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장예찬 등 선출직 지도부는 자리 지켜

실질적 당 간판은 빠진 '선택적 사퇴' 눈가림

김기현 체제 유지에 "이대론 총선 폭망" 불만

"장수가 부하에게 책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나"

대통령실도 태평…"구청장 선거에 호들갑 떨어"

윤석열 "차분하고 지혜롭게" 하나 마나 한 소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3.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3. 연합뉴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으로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이 총사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전면 쇄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정작 가장 책임이 큰 김기현 대표는 자리를 보전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 기조를 바꿀 조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4일 서면 공지에서 "당의 안정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사흘 만이다.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은 각각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의 변을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하루속히 당이 하나 되어 당원과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면서 "책임 있는 당의 발전을 위해 내려놓겠다"고 적었다.

여기에 배현진 조직부총장과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동참했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총선 전초전'으로서 전국적 관심이 쏠렸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어두운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패했다. 2023.10.12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2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어두운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는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에 패했다. 2023.10.12 연합뉴스

그러나 김기현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인 조수진‧김병민‧장예찬‧김가람, 그리고 윤재옥 원내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실질적으로 당의 간판 역할을 하는 원내‧외 지도부는 사퇴 명단에서 모두 빠진 것이다. "이대로는 내년 4월 총선도 폭망"이라는 당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과는 동떨어진 미지근한 절충이어서 '선택적 사퇴'의 의미가 퇴색함은 물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는 여론의 냉소를 자초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체제 유지'에 대해 당내에서도 불만이 확산되는 기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다.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그 지도부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당 밖으로 눈을 돌리면 '용산'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공천하고 당을 이끌어 가면서 총선을 치를 훌륭한 분들이 있다"면서 "지금 지도부는 태생의 한계 때문에 총선 앞두고 또 '도장 들고 나르샤'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전 의원도 "임명직이 사퇴했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정성 없는 쇄신안을 내봤자 국민은 모두 꿰뚫어 본다"며 "보궐선거를 다시 하게 만든 당사자를 출마시키는 결정에 제대로 반대의견을 내지 않은 정당 지도부가 무슨 리더십을 갖겠는가"라고 정면 비판했다. 또 "말리고 반대해야 할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산의 뜻'이라며 우려들을 잠재웠던 인사들은 모두 선거 책임의 중심"이라면서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주요 결정을 하는 위치에 남는다면 어떻게 신뢰가 회복되겠나. 쇄신과 총선 기획 등 앞으로의 주요 결정에서 유책 당사자들은 배제돼야 한다"고 일괄 사퇴를 강조했다.

현직 의원들도 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부글거리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일요일인 15일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후임 당직자 인선과 함께 총선기획단과 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의원들이 김 대표의 거취 표명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가 재신임 투표, 험지 출마, 총선 불출마 선언 등을 놓고 고심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 입장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3.10.13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 입장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3.10.13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국정 기조를 전면 재검토하기는커녕 여전히 태평해 보인다. 보궐선거 직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선거 한두 군데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구청장 선거에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참모들과 만나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알맹이 없는 하나 마나 한 소리이면서 지금까지의 퇴행적 통치 방식에 별 변화가 없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1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에 회초리를 들었는데 여당 임명직 당직자 사퇴라니, 국민 보기에 민망하지 않나?"라며 "여당은 임명직 당직자의 총사퇴로 선거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은 김태우를 공천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3개월 만에 범죄자를 사면·복권해 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고, 대통령의 결정을 받들어 김태우를 공천해 준 것은 김기현 대표와 여당 지도부"라면서 "잘못한 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일갈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