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신년 감형, 법무부는 8·15 가석방

13년 형의 51% 6년 8개월만 복역한 셈

윤석열의 자기 부정…정치개입 수사팀장이 본인

신년에 이어 광복절도 국정농단 사범 복권될 듯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유용해 징역 14년 2개월을 선고받은 원세훈(71) 전 국정원장이 오는 14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감형을 시켜준 데 이어, 8개월 만에 '한동훈 법무부'가 남은 형기를 기준으로 가석방을 해주면서 '사면 농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7일 가석방심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원 전 원장에 대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렸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국고를 쓴 혐의, 전직 대통령 이명박 씨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21년 11월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확정받았다.

또 원 전 원장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로도 기소돼 2018년 4월 징역 4년을 확정받기도 했다. 그에 앞서 건설업자에게 청탁받고 억대의 뇌물을 받은 개인 비리 혐의로도 징역 1년 2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후 2014년 만기 출소했다.

원 전 원장이 확정받은 형량은 총 14년 2개월로, 2014년 만기 복역한 1년 2개월을 빼면 전체 형기는 13년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윤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잔형 7년 중 3년 6개월이 감형되면서 형기의 70%를 복역한 셈이 됐다. 현재 남은 형기는 약 2년 10개월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7.26.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7.26. 연합뉴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석방심사위원회는 교정 성적이 우수하고 뉘우치는 빛이 뚜렷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면, 유기형의 경우 형기 3분의 1을 경과할 시 행정처분으로 가석방 적격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법무부는 2021년부터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을 형 집행률 50~90%로 적용하고 있지만, 통상 80% 정도를 복역하면 가석방 적격 심사를 해왔다. 만약 윤 대통령이 감형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8개월 기준 형 집행률은 51.3%(13년 중 6년 8개월)로 예비 심사도 어려운 수준이다. 원 전 원장에게 상당한 특혜가 주어진 셈이다.

윤석열 정권이 틈만 나면 내세우는 자유와 공정, 상식, 법치가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원세훈 가석방은 대통령의 자가당착

원 전 원장에 대한 가석방은 윤 대통령의 자기 부정이자 모순이기도 하다.

2012년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은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 윤 대통령은 2013년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국정원법 등을 동시에 적용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반대하면서 공개적으로 부딪혔다.

2017~2018년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국고를 쓴 혐의 등으로 원 전 원장이 기소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원 전 원장 수사 당시 만들어진 '강골 검사 이미지'를 정치적 자산으로 박영수 특검에서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고, 또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까지 지냈다.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두고 문 정부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대권까지 쥐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며 윤 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며 윤 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수사했던 국정농단 사범들이 줄줄이 사면된 가운데,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추가로 풀려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오는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심사할 예정이다.

경제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최지성(72)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69)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특별사면을 점치고 있다. 이들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21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가 지난해 3월 가석방됐다.

정치권에서는 안종범(64)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62)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홍완선(67)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 원, 추징금 1990만 원이 확정됐고 2021년 9월 만기 출소했다.

김 전 차관은 최서원씨와 함께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선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2020년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올해 1월 가석방됐다.

다만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61) 전 동양대 교수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형을 확정받았다. 2024년 6월이 만기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2020년 6월 11일 오전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확정판결 받았다. 사진은 2019년 10월 31일 세월호 특위 방해 관련 공판에 출석한 안 전 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2020년 6월 11일 오전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확정판결 받았다. 사진은 2019년 10월 31일 세월호 특위 방해 관련 공판에 출석한 안 전 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 정권 출범 뒤 국정농단 사범 줄줄이 사면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까지 이뤄지면 세 번째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 직후였던 지난해 6월 당뇨 등 건강 문제로 전직 대통령 이명박 씨에 대해 형 집행 정지를 해주고, 두 번째 특별사면이었던 지난해 말 신년 특별사면으로 완전히 풀어줬다. 이 씨는 뇌물 및 횡령 혐의로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확정 받았지만, 형기를 2년만 채웠다.

또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박근혜 국정농단 핵심관계자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도 모두 복권시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이 사면만 시켰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지난해 8·15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은 배제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경제인 4명과 민생사범 위주로 사면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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