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휴전도 물자 반입도 거부

미국도 이스라엘도 “휴전은 평화의 적”

‘2개의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론 불가능

‘이-팔’과 닮은 현재 ‘한-일’ 분쟁 구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방어 권리를 미국이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2023.10.13. 신화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방어 권리를 미국이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2023.10.13. 신화 연합뉴스

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우리는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을 거부한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반입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휴전을 거부한다”

이는 하마스 쪽이 인질들을 풀어 준다면 ‘일시적인 휴전’, 즉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잠시 중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하마스를 완전히 분쇄해서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그만두는 휴전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정권의 기본 방침이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 제거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면서,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최고의 친구만이 할 수 있는 조언으로 전달했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물자 반입을 늘리면서 하마스가 이를 가로채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연료를 가자 남부의 병원에 전달하는 방식을 특정했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얘기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도지원을 위한 논의에서 일정한 진전을 본 것처럼 들리지만, 하마스 제거라는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휴전은 없으며, 다만 일부 인질들이 풀려나거나 최소 물자 반입이 이뤄질 때에 한해서 일시적인 휴전은 허용할 수 있다는 네타냐후 정권 방침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가 ‘일시적인 휴전’ 조건으로 얘기한 ‘인질들의 귀환’이 인질 전체의 석방이 아니라 부분적 귀환(석방)도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고, 블링컨 장관이 네타냐후 쪽을 설득해서 얻어낸 성과라면 그런 정도가 아닐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인접한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육지와 해상, 공중에서 하마스의 지휘통제소 등을 향해 대규모 공격을 퍼부어 무장 조직원 13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23.11.03.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인접한 가자지구 국경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육지와 해상, 공중에서 하마스의 지휘통제소 등을 향해 대규모 공격을 퍼부어 무장 조직원 13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23.11.03. AFP 연합뉴스

미국 “일시적 휴전은 휴전이 아니다”

이는 전날인 2일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담당 조정관이 한 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가 지난달 20일 인질로 삼고 있던 미국인 모녀를 석방했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설득해서 전투를 일시 중단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도 “원조를 계속하고, 인질을 포함한 사람들의 안전한 탈출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전투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몇 번이든 인질이 석방될 때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 등 공격을 그때만 잠시 중단시키도록 하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못박았다. (전투) 중단, 즉 휴전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것”이며,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이 말만으로는 안심이 안 됐던지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것은) 일반적인 정전이나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건 절대 정전(휴전)이나 종전이 아니야, 오해하지 말어’라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혼연일체의 미국과 이스라엘

그러니까 바이든 정부는 대통령부터 국무장관, NSC 조정관에 이르기까지 하마스가 제거될 때까지 (일시적인 잠깐의 전투 중단을 빼고는) 절대 휴전을 하지 않겠다는 네타냐후 정권의 방침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거의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다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적게 죽을 수 있도록 주의하면서 공격해 달라고 친구의 입장에서 정중하게 요청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두 나라 정부는 거의 혼연일체의 통일된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 된 건물 잔해 위에 앉아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이후 사흘 연속으로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했다. 2023.11.03.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 된 건물 잔해 위에 앉아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이후 사흘 연속으로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했다. 2023.11.03. AP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휴전은 평화의 적”

11월 2일 <이코노미스트>에 “왜 이스라엘은 싸워야 하나-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이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하마스의 힘을 분쇄하지 않는 한 평화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미 가자지구 건물 10개 중에 하나 꼴로 무참한 파괴가 자행돼 8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죽임을 당하고(3일 현재 9000명이 넘었다고 발표됐다) 연료와 식품, 전기, 물까지 끊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네타냐후 정권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부도덕하다고 비판하지만, 그러나 하마스 분쇄를 위한 싸움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이 기사는 주장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공급의 원천으로, 군대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비극적이지만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궁극적 목적은 홀로코스트 등으로 존재 말살의 위기를 겪었던 유대인들이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박해받지 않는 땅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마스가 가자를 지배하는 한 그것도 평화도 불가능하다고 그 기사는 주장했다. 따라서 하마스와 그들의 무기, 그들의 전사들을 제거하지 않고 휴전하는 것은 평화의 적이 되는 것이다.

폭력의 연쇄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배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그들의 간부들을 죽이는 것이며 군사적 인프라를 박살내는 것이다.

마치 극우 네타냐후 정권 중추를 비롯한 이스라엘 우익 내셔널리스트들의 극단적이고도 단순명쾌한, 뒤틀린, 졸렬한, 끔찍한 정신세계를 비판하고 비웃어 주기 위해 쓴 듯한 이 기사가 묘사하는 네타냐후 정권의 정신세계와 바이든 정권의 그것은 꼭 같다고 할 순 없을지 몰라도 거의 쌍둥이처럼 닮았다.

문제의 근원은 이스라엘

이들 주장의 요체는 세상의 모든 불행은 하마스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인 듯하다. 하마스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졌으며, 하마스 때문에 대립과 파괴가 시작됐고, 하마스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마스만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고 세상은 정상화될 것이며,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 식의 얘기다.

