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재산신고 누락, "몰랐다" 변명으로 일관

"비상장주식, 법개정 몰랐다" 해명도 사실과 달라

같은 재산신고 문제, 조국엔 '공무집행방해' 적용

법원, 전례 없는 단계별 억지 법 적용으로 유죄

조국만 적용되는 법리, 이균용만 피해가는 법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각종 무더기 의혹들에 휩싸인 가운데, 특히 재산신고 누락 부분이 주목된다. 10억 원에 달하는 가족의 비상장주식, 가족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1억2천여 만 원, 자녀의 재산 등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 같은 재산신고 누락은 명백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이균용 후보자는 공직자윤리법 상 허위재산 신고로 법원 내 자체 징계조차 받지 않았고, 매번 ‘몰랐다’라는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3.9.19 연합뉴스.

그런데 이균용 후보자가 ‘몰랐다’라고 변명하는 내용은, 그런 비상장주식 재산을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법 개정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수십 년간 법으로 잘잘못을 따져온 고위법관이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고 믿기조차 어려운 내용이다.

더욱이 그가 몰랐다는 ‘법 개정’의 실제 내용은 자신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재산신고 의무를 알면서도 허위 재산신고를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가 언급한대로 2020년에 비상장주식 관련으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사실은 있지만, 당시 개정된 내용은 비상장주식의 평가 금액(액면가->실거래가)에 대한 기준이었을 뿐, 비상장주식에 대한 신고 의무는 이 후보자가 첫 재산신고를 한 2009년부터 계속 있었다.

즉 2009년 이래로 계속 신고 의무가 있었던 비상장주식 재산을 24년간이나 재산에서 누락하고도 마치 2020년에 법 개정이 되면서 새로이 법적 의무가 생긴 것처럼, 그걸 몰랐다고 사실과 전혀 다른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더욱이 자녀들과 함께 본인 역시 매년 1천여만 원의 배당금을 받아왔으므로 매년 해당 지분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24년간 매년 재산신고에서 누락시켰다. 결국 의도적인 재산신고 누락의 정황이 짙은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올해 2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 선고에서는 동일한 재산신고 문제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정경심 교수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재산신고와 관련해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데도 전례도 없이 형법을 끌어다 적용한 것이다.

정경심 유죄, 전례 없는 단계별 억지 법 적용

앞서 검찰은 2019일 12월 31일 조국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형사 처벌 규정이 없는 공직자윤리법을 적용하며 다른 법률인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끌어다 붙였다. ‘공직자윤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라는 명분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잘못된 재산신고에 대한 처벌로서 과태료 처분만을 규정하고 있는 뿐 형사 처벌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법률 제정의 의도에 형사처벌을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그런 전례도 없다.

그런데 이같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의 조국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해 정경심 교수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해당 재판부는 이런 전례 없는 무리한 기소에도 유죄를 선고하기 위한 근거로서 2016년의 판례를 인용했다. 그런데 해당 판례에서 다룬 것은 공직자윤리위원회나 그와 비슷한 사례가 것이 아닌, 허위 등기로 법원 등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7297)

해당 사건의 항소심 판결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적극적 의사로 허위 무인(손도장)을 찍은 등기신청서를 등기관에 제출한 사건이었다. 적극적 의사로 등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점이 넉넉히 인정되는 사례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조국 1심이 정경심 교수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근거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에 대한 대여금이 투자금이었다는 판단으로부터 기초한 것이다. 즉 재산신고를 ‘누락’, 즉 축소 신고한 것이 아니고, 단지 정 교수의 돈이 대여가 아니라 투자였다는 문제였다.

그런데 이 ‘대여 vs. 투자’에 대한 지난 법원의 판단은 수차 엇갈렸다. 정경심 1심 재판을 처음 맡았던 송인권 재판장은 “민사에서는 투자가 아닌 대여로 본다”라는 잠정 판단을 밝혔었다.

 

정경심 1심 재판을 처음 맡았던 송인권 재판장, '투자 아닌 대여'로 잠정 판단. 조선일보 기사 캡처.
정경심 1심 재판을 처음 맡았던 송인권 재판장, '투자 아닌 대여'로 잠정 판단. 조선일보 기사 캡처.

