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시국기도회’서 발언
“주인된 국민 마음으로 함께 싸울 것”
윤석열 ‘역사왜곡’ ‘이념편향’ 비판도
윤미향 “간토학살 추모가 종북인가”
사제단 “대통령 헌법 전문도 모르나”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불참하고 어릴 적 다니던 교회에서 급조된 '셀프 추모예배'를 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태원 유가족이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최유진 씨 아버지 최정주 씨는 6일 오후 7시 30분 경기 수원시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비상대책위원장 송년홍 신부) 월요시국기도회에서 "유가족은 대통령을 추모대회에 초대하고 참석해 달라고 수없이 목놓아 외쳤지만, 그날 대통령은 어릴 때 알던 교회를 막무가내로 찾아가서 일반 기독교인도 아닌 대통령 측근, 여당 인사들과 그들만의 예배를 보고 '추모예배'라고 칭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고,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자가 대통령이란 것을 지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을 상기하듯 성경의 '잠언' 구절을 읊었다.
"미련한 자의 귀에 말하지 말지니, 이는 그가 네 지혜로운 말을 업신여길 것임이니라.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미련한 자의 입은 그의 멸망이 되고, 그의 입술은 그의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 개가 그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것과 같이 미련한 자는 그 미련한 것을 거듭 행하느니라."
최 씨는 잠언 구절을 읽은 뒤, "구구절절 마음에 새겨본다"고 했다.
아울러 최 씨는 지난해 11월 사제단이 추모미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부른 데 대해 "정말 수많은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고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며 "유진이의 이름이 신부님의 입에서 처음 세상에 알려지는 그 순간, 제 딸 유진이가 미련한 자들에 의해서 존재도 없이 취급되다가 비로소 하나의 존엄한 인간으로, 국민으로 실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는 정치적 참사'라고 말한 최 씨는 "국가의 국민은 주인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참석한 신자와 시민들에게 "참사 기억하고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사랑하는 유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국가의 주인된 국민의 마음으로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윤석열, 사법고시 보고도 헌법 전문도 모르나"
시국기도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과 이념 편향 문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강론을 맡은 전합수 신부는 "해방 이후에 상해 임시정부 적통을 이어받는다고 분명히 헌법에 명시했다"며 "이 정부는 미국 영향 아래 정부가 수립되고, 그 보호 아래 첫 번째 대통령이 된 이승만의 정부가 우리나라 대한민국 역사의 시작인듯 이야기하고, 그렇게 역사를 호도해가고 있는 것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다"며 "당신은 고시공부를 하고 헌법개론을 포함한 사법 시험을 보고 분명히 검사가 된 분으로 아는데,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외우다시피했을 텐데, 어찌 헌법 전문에 나와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과 유래도 망각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또 "가장 기초적인 대한민국 역사부터 혼동하고 건국을 이승만 정부에 기초해서 75주년이라고 하고 대한민국 군대의 시작도 독립군 역사를 빼고 이승만 정부에서 시작해 미국의 지도를 받아 시작한 군대라고 한다면, 심지어 육군사관학교 뿌리도 광복군이 아니고 미군정이 설립한 군관 양성학교라고 한다면 어찌된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전 신부는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에 대해 "5000년 역사동안 흘려내려 온 부당한 외세침략 거부와 투쟁의 정신, 민족의 자존심과 진리추구의 정신이 함께 추락하고 수렁에 처박히는 거 같아 두렵고 분하고 안타깝다"며 "이런 꼴통들, 나라의 역사도 모르고 진정한 민족의 주체성과 자주성도 모르는 인간들은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분개했다.
"간토학살 추모가 종북이라는 윤석열 정부"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윤미향 의원(무소속)도 연대발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올해가 간토 학살 100주기였다. 간토 대지진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최소 6661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며 "간토 학살을 추모했다고 하여, 한마디 추모하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방송이 국체를 흔드는 세력, 종북주의와 손잡고 반일 선동한다라고 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과거사를 대하는 인식"이라고 했다.
