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비리' 차원 뛰어넘는 범죄적 카르텔

'청부 수사··사건 무마' 동시에 벌어진 사건

조남욱 '법조 카르텔' 관리하던 부사장 아들

'청부 수사'로 시작된 삼부토건 고강도 수사

청부 수사 중단시킨 '전관비리 대마왕' 등장

법조 카르텔 '직접 사업'으로 진화한 대장동 사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윤석열 수사팀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7.3.9.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영수 특별검사와 윤석열 수사팀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7.3.9.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카르텔'을 외치고 있다. 지난 달 15일 소위 '킬러 문항'을 언급하면서 '교육 당국과 사교육의 카르텔'을 얘기하더니, 3일에는 새로 임명한 차관들에게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는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얘기하고, 다음 날인 4일에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구축해서 이권을 나눠먹는 구조는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카르텔과의 전쟁'을 내세우자 진짜 카르텔은 법조 카르텔"이라는 반응이 반사적으로 터져나왔다. 그렇다. 다른 카르텔은 해당 분야에서만 기승을 부리지만, '법조 카르텔'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해악을 끼치는 카르텔 중의 카르텔이다.

전관 비리는 보통 수사 대상이 된 의뢰인이 전관 변호사를 통해 수사 무마에서부터 재판에서의 무죄 혹은 감형 등을 얻어내는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반대로 어떤 대상에 대한 청부 수사가 이루어지거나 정상 이상의 선고가 내려지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둘 중의 하나다. 그런데 한 사건에서 청부 수사와 수사 무마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희귀한 경우도 있다. 2011년에서 2012년에 걸쳐 벌어진 삼부토건의 경영권 분쟁 사건이었다. 

'청부 수사ㆍ사건 무마' 동시에 벌어진 사건

삼부토건은 설립자의 2세인 조남욱 전 회장 일가의 타락 경영으로 2017년 법정관리에 넘어간 뒤 다른 투자자와 노조에 매각되어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회사가 돼있다. 서울법대 출신이었던 조남욱 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전현직 법조인들과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삼부토건 및 계열사 법률고문 또는 고문 상담역을 맡았던 인사는 여상규·최교일·이범래 전 의원, 김각영 전 검찰총장, 정진규 전 서울고검장, 문강배 전 BBK특검보, 이건개 전 서울지검장,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이상민 전 서울고법 판사, 박영수 전 국정농단 의혹 사건수사 특검 등으로 쟁쟁한 '스타 전관'들이었고, 윤석열 등 현직 검사들은 선물, 골프 및 향응으로 삼부토건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조 전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후계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조 전 회장의 동생인 조남원 전 부회장과 아들인 조시연 전 부사장 사이에 알력 다툼이 생겼다. 삼촌과 조카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하 '전' 표기 생략)

 

김종필국무총리 서리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98 건설진흥촉진대회에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는 등 시상하고 있다 1998.6.18.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종필국무총리 서리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98 건설진흥촉진대회에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는 등 시상하고 있다 1998.6.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남욱 '법조 카르텔' 관리하던  부사장 아들

조 회장은 원래 조 부사장을 비롯한 아들 형제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이었으나 동생인 조 부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당연히 아들인 조 부사장은 이에 반발하면서 2011년 조 부사장의 거래업체를 통해 조 부회장이 맡고 있던 사업들에 대한 자세한 자료와 함께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조 전 회장을 통해 김건희 씨를 만나 교제를 하고 있던 시기로, 조 회장이 구축해놓은 법조 카르텔은 아들인 조 부사장이 관리하고 있었다. 삼부토건 직원들은 윤석열 당시 검사와 조 부사장이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을 비롯한 여러 호텔에서 어울리던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조 부사장이 지인에게 "2005년 고양에서 윤총(윤석열 검찰총장)한테 3번 걸렸는데 영감(조남욱 회장)이 난리쳐서 봐줬다"고 말한 녹취록이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보도되기도 했다. 

☞ "윤총한테 세 번 걸려"‥윤, '삼부토건 봐주기' 의혹 점입가경

 

2022년 2월 25일 MBS 보도
2022년 2월 25일 MBS 보도

'청부 수사'로 시작된 삼부토건 고강도 수사

2011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의 삼부토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고강도의 수사가 시작됐다. 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 2과장에 이어 1과장을 맡고 있었다. 

