 변경됐고, 이어 김미리 부장판사가 병가로 떠나고 마성영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교체됐으며, 다시 추가됐던 부장판사 2명 중 1명이 또 병가로 교체됐다.
이렇게 재판부가 변경되면 그때마다 갱신 절차를 거치면서 매번 재판이 지연되게 된다. 특히 대등재판부는 세 명의 판사가 모두 대등한 위치에서 합의제로 재판을 진행하므로 단 1명의 교체만으로도 재판의 향방이 바뀐다.
두 부장판사가 연달아 교체된 사유로 법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병가’라는 교체 사유를 곧이곧대로 납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한 재판을 맡은 재판부의 두 판사가 연달아 병가로 교체되는 일 자체가 극도로 드문 일인데다, 첫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에게는 재판 초기부터 ‘우리법연구회 판사’라며 한때 이름을 올렸던 연구회의 성향을 문제 삼는 사실상의 인신 공격이 집중됐다.
우리법연구회는 단지 진보 성향 연구모임에 불과했고 그보다 압도적으로 더 큰 규모의 보수 성향 연구회들도 있음에도, 자유한국당과 법조기자들은 오직 우리법연구회만 문제 삼았다. 아무 근거도 없이 마치 국가전복 세력이라도 되는 듯이 공격한 것이다.
재판 초기부터 검찰에 크게 불리한 심증들을 연달아 드러냈던 김미리 재판장에 대한 자유한국당과 법조기자들의 이같은 ‘빨갱이 몰이’에 가까운 공격은, 너무도 뻔하게도 검찰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은 이런 외부 공격에 한심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공식적으로는 재판 개입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며 짐짓 태연한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주문하는 대로 수차에 걸쳐 재판부를 교체해준 것이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법조기자들이 검찰의 입맛대로, ‘검찰 맞춤형’으로 재판부를 교체한 결과가 됐고, 그런 재판부 교체의 횟수만큼 재판이 더 지연됐다.
보다시피 조국 1심 재판이 법원의 다른 재판들보다도 더욱 심하게 지연된 것은 전적으로 검찰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변호인이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거꾸로 ‘재판 지연 의도’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애초 검찰이 ‘대리시험’ 혐의의 유일한 피해 당사자인 맥도널드 교수를 단 한 번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로 멋대로 기소한 것이 검찰의 원죄인데도 말이다.
울산 사건, 검찰이 재판 발목 잡고 1년 4개월 ‘추가 수사’
1심 재판에만 무려 3년 10개월이 걸렸다며 국민의힘과 법조기자들이 입을 모아 비난하고 있는 ‘울산 선거개입 사건’의 경우도 재판 지연의 결정적 원인은 역시 검찰이었다.
검찰은 2019년 11월 26일에 ‘울산 선거개입’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수사 2개월 여 만인 2020년 1월 29일에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황운하 의원, 한병도 의원을 포함해 총 13명을 기소했다.
그런데 실제 이 사건의 첫 공판은 2021년 5월 10일에야 열렸다. 기소 후 무려 1년 4개월 동안 공판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진행됐다. 그럼 이런 역대급 재판 지연이 김명수 대법원이나 문재인정부의 책임이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검찰은 2020년 1월에 기소를 하고도, 해당 사건 관련 추가 수사를 계속 진행했다. 그러면서 공판 준비를 위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때마다 추가수사 진행을 이유로 들며 피고인 측의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했다.
피고인들이 수사기록을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는 없다. 검찰은 재판기록을 보여주면 진행중인 추가 수사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를 댔다. 애초 수사를 마치고 기소를 했어야 했음에도 검찰의 주장은 이토록 뻔뻔스러웠다.
검찰은 2021년 4월 9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비로소 수사를 마무리 했다. 그 열흘 전인 3월 31일 공판준비기일에 첫 공판 날짜가 5월 10일로 정해졌다. 즉 검찰이 추가 수사 마무리 시점이 되어서야 피고인 측에 사건기록을 등사해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1차 기소 이후 내내 재판을 공전시키면서 1년 4개월이나 추가 수사를 벌였던 실질적 속셈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4월 9일 추가 기소와 함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임종석과 조국은 불기소 한다고 밝혔다.
