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후보자 과거 칼럼 보니 '친윤·편향' 뚜렷
국힘당 '정치 훈수'도…대선 땐 '캠프 참모' 처럼
10년전 "가장 강력한 대통령, 슈퍼 박근혜" 칭송
문 정부엔 폄하·비난, 이재명엔 정치적 공격 일색
언론단체·KBS 노조 "윤석열 친분 빼면 자격 없어"
공영방송 사장에게는 어떤 능력과 자질이 요구되는가? 사장으로서 경영능력과 리더십이 필요하겠지만, 방송 그것도 공영방송의 사장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요구된다. 방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함께 정치적 중립,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능력은 필수적이다. 그런 능력은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과거에 후보가 한 말과 쓴 글,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다.
KBS 이사회가 파행을 거치면서 지난 13일 여권 추천 이사들이 단독 표결로 결정한 차기 KBS 사장 후보는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남았지만 임기 1년반 만에 18번이나 국회를 무시하고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박민 사장 후보자는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적합한가? 신문사 편집국에서만 지내온 그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은 검증된 바 없다. 방송에 대한 식견을 말하자면 ‘무경험자’다. 이런 미달 자격을 접어두고라도 더 중요한 문제는 그가 과거 보여준 극단의 정치적 편향성, 그리고 우파 정권을 위한 어용 행보다.
문화일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선정보도와 극악스런 왜곡보도로 유명한 신문사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청와대로부터 정권 홍보 기사를 주문받아 생산한 사실이 얼마전 드러나 한국언론에 부끄러운 오점을 남긴 매체다. 석간으로 발행부수가 많지 않고 영향력이 크지 않아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극우성향 언론이다.
이런 문화일보에서 기자를 거쳐 주요 직책인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지낸 박 후보자가 쓴 글을 보면 예상대로 ‘극우 편향성’이 뚜렷하다. ‘보수진영’ 대통령 시절에 용비어천가를 바친 어용 언론인의 흔적도 남아있다. 특정 정당(국민의힘)의 편에 서서 노골적으로 훈계하는 ‘정치 훈수꾼’ 언론인이기도 했다. 반면 ‘진보진영’ 대통령과 정치인에게는 집요하고 폭력적인 언사로 비판을 쏟아냈다.
문화일보 시절 박민 논설위원은 지난해 여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친윤세력의 갈등이 커지자 ‘이젠 윤석열 대통령이 나설 때’(2022년 8월31일) 제목의 시론에서 이렇게 썼다.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동시에 국민의힘 1호 당원이다. 따라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권력투쟁에 빠져있는 여당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개입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일 필요는 없다…국민의 입장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비전을 탐색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때다.”
언론의 칼럼이라기보다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국민의힘 당보에 쓴 ‘윤 대통령 지침서’로 보인다. 애정어린 훈계와 지침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시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2022년 12월23일)에서는 “윤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분기점에 서 있다…윤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다. 국민을 믿되 윤석열다움을 잃지 말고 내일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라고 역시 애정 담긴 훈수를 뒀다.
3개월여전인 올해 7월에는 ‘창조적 파괴자 윤석열의 숙명’(2023년 7월21일) 시론에서 “윤 대통령은 ‘파괴자’의 운명을 타고 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좌파 아이콘 조국 법무부 장관과 맞서 좌파 스스로 무능과 내로남불을 드러내게 했다”면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분출한 민심이자 시대정신이 좌우 기득권 세력 퇴출이었고 그 기대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에게 모인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10년전인 2013년 사회부장 시절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당선되자 ‘슈퍼파워 박근혜’ 제목의 칼럼(1월24일)에서 “박근혜 당선은 파워풀하다. 새누리당 원로·중진의원들이 박 당선인 옆에서 숨도 제대로 못쉰다고 한다…박 당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고 박근혜 찬가를 불렀다. 그가 칭송한 ‘가장 강력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됐다.
국민의힘에 대한 노골적인 정치 훈수, 선거 훈수 칼럼도 눈에 자주 띈다. 2017년 대선 때에는 ‘보수통합, 가치정립이 먼저다’(2017년 10월20일), 대선에서 새누리당(국힘당)이 패하자 ‘3대 정책투쟁에 야당 활로 있다’(2018년 1월17일)는 제목의 칼럼을 선사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움직임과 관련해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을 단일화로 하고, 여론조사 아닌 윤-안 결단으로 할 것, 시점보다 국민 인정 명분이 중요하며, 제대로 된 단일화가 남은 선거운동의 흐름을 장악할 것’(‘너무 늦은 단일화는 없다’ 칼럼, 2월25일)이라는 등 폭풍 조언을 쏟아냈다. 현직 언론인이 사실상 선거 캠프의 참모 역할을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어땠을까? 당시 칼럼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한 조롱, 폄하, 비난 일색이다. 표현 역시 ‘몽상’ ‘파산’ ‘폭주’ ‘헛구호’ ‘위험’ ‘포퓰리즘’ ‘흔들린다’ 등 부정적이다.
‘끝까지 김정은에 매달리는 문의 몽상’(2021년 8월9일) / ‘3대 간판정책 모두 파산하고 있다’(2019년 2월25일) / ‘단색 정권의 위험한 폭주’(2018년 11월19일) / ‘나라다운 나라는 헛구호였나’(2018년 10월31일) / ‘포퓰리즘과 문재인 정부’(2018년 10월12일) / ‘방향 잘못에 과속 겹친 위험한 운전’(2018년 9월17일) / ‘소득주도 성장은 위험한 이념이다’(2018년 8월29일) / ‘안보·경제·사법…근간이 흔들린다’(2018년 6월11일) / ‘달빛 정책은 위험하다’(2017년 8월30일) / ‘노무현·親文’부터 버려라(2017년 5월10일)
다음은 지난해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관련 칼럼들의 제목이다.
‘이재명의 리스크는 이재명’(2021년 11월19일) / ‘이재명 표절 내로남불’(11월2일) / ‘균열 시작된 이재명 거짓말 댐’(10월27일) / ‘정치인의 거짓말 수법’(10월22일) / ‘대장동의 정치적 위력’(10월13일)…
이랬던 언론인이 대한민국 공영방송 사장 후보로 적합할까?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의 KBS 사장들도 이처럼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일방적 찬가를 부른 언론인이었을까? 민주언론실천연합은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지키러 온 것이 아니라 파괴하러 온 것이 분명하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랜 관계, 막역한 사이라는 것 빼고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KBS 노조는 “전문성도 없는 무경험자가 권력과의 친분으로만 사장이 되면 개혁 명분을 잃을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립된 공영방송과 저널리즘을 실현하고자 하는 KBS 직원들의 자존심이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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