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권강화로 소득늘고 '대번영시대' 구가
한국도 87년 이후 노조활성화가 중산층 키워
윤 정권, 노조 악마화·탄압…경제는 어려워져
헌법정신 살리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
지난 9월 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이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에 나섰다. “임금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하다, 끝까지 투쟁하라.” “미국은 월가가 세운 나라가 아니다. 중산층이 세운 나라다. 그 중산층을 세운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자동차노동조합(UAW)의 목소리가 아니다. 파업 현장을 직접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노조의 파업 현장을 찾아 메가폰을 들고 노조를 지지응원하고 나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생각해 노조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 아니다. 정치적 행보가 아닌 철저하게 계산된 경제적 행보였다.
노동조합이 일군 한국과 미국의 ‘대번영 시대’
노벨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1940~1970년 시대로 뽑고 그 시대를 ‘대번영의 시대’라 불렀다. 그리고 그 ‘대번영의 시대’가 가능했던 가장 큰 동력으로 노동권 강화와 노동자들의 소득증가를 뽑았다. 대공황 이전에 노조가입률은 약 10% 수준에 그쳤지만, 1945년에는 무려 35%까지 증가했다. 노조가입률 증가와 노동권 강화 덕분에 노동자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미국 경제사에 있어 처음으로 소비여력이 있는 건강한 중산층이 만들어졌다. 건강한 중산층의 소비가 크게 활성화되면서 미국 경제가 ‘대번영의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1980년대 이후 레이건 대통령이 열었던 ‘신자유주의’시대를 ‘대격차 시대’라 불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대격차 시대’의 시작을 바로 노조 탄압에서 찾았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노동권의 약화되어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기 시작했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내수 소비가 위축돼 결국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42년생이다. 미국 경제의 이 모든 흥망성쇠를 직접 몸으로 경험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노조 파업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노조를 응원했던 이유다. 노조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곧 미국 경제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대번영의 시대’가 있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황금기를 1987~1996년 10년간으로 꼽는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비로소 절차적 민주주의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조합이 대거 만들어지면서 우리 노동자들이 사실상 처음으로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가입률이 2021년 기준 약 14% 수준이지만 약 30년 전인 1989년에는 20%를 넘어섰고 조합원도 200만 명이 넘었다. 당시 한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19%를 넘어서는 등 이전에 비해 노동자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도 처음으로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만들어졌다. 민주주의가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노동조합이 대거 만들어졌고, 이에 노동권이 강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해 우리 경제가 지금의 초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요약하면,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노동권이 강화되고 노동자들 소득이 증가했을 때 장기 호황을 맞이했고, 민주주의와 노동권이 약화되고 노동자들의 처우가 나빠졌을 때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서 경제가 장기 침체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노조 탄압으로 최악 치닫는 윤석열 정권의 경제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노조를 ‘악마화’하며 탄압하는 정부가 있다. 바로 윤석열 정부다. 노사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도모해야 할 경사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모 기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가 없어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군사독재정권 때도 들을 수 없었던 망언이다. 건설노조를 향해선 ‘건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조직폭력배 취급을 했다.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원희룡 장관은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다.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다. 심지어 화물노동자의 파업에는 ‘북핵의 위협’과도 마찬가지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노조가 북핵의 위협과 같다면 우리나라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의 크기만큼이나 우리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73억 달러로 단군 이래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임기만 보면 2023년 올해 10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무려 59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IMF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 순위가 북한보다 못한 세계 200위로 추락했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올해 9월 기준 나라살림 적자가 70조 원을 넘어섰다. 또 세수 펑크 규모도 올해 말이면 60조 원을 넘어 70조 원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순방 때마다 해외엔 돈 퍼주기 바쁘다. 나라 곳간을 텅텅 비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곳간을 태우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5년 만에 일본에도 뒤처질 위기에 처했다. 국민소득도 줄어들어 20년 만에 대만에도 역전 당했다. 순식간에 나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눈 떠 보니 후진국’이다.
경제는 노동이 가장 기본값이다. 노동 없는 경제성장은 없다. 노동권이 약화되고 노동자들의 처우가 나빠지면 어김없이 경제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별한 경제 이론과 숫자로 증명할 필요도 없다. 역사가 증명한다. 지금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렇다.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본값인 노동을, 또 노동하는 사람을 악마화하며 탄압하는데 어떻게 경제가 좋아진단 말인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 사용자들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한 것이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이다.
30여 년 동안 구천 떠도는 노동자들 영혼 달래려는 법
이처럼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혜택을 보장하는 법안이 아니다. 30여 년간 무시당한 헌법 제33조 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대한민국 최상위 최고규범 헌법을 지켜달라는 법안이다. 47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쌍용차 노동자와 그의 가족 수십 명이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살아남은 이도 여전히 아비규환의 삶이다. 그러니 ‘노란봉투법’은 사람을 살리는 법안이다. 집단학살 방지법이다. 구천을 떠돌고 있는 한 서린 영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혼 법안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 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내용에 심각한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헌법학자의 해석을 굳이 강조하고 싶지 않다. 그냥 간절히 부탁드린다. 제발 거부권 행사를 거둬주시라. 그것이 대통령이 입만 열면 그토록 강조한 ‘민생’을 챙기는 일이고 대한민국 정상화의 길이다. 그리고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국민들을 살리는 길이다. 간절히 부탁드린다. 경제 좀 살려 주시라. 사람 좀 살려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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