또한 윤 의원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아이들이 희생당하고 있고, 10분마다 1명씩 죽음을 겪고 있다.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외친 아우성이 심상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 장면에서) 13살 평양에서 중국으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18살에 해방되어 평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분단된 남쪽에서 삶을 살아오셨던 길원옥 할머니의 절규가 보였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할머니들)이 말씀하신 것은 하나였다.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를 만들지 말라, 다시는 이 땅에 어떤 전쟁도 있어서 안 된다, 누구도 사람을 죽이는 전쟁은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역사를 팔아서 한마일 군사동맹을 세우고 그것을 통해서 한반도에 다시 전쟁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지난 3년간 진행된 검찰의 수사와 재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대협에서 30년, 20년 혹은 15년 청춘을 바쳤던 활동가들은 모두 사적 이익을 위해 할머니 곁에 머무른 사람이 됐다"면서, 검찰의 마녀사냥식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고통스러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참담해 하기도 했다. "저는 그래도 견뎌냈는데 이렇게 살아있는데 그녀는 힘들었나 보다"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여기 사제님들과 촛불시민들, 세계 각지에서 손잡고 연대하는 재외동포들이 있어서 겁나지 않는다"며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식을 철회시키고, 2015 한일합의를 통해 만들었던 굴욕의 역사를 정상화시키겠다. 피해자가 만든 존엄의 역사, 인권과 명예 회복을 다시 우리 시민의 손으로 세우도록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시민들은 "연대는 희망이다"라는 구호로 화답했다.
"오염수 방류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 해야"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월요시국기도회'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경기 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처장이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 폐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연대를 호소했다.
김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에 아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우리 편이 아닌 일본 편을 들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민 요구에 귀 기울이고 방류를 막기 위해서 실질적 조치를 해야한다. 실질적 조치를 할 수 있게끔 (시민들이) 계속 목소리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으로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중이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 원전확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기후위기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답지 않은 짓 한다면 짐승"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여 명의 신부, 30여 명의 수녀, 600여 명의 신자와 시민들이 참석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민생파탄 무능정부 윤석열을 탄핵하라" "독립역사 부정하는 윤석열을 탄핵하라" "노동자를 탄압하는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미사 주례를 맡은 서북원 신부는 제단에 올라 "공정과 정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집권한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빈말이거나 사기 수준을 넘어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옛날 속담에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이라야 사람이지'라는 말이 있다. 즉, 사람답게 행동해야 진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람답지 않는 짓을 하는 사람은 짐승과 다를 바 없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서 신부는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국민들은) 권력자 부부의 천박한 언행과 무도한 행정에 모욕당하고, 일본 순사 앞잡이 같은 언론에 모욕당한다"면서 "무능, 무지, 무책임, 무도, 무법, 매국으로 나라를 온통 파국으로 몰아가는 이 정권을 하루 빨리 끝장내주시고 저희는 승리의 그날까지 부활의 기쁨으로 살아가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쓰게 하소서"라고 기도를 올렸다.
사제단은 전태일 열사 53주기인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의정부교구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월요 시국기도회를 이어간다.
관련기사
- “10월 단풍처럼 떠나간 이여! 잊지 않고 함께 하리라!”
- 윤석열 '셀프 예배쇼' 교인들도 분노…"교회가 만만한가"
- 사제단 “10%만을 위한 기득권 집권세력…속지 마시라”
- 정의구현사제단 "검찰독재 종식할 때까지 저항할 것"
- 천주교 사제단 “부산이 디비지면, 나라가 디비진다”
- 정의구현사제단에 '테러 예고' 메일…경찰 수사 요청
- 대통령 비서실장 "셀프 추도예배가 더 진정성 있어"
- 이태원 참사 규명 독립 기구, 유엔도 권고…귀 막은 정부
- 대통령이 종교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 사제단의 다짐 “전태일 열사처럼 빛과 힘이 되어주자”
- 올해 마지막 시국기도회…사제단 "약자 편에 서라"
- 사제단 "다시 시작하자…우리는 대통령 탄핵도 이끌어"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