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택배 없는 날’ 행사 올해 14일 시행 예정

주요 택배사 참여 불구 쿠팡·마켓컬리·SSG 불참

1년 내내 배송 쿠팡 노동자 40% “휴가 못 잡아”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무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리며 택배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2023.8.1.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한 직원이 무더운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리며 택배 배송 작업을 하고 있다. 2023.8.1. 연합뉴스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해 제정된 ‘택배 없는 날’이 반쪽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자체 배송망을 쓰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택배 없는 날(14일)을 앞두고 쿠팡 등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예년처럼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우체국, 로젠 등 5개 업체와 중소 택배사들이 대부분 참여한다. 자체 택배 조직을 가진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SSG닷컴의 ‘쓱배송’ 등은 평소와 같이 배송한다.

택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쿠팡이 참여하지 않음에 따라 택배 없는 날의 취지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6월 20일 소비자 정보 업체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가장 자주 이용하는 쇼핑몰’ 순위에서 쿠팡이 37.7%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택배 시장 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40% 이상, 한진택배가 13%, 롯데택배가 12%를 점유하고 있다. 로젠택배와 우체국 택배는 각각 7% 안팎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국회소통관에서 택배 없는 날에 쿠팡이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특수고용 노동자로서 주6일 장시간 노동하는 것이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택배 없는 날은) 돌아가면서 쉴 경우 누군가는 대체 배송해야 하는 365일 배송시스템의 현실 속에서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1년에 한 번이라도 여름휴가를 주자는 제안에 따라 어렵게 만들어진 택배 노동자들의 휴가”라고 밝혔다.

택배 없는 날은 2020년 고용노동부와 4개 주요 택배사(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한국통합물류협회가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정한 휴무일이다. 8월 14일로 정례화했고, 14일이 휴일일 경우 13일로 조정한다. 당시 코로나19로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이 급증해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나온 조치다. 2020년 10월 택배연대노동조합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14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숨졌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쿠팡이 택배 자회사인 쿠팡CLS를 설립하고 소속 정규직 기사 대다수를 위수탁 택배 노동자로 이전시켰다”며 “이에 따라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다른 택배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주6일 근무에 연월차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런 이유로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1년 중 하루도 배송을 쉬지 않는다. 대책위가 실시한 쿠팡 택배 노동자 187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에 가까운 이들이 여름휴가를 계획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수행률이 떨어질까 걱정돼서’(45%),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38.4%) 등을 꼽았다. 응답자 중 90%는 택배 없는 날이 생기면 휴가를 낼 것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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