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조성민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국방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육사의 정체성에 맞지 않아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한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권은 비판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유민주주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그들이 과연 '자유민주주의'의 성격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기회에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가 무엇인지 현대 정치철학의 거목인 존 롤스의 목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챔피언인 롤스는 그의 주저인 <정의론>에서 헌법을 포함한 사회의 기본구조를 규제하기 위한  두개의 정의원리를 제시하는데, 그것들은 자유와 평등의 두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서 둘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원리이다. 첫 번째 원리에서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 자유를 동등하게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두 번째 원리에서는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특히 '최소수혜자(the  least advantaged)'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최소수혜자는 쉽게 말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말한다.

롤스는 젊은 시절에 칼 마르크스를 연구하고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전통적인 자유주의와 평등주의를 결합하여 두 이념의 조화를 꾀한 것이 그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사상이다. 그가 <정의론>을 1972년에 내놓자, 이공계 분야를 빼놓고 거의 모든 분야의 학자들은 그의 이론을 어느 정도 인용해야만 권위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할 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롤스는 <정의론> 이후에 출판한 <정치적 자유>와 사망하기 바로 전에 국제관계와 인권이론을 제시해 내놓은 <제국민법>(The  Law of Peoples)에서도 시종일관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그의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옹호하고 있다.

윤석열과 그의 관료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니까 좋은 말인 것으로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으나, 그들이 사용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사용하는 맥락으로 보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민주주의' 또는 '자유민주주의'나 '정의'와 같은 선호되는 말은 독재자들이 자신의 전제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즐겨쓰는 개념이다. 북한의 국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민주주의'가 들어가 있고, 전두환 독재시절에는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이고 정의사회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독재자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호되는 용어들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좋은 말로 치장하여 그들의 독재정치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윤석열이 정권초기에 '공정'이나 '상식'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 헌법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으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우리 헌법정신에 맞게 정치를 하고 있는가?

윤 정권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기본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다. 우리의 헌법정신을 잔인하게 유린하고 있다. 윤석열은 자신과 그를 비호하는 일부 세력만이 기본적 자유를 누리고 있고, 비판세력과 정적에게는 부당한 인신구속과 야만적인 압수수색으로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그의 처인 김건희는 공정해야 할 자유경쟁시장에서 주가조작으로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남편의 비호로 구속은커녕 제대로 소환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 공정해야 할 경제질서를 교란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데, 이것이 자유민주적 질서에 부합하는 것인가?

윤석열 정권은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가도록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는 정반대로, 최소수혜자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면서 '최대수혜자' 즉 부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경감시켜주고 있다. 롤스의 자유민주의 이념에 충실하려면,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분배를 통해 그 부가 이전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부의 이전이 그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떠들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밝히고, 더 이상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도록 요구한다.

윤석열 정권은 공산주의 종주국이 붕괴되어 이미 사장된 '"공산주의' 이념을 들먹이면서 왜곡된 '자유민주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이념 논쟁으로 정권을 연장해보려고 하는데, 그네들이 들먹이는 논리는 국민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평화가 유지되고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정의로운 국가에서 국민들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윤석열은 속히 권좌에서 내려올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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