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9일 본회의서 노란봉투법, 방송3법 처리 방침

국민의힘, 의원 60명으로 1인당 3시간 필리버스터 준비

1번 주자 임이자…권성동 의원이 2번 주자로 나서

민주당, 토론 종료 요구권으로 조기 종결…13일까지 처리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법안 시행 막을 듯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처리할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에 민주당은 토론 종료 요구권으로 맞서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통해 두 법안을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월 9일부터 본회의가 시작되는데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법안 처리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의미한다.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 업체 노동자도 원청사와 단체 교섭을 할 수 있게 되며 파업권 행사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된다. 노란봉투법은 한진중공업 파업 이후 회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열사의 사망 이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총파업 등에서 노동자들의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입법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방송3법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의미한다. KBS, MBC, EBS 등의 이사회를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의 이사 추천을 최소화해 공영방송이 정치권 세력 구도 변경이라는 외풍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방송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4개 법안은 본회의에 직회부 됐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9월 ‘여야 합의 우선’을 거론하며 상정하지 않으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9일 이 법안 처리를 추진하면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196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준연 의원 구속동의안 관련,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2019년 공수처법 반대, 2020년 국정원법 개정 반대, 2022년 검수완박 반대를 위해 필리버스터가 활용됐다. 이는 모두 당시 야당이 한 것으로 집권 여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수당으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한 이 법안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노란봉투법은 현장에서도 수차례 많은 문제가 있었고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민생파괴법안이며 방송법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국민의 방송이 아닌 자신들의 방송을 만들겠다는 속셈을 감추고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8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8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60명 규모로 필리버스터를 준비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 전원이 참여하며 3선 이상 가운데서는 권성동 의원이 유일하게 참여한다. 1인당 3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세부적으로는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각 13명,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14명, 노란봉투법에 20명을 배정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윤한홍 의원과 이철규 의원도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관련 발언자 14명 중 각각 9번째와 14번째 주자로 나선다. 노란봉투법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는 임이자 의원이 나선다. 임 의원은 한국노총 출신으로 노동문제 전문가이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 종결 조항’으로 맞선다. 지난 2022년 검수완박 법안 표결 당시 회기 쪼개기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정기국회이기 때문에 단순 회기 쪼개기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정기국회는 다음 달 9일까지 회기가 잡혀있어 임의로 회기를 쪼갤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 동의를 의장에게 요구하고 24시간이 경과한 뒤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법안을 상정한 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곧바로 토론 종결을 요구하고 24시간 뒤에 토론 종결을 위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민주당 168석, 정의당 6석, 진보당 1석, 기본소득당 1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6석 등의 의석 분포를 보이고 있어 5분의 3 이상인 179표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모두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 노동조합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반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종결한 뒤 해당 안건에 대해 투표를 실시해 통과시킨 후 다음 법안을 상정하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다시 동일한 절차를 거쳐 24시간 이내에 종결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런 방식으로 13일까지는 4개 법안이 모두 처리될 전망이다.

이런 절차로 대응하면서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해 민주당 의원들도 연사로 나서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도 참여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4개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이 불법파업조장법(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강행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꺾지 않음에 따라 정국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부당함을 국민께 호소하고 대통령에게 법의 악영향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서 200표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야권에서 확보할 수 없는 의석수이기 때문에 양곡관리법, 간호법과 마찬가지로 법안이 폐기 처분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남발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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