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과 '성시경' 중용하던 대통령들의 말로
이명박 '올드보이', 극우·뉴라이트, 검사의 나라
중장기 교육정책 추진 국가교육위에도 극우 임명
"홍범도 반민족 행위자"…흉상 철거도 뉴라이트
윤건영 "윤석열 정부는 김문수 등 유튜버 정부"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정권’으로 불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학 동문(고려대), 자신이 다니는 교회(소망교회), 동향(영남) 출신이거나 연고가 있는 인사들을 대거 요직에 앉히고 여기저기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 정권’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소영’ 중에 유독 ‘강남 땅부자’들이 많았던 탓이다.
뒤를 이은 박근혜 대통령은 ‘성시경 정권’으로 불렸다. 박 대통령은 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을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중용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약칭으로 불릴 수 있을까. 윤 정부는 ‘박보검 정권’(이명박·보수·검찰)이라 할 만하다.
최근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이동관 씨 등 이명박 정부 시절의 ‘올드 보이’들이 무더기로 귀환했다. 보수를 넘은 뉴라이트 계열의 극보수 인사들도 윤석열 정부의 호출을 받고 있다. 검찰 출신들은 윤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와 정부 요직을 꿰차고 있다. ‘박보검 정권’의 이 같은 정체성은 갈수록 굳어져만 간다.
대거 귀환한 이명박의 ‘올드보이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기 대통령실 대변인,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내며 ‘언론 탄압’ ‘방송 장악’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대표적 이명박계 인사다.
그는 벌써부터 ‘언론 손보기’에 나섰다. 지난 4일에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터넷 언론이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예고했다. 비판적 인터넷 언론을 폐간시킬 수 있다는 ‘협박’이다. 이 ‘협박’은 ‘입법’의 탈을 쓰고 조만간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7월 6일 문화특별보좌관(장관급)으로 이명박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유인촌 씨도 임명했다. 문화특보는 새로 만든 자리로 “위인설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 특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친 이명박 인사다.
‘이명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이재오 씨는 지난 7월 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민간단체로 오해하지만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용산 대통령실에는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
용산 대통령실에는 이미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등이다.
김태효 실장은 요즘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논란’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김 실장 등이 해병대 1사단장 임성근 소장을 무리하게 비호하려다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임성근 소장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었고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선임행정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외전략비서관이었다.
‘역술인 천공 보호’에 주도적으로 나선 김대기 비서실장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뉴스토마토 기자 4명,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등 6명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일 ‘뉴스토마토에 대한 언론탄압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2월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에서 ‘무속인 천공’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에 대해 기자 개인 대상으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형사고발을 강행했다”며 “현 정부의 언론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C 앵커 출신 김은혜 홍보수석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을 맡아 언론 대응을 담당하다 윤 정부의 ‘입’이 됐다.
김 수석은 특히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언행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방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이라는 기상천외한 해명으로 유명세를 날렸다. 지난 7월 김건희 씨의 리투아니아 초고가 명품 쇼핑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호객을 당한 것”이라는 신박한 해명을 내놔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보수인사, 뉴라이트, 극우 유튜버 중용
윤석열 정부 곳곳에는 극우 인사,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가 다수 포진돼 있다. 과거 한시절 진보였다가 극우나 뉴라이트로 변신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보수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과 겹쳐 있다.
한오섭 국정상황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재오 씨와 함께 민중당 활동도 했던 그는 전향 이후 뉴라이트 전국연합 정책실장을 맡는 등 극우 인사로 변신한 인물로 2000년대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했다. 국정 전반을 관리하고 대통령실로 들어오는 핵심 정보 취합을 담당하는 국정상황실장이란 자리에 맞는 인물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임명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냈다. 김 장관 역시 전향 뒤 뉴라이트로 변신한 인사다. 과거 뉴라이트 학자들의 모임인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일본이 조선의 근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 등 뉴라이트의 주장을 반영한 ‘대안 교과서’ 집필을 목표로 삼은 ‘교과서 포럼’에도 가담했다.
김 장관은 지난 2019년 뉴라이트의 대부로 불리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집필한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자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은 데 대해 “판사들이 전부 반일 종족주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지호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사무총장 출신이다. 그도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대안 역사교과서’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총괄부실장을 담당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선엽 장군은 친일파가 아니고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의 별”이며, 반면 “(일제강점기 의열단을 만들어 무장독립투쟁을 벌인) 김원봉은 북한 정권과 직결돼 있다”는 등 뉴라이트와 흡사한 주장을 했다.
국가교육위원회에도 극우 인사들 임명
윤 대통령은 중장기 교육 정책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신설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도 극우 인사들을 대거 임명했다. 국교위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은 이배용 국교위 초대 위원장을 임명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역사교과서의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이승만 독재’ 삭제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도 친일과 독재를 왜곡하거나 심지어 미화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다. 이 위원장의 ‘자유민주주의’는 오늘날 윤석열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돼 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강혜련 국교위 비상임위원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홍범도는 반민족 행위자?
그런가하면 명지대 교수인 강규형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는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그는 과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두고 “반민족 행위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요즘 여당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밖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나성린 신용정보협회장 등도 뉴라이트 성향 단체 등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한편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를 주도했던 육사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위원장 김순수 교수부장)의 실무 총괄자인 나종남 육사 교수도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 창립 당시 준비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박근혜 정부 때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 가운데 하나였다.
윤건영 의원 “윤석열 정부는 유튜버 정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는 유튜버 정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유튜버 정부인 사례는 차고 넘친다”며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민주노총이 지배하는 KBS’라고 말한 사람”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중국이 4·15 총선에 개입했다’고 말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또 “총리자문기구인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은 간첩’이라는 말을 한 사람” “김문수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은 총살감’이라는 말을 한 사람”이라는 등의 비판을 이어나갔다.
윤 의원이 거론한 인사들은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다. 고위직 인사들은 언론과 야당이 검증하지만, 하부의 ‘극우 세력들’이 윤석열 정부에 얼마나 달라붙어 있는지는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에 극우, 뉴라이트 인사들이 어느 정도 규모로 가담하고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검사들의 나라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보통명사가 된 지 오래다. 참여연대가 지난 2월 28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라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당시 참여연대는 장관 등 ‘주요 인사 검찰 출신’ 24명을 조사해 공개했다. 대사관 파견 검사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검찰 출신 현황에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수사관 출신도 일부 포함돼 있다.
당시 검사 출신 장관(급)은 권영세 통일부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원희룡 국토부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등 모두 4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5월 임명됐다. 이 가운데 통일부 장관만 비검찰 출신인 김영호로 교체됐을 뿐이다.
‘고소영’과 ‘성시경’ 옆에 뒀던 두 전 대통령의 말로
이명박의 ‘고소영 정권’과 박근혜의 ‘성시경 정권’은 ‘폭망 정권’으로 끝났다. 두 사람 모두 죄를 짓고 감옥에 갔으니 폭망 정권이 아닐 수 없다. 망한 이유는 수 없이 많겠지만 부적절하거나 백해무익한 인사들을 청와대로, 정부로 끌어들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박보검’과 거리를 둬야 한다. 이명박의 ‘늙은 친구들’과 보수진영의 극우 인사들, 무엇보다 검사 출신들을 내치고 단절해야 한다. 이게 국민의 요구다. 물론 쇠귀에 경 읽기겠지만 ‘고소영’과 ‘성시경’을 옆에 뒀던 두 전 대통령의 말로를 보라.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