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군 ‘1027 작전’ 동시다발 전개

‘삼형제 동맹군’ 300개 이상 거점 점거

정부군·경찰 탈영사태…“돌아오라” 이례적 성명

2021 쿠데타 이후 전례없는 사태 전개

미얀마 정부군에 대항하고 있는 샨 주의 소수민족 무장세력. 무장저항 연합세력인 '삼형제 동맹군'의 일원으로, 코캉 지역 온라인 매체에 실린 사진. 2023.11.24. AP 연합뉴스​
미얀마 정부군에 대항하고 있는 샨 주의 소수민족 무장세력. 무장저항 연합세력인 '삼형제 동맹군'의 일원으로, 코캉 지역 온라인 매체에 실린 사진. 2023.11.24. AP 연합뉴스​

미얀마 ‘내전’의 판세가 바뀌고 있다. 2021년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정부군과 이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세력 및 소수민족 연합군 간의 공방전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싸움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반정부군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것을 전면적인 판세 변화로 보는 것은 아직 섣부르지만, 중대한 변화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군, 탈영병들에 “돌아오라” 호소

지난 3일 미얀마 정부군은 부대를 이탈한 탈영병들의 복귀를 호소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국군(정부군)은 국가의 주권과 평온을 지키기 위해 테러리스트(소수민족과 민주화운동 무장세력), 국민방위군(PDF. 통일정부[NUG] 산하 무장세력)과 싸우고 있다. 탈영병들 중에 복귀를 희망하는 사람은 인근 기지에서 다시 군무를 시작할 수 있다.”

미얀마 군법은 탈영병에게 최대 20년의 구속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명은 “보통의 죄를 저지른 병사일지라도 복귀를 희망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며 중범죄자가 아니라면 죄를 묻지 않겠으니 돌아오기만 하라고 호소하고 있다.(<아사히신문> 12월 5일)

 

6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주민들이 차량과 오토바이에 석유를 채워 넣기 위해 주유소에서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현지 국영 매체들은 이날 새벽부터 양곤 주유소에는 차량 수백 대가 줄을 섰다고 전했다. 2023.12.6. AF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주민들이 차량과 오토바이에 석유를 채워 넣기 위해 주유소에서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현지 국영 매체들은 이날 새벽부터 양곤 주유소에는 차량 수백 대가 줄을 섰다고 전했다. 2023.12.6. AFP 연합뉴스

‘1027 작전’ 동시다발 전개

지난 10월 말 이후 미얀마 북동부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샨 주 등에서 소수민족들 무장부대와 반군부(반정부) 민주화운동세력의 무장부대 민족민주동맹군(MNDAA)이 손을 잡고 결성한 연합군이 정부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전례없는 전과를 올리고 있다.

정부군은 소수민족과 민주파 무장부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공습과 포격을 가하며 대항하고 있으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의 독립적인 매체 <이라와디>는 정부군 수백명이 투항하는 바람에 인원 부족으로 거점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군이 이를 만회할 반격능력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신문은 2021년 2월의 쿠데타 이후 민주파 세력과의 무력충돌로 정부군에 1만 3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8천 명이 탈영했다는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의 객원연구원 예묘헤인의 지난 5월 분석자료를 인용했다. 반정부 저항세력의 임시정부격인 ‘통일정부’(NUG)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쿠데타 이후 약 3년간 정부군 병사와 경찰관 1만 4천 명이 탈영했고, NUG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을 순찰하는 미얀마 정부군 트럭 속의 군인들 모습. 2023.12.4. AFP 연합뉴스
지난 4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을 순찰하는 미얀마 정부군 트럭 속의 군인들 모습. 2023.12.4. AFP 연합뉴스

판세가 바뀌고 있다

빈약한 무기에 훈련받지 못한 오합지졸의 저항군, 이에 비해 제대로 훈련받고 장비와 물자도 잘 갖춘 정부군.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얀마 정부군에 저항군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이제까지의 이런 고정관념이 뒤집어지고 있다고 지난달 16일 기사에 썼다.

