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법무관리관 수사외압, 추가 증언 나와
법무관리관 "빼라한 적 없다" 국회 거짓 증언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혐의자와 혐의 삭제 요구를 했다는 추가 증언이 나왔다. 유 법무관리관은 국회에서 혐의자나 혐의를 빼라는 언급을 한 적 없다고 했는데,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앞서 박 전 단장 측이 공개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진행 경과 문건에 따르면 유 관리관은 8월 1일 오전 박 전 단장에게 전화해 "내가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당시 유 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하자, 박 전 단장은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유 관리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통화 과정에서 사단장과 여단장도 초동수사 결과 그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 박 전 단장과 혐의자와 혐의를 빼라는 유 관리관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박 전 대령은 유 관리관에게 전화해 "사단장 등 혐의자를 빼고 혐의 내용을 빼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통화는 수사단 동료들도 스피커폰으로 함께 들었다.
그러나 유 법무관리관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이미 장관 결재가 났는데 혐의자와 혐의를 빼라고 했냐'는 지적에 "이걸 빼라 저걸 빼라고 말한 적 없다"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또 유 법무관리관은 박 전 단장과 통화에서 혐의를 빼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며 "기록을 넘겨서 군사경찰과 민간경찰 간에 협조가 가능하다는 부분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압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송갑석 의원의 관련 질의에 "사건의 기록만을 넘겨서 군사경찰과 민간경찰이 협조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원론적인 설명만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당시 통화를 들었던 수사단 동료들의 증언은 유 관리관의 주장과 달랐다.
박 전 단장 측이 23일 유 관리관을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직권남용을 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며 첨부한 사실 확인서에는 유 관리관이 통화에서 외압을 가한 정황이 드러난다.
8월 1일 박 전 단장의 스피커폰 통화를 들었던 해병대 A 수사관은 사실 확인서에서 "유 관리관이 사건서류에서 죄명, 혐의자, 혐의내용 같은 것 다 빼고 일반서류처럼 넘기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함께 통화를 들었던 해병대 B 수사관 역시 "유 관리관이 인계서에 피혐의자 말이 들어가야 하느냐, 죄명, 혐의자, 혐의내용을 다 빼고 그냥 일반서류 넘기는 식으로 해서 넘기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고 자필로 진술했다.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원문을 직접 보지 못한 상태에서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유 관리관의 주장도 해병대 수사단원의 진술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수사관은 "박 전 단장은 법무관리관이 사건 관련 서류도 한 번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부적절한 말을 하고 있어 사건인계서부터 한번 보고 다시 말하라는 내용으로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며 "박 전 단장이 본인에게 사건인계서를 법무관리관과 법무담당에게 보내주라고 하여 1광역수사대에서 사건인계서를 받아 8월 1일 오전 9시 14분에 메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단장 측은 이날 유 관리관과 함께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전 단장 측은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범죄 인지 통보서를 영장 없이 회수하고, 수사단장에 대해 구체적 범죄 사실 없이 '집단항명 수괴'라는 혐의만 적시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하늘이 돕나?…사건·사고도 피해가는 해병대 1사단장
- 해병 1사단장 혐의 끝내 '삭제'…의혹 더 커진 '윗선 개입'
- 채수근 상병 사건, 대통령실 개입 의혹…윗선 누구?
- 바람 앞의 촛불, 해병대 정신
- 윤석열-임성근 해병1사단장 작년 여름 '특별한 인연'
- 군 검찰, 법원 출입문 잠그고 박정훈 대령 강제 구인
- 영장 기각에 판 뒤집혔다…내주 'VIP 외압 의혹' 정조준
- 군 검찰, 박정훈 대령 무리하게 구속하려다 '자충수'
- 이종섭 국방 돌연 사의…채 상병 수사 외압 '꼬리 자르기'
- 출범 1000일…'있기는 하냐'던 공수처가 움직인다
- 무너진 군 상벌체계, 이런 군은 전쟁에서 진다
- 수사중단 외압?…채 상병 사건 담당 경찰수사관의 '눈물'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