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에 적용돼 사표 없어
지역구선거에서 정당득표율 상응의석 초과분 확보땐?
군소정당은 부족분 50%만 보충해주니 0.5표 계산
거대양당은 1표 이상으로 인정받았으니 황송해해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논란과 위성정당 논란이 벌어지는 어디에서나 하나의 잘못된 생각이 통념으로 군림하며 확대 재생산된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학계에서도 잘못된 통념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한다.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 아래서는 거대양당, 특히 제1당이 받을 정당투표가 모두 사표가 된다는 통념이 그것이다. 이 통념은 곧바로 현행선거법을 유지하는 이상 위성정당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때 숨어 있는 논리는 위성정당이 분명히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인 건 맞지만 불법행위나 범죄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몇 가지 반대논리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들게 마련이다. 첫째는 게임의 룰은 여야합의가 필요한데 국힘당이 반대하면 위성정당방지법도 입법할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반론이다. 둘째는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어도 위성정당은 몰라도 자매정당은 막을 수 없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다. 셋째는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어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힘당 요구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할 게 분명한데 뭐 하러 헛수고를 하느냐는 반론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해서 현행 연동형선거법을 위성정당으로 두 번 무력화시킬 바에야 국힘당 요구를 받아들여 종전의 병립형 선거제로 깔끔하게 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반론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개정·위성정당 대처논란은 사상누각
이 모든 연쇄논리의 출발점을 이루는 것이 거대양당에 정당투표를 하면 사표가 된다는 통념이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확대재생산 행렬에 동참하고 있지만 조금만 검토해보면 이 통념은 현재의 연동형 선거법에 따른 선거결과를 종전의 병립형 선거법에 따른 선거결과로 혼동하는 바탕 위에서만 성립하는 완전한 착시의 산물로서 법질서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합법위장 불법행위의 공개적인 고무 선동을 함축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통념을 대전제로 삼아 세워지는 모든 연동형비례대표제 개정 논란과 위성정당 대처 논란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진실을 이번 글과 후속 글에서 밝힐 예정이다.
현행 연동형 아래서는 제1당을 다투는 거대양당에 정당투표를 하면 사표가 된다는 통념은 연동형선거법과 병립형선거법이 모두 정당득표율과 비례의석이라는 동일한 용어를 쓰지만 그 성격과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오는 개념적인 혼란과 착시현상이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연동형에서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을 나누는 기준이지 병립형처럼 비례의석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다. 연동형에서는 비례의석도 지역구의석수가 정당득표율 상응의석수보다 적을 때 그 부족분을 보충하는 용도이지 병립형에서처럼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눠주는 용도가 아니다.
거대양당 사표 논란은 병립형에서나 통할 셈법
거대양당이 건져 올린 정당투표가 사표가 된다는 통념은 연동형에서는 정당득표율이 높건 낮건 지역구의석수가 정당득표율 상응의석수를 상회하는 순간 비례의석을 한 석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정당득표율에 집계된 모든 표심에도 불구하고 비례의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표가 되었다는 주장이지만 철저하게 병립형에서 형성되고 병립형에서나 통할 잘못된 셈법이다. 전체의석을 나누는 용도로 바뀐 연동형 정당득표율을 비례의석만 나누는 용도로 쓰인 병립형 정당득표율과 혼동하고 지역구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는 경우에 한해서 보충용도로 사용하는 연동형 비례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는 병립형 비례의석으로 혼동한 데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거꾸로다. 연동형에서 정당투표가 쌓여서 만들어낸 정당득표율은 병립형에서처럼 비례의석에 대해서만 사표를 만들어내지 않는 게 아니고 전체의석에 대해서도 사표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연동형이건 병립형이건 정당득표율이 적용대상에 대해 반드시 그만큼의 의석수를 만들어내는 것은 동일하지만 병립형 정당득표율은 비례의석만 적용대상으로 삼는 반면 연동형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을 적용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비례의석(47석)을 넘어 전체의석(300석)에 대해서도 사표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연동형에서는 지역구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정당득표율 상응의석에 부족분이 있으면 비례의석으로 보충 받는다는 점에서 병립형에서와 달리 정당득표율이 지역구의석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특징이 있다.
연동형 정당득표율은 전체의석에 적용돼 사표 없어
정당득표율과 비례의석이 연동형과 병립형에서 너무나 뚜렷하게도 그 역할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용어를 쓰기 때문에 혼란과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어떤 정당이 지역구선거에서 정당득표율 상응의석 초과분을 확보했을 때다. 이때 통념은 그 정당이 정당득표율로 집계된 지지자들의 표로 비례의석을 한 석도 못 갖는다고, 이게 말이 되느냐고 속삭이며 정당지도부와 소속의원, 지지자 모두의 이기적인 마음을 충동질한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아무리 높은 정당득표율을 기록해도 그것으로는 비례의석을 한 석도 못 만들어내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문제의식과 그 문제의식을 단순화시켜 표현한 ‘연동형에서는 거대양당이 받은 지지자들의 정당투표가 사표가 된다’는 통념은 3% 문턱을 넘는 정당득표율은 많건 적건 비례의석을 만들어내는 병립형에서나 통할 뿐 연동형에서는 통할 수 없는 완전한 오류다.
정당득표율 상응의석 초과분 확보땐 사표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맞나? 연동형적 관점에서는 같은 현상을 동일한 정당득표율로 상응의석을 넘어 초과의석까지 합법적으로 갖게 되었으니 횡재했다고 보고 고맙게 생각해야 옳다. 연동형에서는 정당득표율에 반영된 지지자들의 표 하나하나가 대표가치를 못 갖는다는 의미에서 사표가 되는 게 아니라 초과의석까지 쳐서 1표 이상의 대표가치를 갖는다는 게 진실이다. 거꾸로 우리 현행법은 군소정당에게는 부족분의 50%만을 보충해준다. 군소정당에 던져진 정당투표가 0.5표 대표가치밖에 못 갖는 점을 감안하면 거대양당과 지지자들이 연동형 아래서 엄청난 특혜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소정당은 부족분 50%만 보충해주니 0.5표 계산
이렇게 볼 때 거대양당의 지도부와 후보자들, 지지자들은 정당투표 하나하나의 가치를 1표 이상으로 인정받는다고 감지덕지해야 옳다. 그럼에도 거꾸로 사표가 된다고 불평하며 탈법행위를 합리화하는 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선거결과의 대표성과 비례성, 다양성을 강화하는 게 국민이 바라마지 않는 선거제 개편방향이라면, 거대양당과 현역의원은 현행 연동형선거법에서 구조화된 정당투표의 부등가성과 불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해 비례의석 확대와 위원정수 증원에 노력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게 해서 위성정당 착시현상이 파고들 초과의석 발생 여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마땅하다.
이제 결론을 맺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대양당의 정당투표 사표론은 100% 개념적 혼동과 이기적 착시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 위에 서 있는 모든 후속논리와 통념 역시 논리적인 파탄을 면할 수 없다. 연동형 선거법 논란과 위성정당 논란에서 흔히 발견되는 잘못된 통념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7편의 시리즈 글을 거대양당 정당투표 사표론으로 시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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