조 회장은 이때 법무법인 원의 유 모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회장과 아들 조 부사장과 특히 깊이 연루돼있던 이상중 변호사가 소속돼 있던 법무법인으로, 이상중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여러 사건을 대리했고 현재 진행 중인 최은순 씨 관련 사건에서도 변호를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은 이 사건이 마무리된 뒤 다른 사건으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는데,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 부회장의 비리와 관련된 자료가 조 부사장 거래업체에 건네졌고, 이 자료는 이상영 변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전달된 것이 확인됐다. 또한 조남욱 회장이 지정해 준 유 모 변호사는 수사를 받는 삼부토건 임직원을 변호하거나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임직원들에게 자백을 강요했다. 전형적인 청부 수사이며 표적 수사였던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 수사를 받던 30여 명의 임직원은 처음에는 수사의 성격을 몰랐지만, 비리에 관한 한 부회장이 부사장이 막상막하인데도 조 부회장의 사업에 대해서만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업상 피해를 입게 된 조 부회장 측 관련 업체들은 조 부사장에 대한 비리 내용도 제보하고 언론에 알려 보도되도록 하는 등 반발했지만 조 부사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이미 수사에 필요한 자료는 모두 확보해놓은 상태인데도 중앙지검 수사팀은 임직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 부회장 측의 추가 비리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 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는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 2009.4.30.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 상황을 브리핑 하고 있는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 2009.4.30.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부 수사 중단시킨 '전관비리 대마왕'의 등장

이런 험악한 분위기는 조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함께 고발된 정 모 전무가 한 달 동안 이어지는 먼지떨이 수사를 견디다 못해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180도로 바뀌었다. 그 변호사가 '전관비리 대마왕' 홍만표 변호사였다. 이 사건은 홍만표가 2011년 11월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끝으로 변호사를 개업한 뒤 수임한 첫 사건이었다.

삼부토건 임직원들을 쥐잡듯 잡던 중앙지검 검사들은 홍만표 변호사가 선임된 뒤 태도가 돌변해 임직원들을 나긋나긋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결국 한 달 여 쯤 더 지난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중단하고 무혐의 등의 조치조차 내려지지 않은 채 사건은 무마됐다. 또 다른 법조 카르텔의 일원인 홍만표 변호사가 등장하자 '삼부토건 법조 카르텔'의 청부로 수사를 벌이고 있던 검찰이 미련없이 사건을 덮어버린 것이다. 

이 사건 이후 가뜩이나 껍데기만 남아 있던 삼부토건은 더욱 부실해져 결국 매각에 이르렀다. 결국 삼부토건 내부의 삼촌과 조카가 목숨을 걸고 벌인 혈투로 회사는 돈은 돈 대로 쓴 채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됐고, 현직 검사들과 갓 개업한 대왕 전관 변호사만 거액의 돈을 챙겼다. 검찰과 사업자 간의 카르텔보다는 검찰 가족 내부의 카르텔이 더 견고하고 강력했던 결과다. 이 사건에서 홍만표 변호사의 수임료는 10억 원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2023.6.30.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2023.6.30. 연합뉴스

법조 카르텔 '직접 사업'으로 진화한 대장동 사건

이 사건에서 등장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박영수 특검은 대장동 사건에서 다시 한 팀으로 등장한다. 화천대유 고문이며 김만배의 자금 은닉에 연루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조남욱 리스트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다른 형태로 삼부토건 사건에 등장한다. 

삼촌에 대한 청부 수사에 실패한 조 부사장은 엉뚱하게 2013년 수원지검 강력부의 조폭 수사에 연루돼 온갖 비리가 적발됐지만, 그 중 조폭과 돈을 주고받은 일부 혐의만 기소된 채 다른 중요 혐의들은 모두 기소 대상에서 제외돼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그 당시 수원지검장이 김수남 전 총장이었다. 

대장동 사건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통해 검사 카르텔이 수사나 재판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업'에 개입해 수익을 취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조 카르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통해 대장동 사업에 주목하고 "사업을 봐주는 게 아니라 사업 자체를 가져와서 직접 진행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장동 사업을 직접 배후에서 관장해 돈 잔치를 벌인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영수 특검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에서 대장동 돈줄 역할을 맡았던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커피 한 잔'으로 무마했고, SK 계열사인 킨앤파트너스를 중심 투자자로 연결시켰으며,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김만배 씨로 넘어가게 하는 과정에도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세력이 하나의 사건에서 청부에 의한 표적 수사와 사건 덮어주기를 동시해 벌인 것도 고차원의 법조 카르텔이지만, 대장동 사건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맞다면 그 차원을 몇 단계 뛰어넘는, 그야말로 '이권 카르텔의 끝판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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