이에 따르면 10월 27일 북동부 샨 주를 중심으로 펼쳐진 ‘삼형제 동맹’군을 비롯한 연합세력의 공세(‘1027 작전’)로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한 그 곳 100여개의 정부군 전초기지들과 지역거점들이 연합세력의 손에 넘어갔다. 특히 코캉 지역의 행정 중심지 라우카이를 연합군이 장악한 사실에 이 잡지는 주목했다. 라우카이는 온라인 도박장과 보이스 피싱 등 인터넷 사기범죄, 인신매매 조직 등을 운영하는 중국인 거대 범죄조직과 미얀마 정부군 내 동조세력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미얀마 정부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미얀마 저항 연합세력인 '삼형제 동맹군' 소속의 부대. 코캉지역 온라인 매체에 실린 사진. 2023.11.24. AP 연합뉴스
미얀마 정부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미얀마 저항 연합세력인 '삼형제 동맹군' 소속의 부대. 코캉지역 온라인 매체에 실린 사진. 2023.11.24. AP 연합뉴스

‘삼형제 동맹군’ 300개 이상 거점 점거

10월 27일 새벽 미얀마 북동부지역 일대를 점거하고 있는 민주파 민족민주동맹군과 타앙 민족해방군(TNLA), 서부 라카인 주의 아라칸군(AA) 등 3개 무장조직이 결성한 ‘삼형제 동맹’이 “군부의 독재를 끝장내자”는 기치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공세(1027 작전)를 시작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연합 무장세력은 북동부의 샨 주, 서부의 라카인, 카렌족이 있는 동부의 카인 주 등에서 총 300개 이상의 정부군 거점을 점거했다. 정부군은 공습과 포격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잃어버린 거점들을 탈환하는데 실패했다.

미국평화연구소는 지난 5월, 30만~40만 명으로 알려져 온 정부군의 실제 병력을 15만 명으로 추정하면서 “약체화한 정부군이 저항운동을 꺾고 지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 놨다. 국경지대의 깊은 산지에 웅거하고 있는 소수민족들은 원래 그쪽 지형을 잘 알고 있는데다, 정부군 전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민주파 무장세력과 손잡고 10월 말부터 동시다발적인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지난 6일 양곤의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차량들. 연료 부족으로 양곤과 만달레이의 주유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벌어진 사태. 2023.12.6. EPA 연합뉴스
지난 6일 양곤의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차량들. 연료 부족으로 양곤과 만달레이의 주유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벌어진 사태. 2023.12.6. EPA 연합뉴스

전례없는 사태 전개

이처럼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민주파 무장세력이 손을 잡고 연합세력을 꾸려 함께 공세에 나선 것은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사태전개다.

나카니시 요시히로 일본 교토대 교수(미얀마 정치)는 삼형제 동맹을 중심으로 한 이들 세력의 연합은 각기 자신들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정부군을 몰아내려는 소수민족들과 정부군을 무너뜨려야 하는 민주파 세력이 추구하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했고, 공격도 그만큼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나카니시 교수가 지적하는 또 한 가지 연합군의 10월 말 공세 성공 요인은 공격개시 타이밍이다. 미얀마에서는 많은 지역이 10월까지가 우기로, 그것이 끝나는 10월 말을 기해 전국적인 작전 개시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아사히> 12월 1일)

<이라와디>에 따르면, 민주파 무장세력은 이참에 수도 네피도와 최대도시 양곤까지 밀고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정부군이 수도권 주변 등의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의장이 2012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시민의 날 축제 행사장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아웅산 수치는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뒤 교도소에 수감돼 27년 징역형을 받았으나, 지금은 가택연금 상태다. 2012.9.21. 로이터 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의장이 2012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시민의 날 축제 행사장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아웅산 수치는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뒤 교도소에 수감돼 27년 징역형을 받았으나, 지금은 가택연금 상태다. 2012.9.21. 로이터 연합뉴스

반정부군 내부 이견도 존재

하지만 소수민족과 민주파의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11월, 고도의 자치를 요구하는 아라칸군과 민주적 연방국가를 지향하는 민주파세력 간의 목표가 다르다며 “다양한 세력들이 제각각의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135개 소수민족 무장세력

버마족이 다수파를 이루고 있는 미얀마에는 135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무장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민족이 20개 정도다. 이들 중 다수가 1948년 미얀마 독립 이후 자치권 확대 등을 요구하며 정부군과 충돌하는 내전상태를 지속해 왔다.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깊은 산속 국경지대에는 정부군의 통치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주요 세력으로는 1947년에 설립돼 미얀마에서 가장 오래된 소수민족 무장세력으로 알려진 동부 카렌 주의 ‘카렌 민족동맹’(KNU), 최대 3만 명의 병력을 보유한 북동부 샨 주의 ‘와주 연합군’(UWSA) 등이 있다.

