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서 정의구현사제단 월요시국기도회
“인간 위한 혁명, 사람 위하는 사랑 결단해야”
“교회, 빛과 소금의 역할 잃어버린 것 아닌가”
“냉전 시대로 빠르게 회귀, 여러 나라 적대국 돼”
“욕망 자극하는 속임수에 속지 말라고 외쳐야”
청계천에서 노동계급을 대표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해 갔던 전태일 열사의 53주기를 맞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전태일 열사처럼 빛이 되고 힘이 되고 길이 되어주자”고 다짐했다.
1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월요시국기도회’에서 성명서를 낭독한 최재영 신부는 “53년 전 오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암흑 속 횃불이 되어주신 전태일 열사의 소신공양을 기억하자”면서 “천지분간 못 하는 ‘하나’를 몰아낸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으며 쉽게 살려고, 편히 가지려 하고, 각박하게 자기 앞만 바라보는 뿌리 깊은 이기적 관성을 끊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 신앙은 이 땅이 어둡고 춥고 헐벗고 배고팠을 때 겨레의 마음속에 싹 틔우고 꽃 피웠다”면서 “천주교인들은 새 세상을 꿈꾸며 소리 없이 길을 냈다”라고 말했다. 최 신부는 또 “많은 사람들이 탐욕과 혐오, 적대와 환멸의 도가니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사방 둘러봐도 희망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누구 하나 바라볼 사람마저 없으니 쉽사리 불안과 무력감의 포로가 되고 만다”라고 말했다.
이어 “절제를 모르는 강자들의 광기와 이리저리 헤매고 떠도는 세태를 생각하면 우리의 신앙이 너무나 가벼워졌음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인간을 위하는 혁명, 사람을 위하는 사랑을 결단해야 이 겨울을 견디고 새봄을 맞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현배 신부는 강론을 통해 “대통령이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지원하겠다고 발언하면 막상 그와 관련된 예산이 깎여 있다”면서 “정부 관료들이 말을 안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은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라고 했는데 소금이 그 맛을 잃어버리면 버려져 발에 짓밟힌다”면서 “오늘날 한국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윤석열 대통령도 가톨릭 신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면서 “하나님의 백성 숫자도 늘려가야 하지만 인간의 모든 조건을 복음에 맞게 바꾸어 갈 때 교회는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미국 거주 천주교 신자 장 스테파노 씨는 “많은 동포들이 한미일 동맹을 맺으면 러시아, 중국, 북한이 가만히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면서 “영부인이 마치 자기가 대통령인 것처럼 나서서 해외에서 너무 쪽팔린다”라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박문수 씨는 “신냉전으로 가는 길에 다른 나라들은 피하려고 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냉전 시대로 너무 빨리 회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세계 여러 지역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도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독자적 전략을 가진 상태에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남이 시키는 일에 힘자랑하고 있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나라를 적대 국가로 만들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백장현 씨는 “고양, 파주, 양주, 의정부, 동두천, 연천 등 접경지대 주민들이 불안감이 크다”면서 “만약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드론이 날아다니고 이를 격추하기 위해 포사격이 실시된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정부자연에너지협동조합 정영희 씨는 “환경부는 일회용 컵 규제를 유예하더니 이제 없애겠다고 한다”면서 “나아가지는 못하더라도 제자리에는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국민이 이상한 건가?”라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세진 씨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가장 빠르게 퇴행한 것이 바로 노동정책”이라면서 “주 52시간제로 되어있는 것을 주 69시간, 더 길게는 주 81시간까지 노동시킬 수 있게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져 언제 잘릴지 모르고, 언제 잘리더라도 실업급여가 축소될 수 있다”면서 “노동 개악, 노동 후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 송년홍 신부는 “이런 정권을 그냥 둬야 하는가”라면서 “3년 반만 있으면 지나가니까 인내하자고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움직여야 하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속임수에 속지 말라고 외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시민과 신자 600여 명이 참여했다. 시국기도회는 다음 주에 한 주 쉰 뒤 27일 오후 7시 경남 마산교구 사파동 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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