이어 판결들 중 가장 먼저 나온 조범동 1심에서도 명확하게 ‘대여’라고 판단했다. 다시 몇 달 후 나온 정경심 1심에서는 판단이 바뀌어 ‘투자’라고 판단했으며, 그 한 달 후에 나온 조범동 항소심에서는 정경심 1심의 판단에 영향을 받아 ‘투자와 대여가 혼재된 형태’라는 이상한 판결을 내렸다. 이어 정경심 항소심에서는 다시 투자라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사실관계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요컨대 법원조차도 일관되게 투자라고 판단하지 못한 결과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의 경영이나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데다, 이 대여금 혹은 투자금에 대해 정경심 교수가 받은 것은 원금과 고정된 액수의 확정 이자였다. 즉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운영 수익이나 투자 성과에 따라 더 받거나 덜 받은 것이 전혀 없었다.

(코링크PE의 운영 상황은 회사 존속이 위태로울 정도로 극도로 나빴고, 그럼에도 정 교수에게 확정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줬다. ‘투자’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서 빌렸던 돈은 전액 사무실 운영비와 직원 월급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였다.)

상식과 판례들에 따라, 검찰의 지속적인 언론플레이와 무대포식 강공 일변도가 아니었다면 어떻게도 투자로 판단될 수가 없는 돈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코링크PE의 사업이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직무와 어떻게든 관련된 부분도 전혀 없었다. 검찰이 ‘조국 사태’ 초기에 수사를 해보기도 전에 무턱대고 언론에 흘려댔던 ‘관급공사’ 의혹, ‘스마트가로등’ 의혹, ‘2차전지 사업’ 의혹 등, 검찰의 투자라는 취지의 주장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 사실무근이었다.

결국 검찰은 수없이 압수수색으로 샅샅이 수사하고도 이중 어느 것 하나도 기소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직무연관성도, 영향력 행사도, 간접 영향으로 인한 부당 수익도 전혀 없었던 것이다.

요컨대, 백 번 양보해 대여가 아닌 투자였다고 치고 또 그래서 재산신고 내용이 사실과 달랐다고 치더라도, 그로 인해 공직자윤리법의 규제 취지를 거스른 부분이 없었고, 따라서 공직자윤리법 위반조차도 기가 막힌 판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무리하게 공직자윤리법 위반 판단을 내리고, 다시 그 판단의 전제 위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업무를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유죄를 내린 것이다.

요약하자면, 올해 2월 정경심 교수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유죄는, 검찰과 법원이 법리의 여러 단계에 걸쳐 무리한 법 적용을 단계마다 반복한 끝에 ‘빚어낸’ 것으로, 그 판단 결과는 실체적 진실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것이다.

조국만 적용되는 법리, 이균용만 피해가는 법리?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이같은 법원 판단에 비하자면, 이균용 후보자의 사례는 매우 심각하다. 조 전 장관의 사례가 객관적으로도 사실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법원의 판단조차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다분히 억울한 면이 많은 반면, 이 후보자의 사례는 그 스스로조차 ‘몰랐다’라는 변명만 수없이 반복할 뿐이다.

 

'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18 연합뉴스.
'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18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매년 수천만 원의 배당금을 받아오면서도 가족회사에 대한 1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지분은 아예 숨겼고, 그에 대한 변명이라는 것이 ‘법 개정을 몰랐다’라는 주장이었던 데다 그 해명의 내용조차 거짓이었다.

‘몰랐다’는 해명을 믿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다시 말해 공직자윤리법을 적극적으로 위반한 정황이 역력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법원 내 징계를 따질 상황이 아니라 조 전 장관 전례에 따라 이 후보자에 대해 전격적인 수사가 이루어져야 마땅할 것이고, 같은 기준에 따라 엄중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일이다.

공직자윤리법이 교수이자 전직 법무부장관에게만 적용되고 법관 특히 대법원장 후보자는 처벌로부터 예외가 된다는 법 조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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