그러나 하마스는 1987년에 이스라엘의 폭압적인 지배에 항거해 팔레스타인인들이 들고 일어나 1993년 오슬로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전면적인 불복종 저항투쟁을 벌인 제1차 ‘인티파다’ 때 결성(1987년 12월 14일)됐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문제는 하마스 때문에 생기고 꼬인 게 아니다. 하마스가 생겨나기 전, 이스라엘이 만든 문제 때문에 인티파다가 일어났고 그 결과 하마스가 생겼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자체가 팔레스타인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이스라엘 때문에 생겨냤다. 이스라엘이 유대교 문서와 ‘성서’를 토대로 한 그들만의 믿음을 근거로 ‘하늘이 내려주신 땅’이라며 팔레스타인 땅에 대대로 살아오던 사람들을 몰아내고 유대인 국가를 건설한 데서 비롯됐다. 구미 열강들이 감당하지 못한 유대인 학살 등 비극적인 자기들 내부 모순을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제의 근원은 이스라엘이지 하마스가 아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부터 바뀌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하마스라는 전쟁범죄 테러집단을 제거(교정)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문제를 만들어낸 이스라엘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설사 힘으로 하마스를 제거했다 하더라도 또 다른 하마스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의 한 농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선거 유세에서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그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11.02.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의 한 농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선거 유세에서 "미국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그들은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11.02.AP 연합뉴스

‘2개의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 정권으론 힘들 것

바이든이 말했고, 프랑스 마크롱 등 다수의 유럽 정상들이 입에 올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의 국가’ 해법도 네타냐후 정권을 그대로 두고는 실현 불가능하다. ‘2개의 국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쪽의 상호 양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또는 하마스에 가장 적대적인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협력 정파들이 그것을 수용할 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1993년 미국이 중재한 오슬로 협정을 통해 야세르 아라파트와 그런 방식의 타협을 택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1995년 극우 청년의 총에 맞아 숨진 역사가 있다. 1976년 팔레스타인 급진세력이 납치한 항공기의 인질 구출 작전이 벌어진 우간다 앤테베 공항에서 총에 맞아 숨진 이스라엘 특공대원이 네타냐후의 형이었다는 사실도 그런 식의 타협과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네타냐후 정권부터 제거해야

<이코노미스트> 기사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하마스뿐만 아니라 네타냐후 정권도 제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는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사전에 알아채지도 못했고, 사건 발생 뒤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1996년부터 여러차례 집권해 온 그의 강고한 이스라엘 수호자로서의 평판은 풍비박산 났으며, ‘사법개혁’ 명분으로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나라를 분열시켜 하마스의 기습에 기회를 제공했다.

하마스가 이번 행동에 나서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는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구에서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 유대인 정파들을 앞세워 맹렬하게 추진한 불법적인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이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올해에만 유대인들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고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주민이 247명이나 됐다. 의회 과반 미달로 단독집권이 불가능한 네타냐후는 극우 정파들과 손잡고 ‘팔레스타인 지우기’를 밀어붙였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그는 거의 막무가내로 하마스 분쇄를 외치면서 전시내각을 만들어 권력 누수와 보류된 부정부패 처벌을 막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네타냐후 버릴 생각 없는 미국

미국 정부는 그런 네타냐후 정권과 손잡고 2020년 ‘아브라함 합의’로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그리고 모로코와 수단을 이스라엘과 화해하게 한 뒤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정상화로 미국 주도의 중동지역 질서 안정화를 꾀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잘 돼 가는 듯이 보였다.

지난 10월 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중동지역은 지난 10년간 분쟁도 없이 조용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라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것은 그 닷새 뒤였다.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문제를 풀려면 네타냐후 정권도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한 권고도 바이든 정부는 받아들일 기색조차 없어 보인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호주 미국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조현동 주미 대사(가운데)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장관 고문에게 2023년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을 수여하고 있다. 조현동 대사와 모리 고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각각 대신해 미국 존 F. 케네디 재단이 수여하는 2023년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을 받았다. 2023.10.30. EPA 연합뉴스
캐럴라인 케네디 주호주 미국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조현동 주미 대사(가운데)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장관 고문에게 2023년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을 수여하고 있다. 조현동 대사와 모리 고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각각 대신해 미국 존 F. 케네디 재단이 수여하는 2023년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을 받았다. 2023.10.30. EPA 연합뉴스

‘이-팔’과 닮은 ‘한-일’ 분쟁구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처리를, 문제를 만들어낸 일본 우익세력이 아니라 그 피해자인 한국이 ‘제3자 대위변제’하게 하는 기이한 편법으로 풀게 하고,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한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를 문제삼지 않고 그 피해자들 항변을 ‘괴담’으로 몰아가며 그로 인한 수산물에 대한 불신과 건강 위협, 검역, 해수 방사능 조사 등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이게 만든 것도 닮은 구조다. 미국의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한테 케네디가의 '용기있는사람들 상'을 준 이유가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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