 

지난 2월 12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가연합기념일 행사장의 미얀마 정부군 의장대 모습. 2023.2.12. AP 연합뉴스
지난 2월 12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가연합기념일 행사장의 미얀마 정부군 의장대 모습. 2023.2.12. AP 연합뉴스

북부 샨 주의 중국인 거대 범죄집단

북동부 샨 주 북부지역에는 마약 밀매와 카지노 도박이 성행하는 거점들이 있고, 민족민주동맹군에도 이와 관련한 이권 확보 노림수가 있다. 최근 중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사기집단들의 거점도 샨 주 북부지역에 다수 산재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얀마 정부군에 단속 강화를 요구해 왔으나, 정부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불만을 품고 이들 거점에 대한 소수민족 무장세력들의 공격을 묵인했다는 관측도 있다. 쿠데타로 전권을 쥔 민 아웅 흘라잉 정부군 사령관이 반정부 무장세력의 최근 공세 뒤에 중국의 지원이 있다고 비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 공세가 전환점”

나카니시 교수는 “이번 공세는 정부군이 국경지역과 일부 내륙부에서 지배지역을 크게 잃게 된다는 의미에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투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계속돼 온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의 무력충돌로 송전망 등 사회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경제도 피폐해졌다. 정부군이 수습하지 못하는 장기간의 무력충돌로 인한 국민의 희생과 피폐는 정부와 정부군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군의 집단적인 이탈과 반정부 세력의 결속이 그 뚜렷한 징후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웅산 수치 등 전통적 저항세력 리더들을 빠른 속도로 교체해 가고 있는 듯 보이는 더 창의적이고 활달한 젊은 저항세력 기수들의 등장에도 주목했다.

 

미얀마 정부군과 중국군이 합동훈련을 벌인 지난 11월 27일 양곤 인근 틸라와 항에서 중국해군 호위함정 대원들(왼쪽)을 맞이하고 있는 미얀마 해군. 2023.11.27. AP 연합뉴스
미얀마 정부군과 중국군이 합동훈련을 벌인 지난 11월 27일 양곤 인근 틸라와 항에서 중국해군 호위함정 대원들(왼쪽)을 맞이하고 있는 미얀마 해군. 2023.11.27. AP 연합뉴스

외부세계의 관심과 지원 절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10월 말 이후 33만 5천 명의 피난민이 새로 발생해 피난민 총수가 200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외부 지원금이 부족해져 올해의 지원자금은 필요자금의 28%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미얀마 사태에 대한 외부세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기사에 썼다. 지금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북동부의 중국 윈난성과의 접경지대는 중국정부가 ‘일대일로’ 사업의 요충지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철도 건설 등 대규모 개발을 진행 중인데다, 양국간 국경무역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이 큰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런 미얀마 사태에 대한 서방의 관심은 쿠데타 직후 반짝 고조됐다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외부의 관심과 지원이 없을 경우 민주파 세력이 독자적으로 군부독재체제를 몰아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것은 미얀마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전선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이 잡지는 미얀마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라도 무기 등 물자 지원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을 통한 인터넷 접속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월 27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인근의 틸라와 항구에 정박한 중국해군 구축함 즈보 156함. 이날 중국군과 미얀마 정부군이 양국 접경지역에서 합동훈련을 벌였다. 2023.11.27. AP 연합뉴스
11월 27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인근의 틸라와 항구에 정박한 중국해군 구축함 즈보 156함. 이날 중국군과 미얀마 정부군이 양국 접경지역에서 합동훈련을 벌였다. 2023.11.27. AP 연합뉴스

중국군 접경지대서 대규모 군사훈련

‘1027 작전’ 한 달 뒤인 지난 11월 25~27일 중국군은 미얀마와의 접경지역에서 실전훈련을 벌였고, 28일에는 미얀마 정부군과 합동연습까지 실시했다. 이를 위해 중국해군 함선 3척이 양곤 부근 항구에 입항했다. 중국은 접경지역 무력충돌로 미얀마의 피난민들이 중국으로 몰려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바마 정권 때 미국이 미얀마 민주화에 관심을 쏟은 것은 중국견제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전략(Pivot to Asia)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미국의 관심사는 유럽 쪽으로 옮겨갔고, 최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까지 다시 터지면서 미국은 동남아 개입 여력이 없어졌다. 동남아에는 중국에 유리한 지정학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이 지배하는 말라카 해협을 피해 미얀마를 가로질러 인도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은 미얀마 내정의 안정을 바랄 것이다. 그럴 경우 군부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소수민족과 민주파 등 반정부 세력이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그리고 민심과 외부세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미얀마의 장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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