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개도국에 우크라 제시 평화안 지지 요청할 듯

대러 제재 불참, 중립 지켜온 아랍 국가들 스탠스 주목

국제무대서 치솟는 사우디 위상…빈 살만 '종횡무진'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중동지역 국가와 중앙아시아 5개국 국제회의. 2023 07. 20 [로이터=연합뉴스]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중동지역 국가와 중앙아시아 5개국 국제회의. 2023 07. 20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한 국제회의를 주최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회의는 오는 8월 5일부터 이틀간 홍해에 접한 사우디의 항구도시인 제다에서 열린다. 이 국제회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향후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개시에 앞서 '협상 원칙'을 마련하고 국제사회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당연히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고 인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소속 국가들과 인도네시아, 이집트, 멕시코, 칠레를 비롯한 중간국과 개도국을 포함해 30개국 정부 대표들이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제외되고 중국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해 '반쪽 평화회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2일 도네츠크 지역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지역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다연장로켓 공격을 가하고 있다. 2023.07.12. AP 연합뉴스
지난 12일 도네츠크 지역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지역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다연장로켓 공격을 가하고 있다. 2023.07.12. AP 연합뉴스

미국·EU, 개도국에 우크라 제시 평화안 지지 요청할 듯

미국과 EU 등 서방 진영은 이번 사우디 회의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 저소득국) 나라들에서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평화안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조성되길 바라고 있다.

러시아 제재에 불참한 나라들을 포함해 가급적 많은 나라를 우크라이나 정부 뒤에 결집시키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7일 사우디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달 24∼25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극비리 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열린 바 있다. 당시 회의에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7개국(G7)과 EU, 우크라이나는 물론 인도, 남아공, 브라질, 사우디가 참가했다. 중국은 초청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11월 평화협상 조건으로 △ 핵 안전 △ 식량안보 △ 에너지 안보 △ 포로 석방 △ 유엔헌장 이행 △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 정의 회복 △ 환경 파괴 대처 △ 긴장 고조 예방 △ 종전 공고화 등 10개 항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와의 평화가 가능해지려면 양국이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의 국경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반도는 물론 지난 2월 '특별군사작전'을 통해 새로 점령한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도 되돌려 받아야만 종전 합의에 응하겠다는 게 젤렌스키의 입장이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 협의 최종회의에 참석한 사우디 대표단(왼쪽)과 이란 대표단,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한 왕이 중앙위 국무원 등 중국 관계자들(중앙) 모습. 2023.03.11. 신화 연합뉴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 협의 최종회의에 참석한 사우디 대표단(왼쪽)과 이란 대표단,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한 왕이 중앙위 국무원 등 중국 관계자들(중앙) 모습. 2023.03.11. 신화 연합뉴스

대러 제재 불참, 중립 지켜온 아랍 국가들 스탠스 주목

사실상 젤렌스키를 지지하는 '평화회의'를 사우디가 주최하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 러시아와의 군사적, 경제적 유대 관계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립'을 지켜온 아랍연맹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다른 한편으로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를 통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석유 감산 조치로 러시아를 돕기도 해 미국의 불만을 샀다.

덩달아 국제무대에서 사우디의 위상도 치솟고 있다.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외교 행보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미국이 빠진 공백을 활용해 중국을 끌어들여 반미 시아파 수장인 이란과의 극적인 화해를 이룬 것을 시작으로 시리아와의 국교정상화 및 아랍연맹 복귀 용인, 예멘 내전 종식 추진 등에 이르기까지 '사우디발 봄바람'이 중동 지역에 퍼졌다.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자국을 무시하던 미국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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