1차 기소 몇 달 후인 2020년 4월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이 법정에서 밝혔던 추가 수사 대상자는 당초 기소한 13명보다 더 많은 20명이었고 추가 수사 예상 기간은 “2, 3개월”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시점으로부터 무려 1년이나 시간을 더 끌었고, 실제 추가 기소한 2명 외에 불기소 처분한 피의자만도 무려 31명이나 됐다. 검찰이 무제한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가며 재판을 질질 끌었던 것이다.
사건을 법원의 재판에 넘기는 기소 절차는 수사가 완료된 후에 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고 원칙이다. 그런데 소위 ‘울산 선거개입’ 사건은 검찰이 수사 착수 이후 2개월만에 총 13명 기소부터 해놓고는, 추가 수사를 위해 1년 4개월이나 더 끌면서 수사 범위와 기간을 무지막지하게 늘렸고, 그 사이 재판 진행을 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이따위로 해도 되는 것인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렇게까지 졸렬하게 남용한 사례가, 비슷한 시기 함께 진행된 ‘조국 사태’ 재판들, 그리고 최근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들 외에 또 있을까?
이 울산 사건 재판도 처음에는 김미리 재판장이 담당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렇게 1년 4개월이나 재판을 지연시킨 후 재판이 재개될 즈음엔 재판장이 교체됐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재판 지연이 김미리 재판장이 미적댄 탓이라는 적반하장 주장을 늘어놓았다. 왜곡 보도도 웬만큼이어야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해괴한 왜곡이다. ☞ 김미리가 1년3개월 미적미적… ‘靑 울산선거 개입’ 내일 첫 본재판
1심 송철호 황운하 유죄, 그럼에도 검찰의 판정패
한편, 대다수 언론사의 법조기자들이 이 울산 사건 1심 선고에 대해 검찰이 이긴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 내막을 따져보자면 사실상 검찰은 판정패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송철호 전 시장이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수사를 청탁을 하고 이 과정에 청와대의 여러 직원들이 개입했다는 소위 ‘하명수사’ 혐의 하나만 유죄로 판단했을 뿐이다.
반면 이 사건과 검찰이 함께 기소한 다른 세 사건들, 즉 ‘송철호 시장 공공병원 공약 지원’ 혐의, ‘김기현의 산재모병원 공약 방해’ 혐의, ‘송철호 후보 경쟁자 사퇴 회유’ 혐의 등은 관련 피고인들 전원이 무죄로 판단됐다.
검찰이 기소한 총 네 사건 중 단 하나만 인정했을 뿐 나머지 세 사건은 사건의 실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유일하게 유죄 판결이 나온 거창한 ‘하명수사’ 혐의 역시 전적으로 ‘윤장우’라는 단 한 사람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었다. 검찰의 기소 근거도, 1심 재판부의 유죄 판단 근거도 윤장우의 구두 주장 하나뿐이었다. (‘울산 사건의 최성해’라고 보면 비슷할 것 같다.)
이 윤장우는 원래 양산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연겨푸 낙선했던 사람으로, 고향 울산으로 돌아와 민주당에 입당하고 송철호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울주군수 경선에서 떨어지자 지방선거 직전에 돌연 상대 후보인 김기현 캠프에 투신했던 사람이다.
객관적인 정황을 대략만 살펴보더라도 그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는 인물인 것이다. 항소심에서 그 신빙성을 맹렬히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한 것이다.
‘하명수사’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온 후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김기현에 대한 비리 첩보는 통상적인 경로를 통해 경찰청에 이첩됐을 뿐 청와대가 지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접수된 첩보를 경찰에 단순 전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의 확고한 철칙에 따라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송철호 전 시장, 황운하 의원 등은 1심 유죄 판결을 전면 부인하며 항소심에서 무죄를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지연시킨 재판 책임, 김명수∙문재인에 떠넘겨
보다시피 지난 수년간 법원의 재판들이 전반적으로 지연된 것은 고질적인 판사 부족 문제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이 결정적이었다.
더욱이 여당 국민의힘과 법조기자들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조국 사건, 울산 사건 재판이 더욱 지연된 것은 사실상 전적으로 윤석열 검찰의 온갖 꼼수들 탓이 컸고, 그런 검찰을 추종하고 협조해온 국민의힘과 법조기자들의 법원 공격도 크게 일조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재판 지연의 원흉으로 김명수 대법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론을 쏟아내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검찰의 잘못들을 거꾸로 법원과 전 정부에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과 국민의힘, 법조기자들의 이같은 행태보다 더욱 경악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다. (다음 기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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