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시민단체, 검찰특활비 기록 검토해보니
2017년 6~7월 4000만원 이상 지출증빙 통째 없어
그 외 기간도 날짜·금액만 남기고 가리거나 공백처리
검찰, 자료공개 시늉뿐…특활비 공개 조직적 방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가 29일 오후 서울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로부터 수령한 특수활동비 등 내역 가운데 일부 자료가 증발되거나 은폐됐다”고 폭로했다. 증발과 은폐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도 등장한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23일,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 1만 6735쪽에 이르는 관련 자료를 수령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이 기간에 주목한 것은 두가지 이유다. 첫째 2017년은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사건’ 이후, 검찰이 특수활동비 집행을 투명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때다. 또 윤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임기간(2017년 5월~2019년 7월)과 검찰총장 재임기간(2019년 7월~2021년 3월)과 겹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관련자료를 살펴보며 ‘세금 오남용’과 ‘사적 사용’ 등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방대한 관련자료를 검증하고 있는 이들의 ‘중간보고’ 성격을 띠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일부 확인한 내용을 정리한다. 시민단체 기자회견과 그들이 제공한 자료, 뉴스타파의 관련 기사를 참조했다. [편집자주]
증빙자료 없이 290억 특활비 쓴 검찰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7년 9월 7일, 아무개 검사가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수령했다. 모두 현금이었다. 돈을 내준 사람은 문무일 검찰총장이었다. 그러나 4000만 원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수 없다. ‘영수증’이라고 적혀있는 종이 한 장만 증빙자료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령인의 이름을 지웠다.
이런 식으로 검찰은 2019년 5월~2019년 9월, 2년 5개월 간 검사들에게 290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나눠줬다. 카드 결제를 이용한 지출은 한 건도 없었다. 구체적 용처에 대한 세부 증빙자료는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 한 장짜리 영수증, 현금입금증, 이체확인증 등이 증빙자료의 전부였다.
누가 어디에 특활비 썼는지 알 수 없어
검찰이 시민단체 등에 내준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는 모두 6805장이다. 예산 자료는 특수활동비의 ‘사용 내역’을 정리한 표와 각 내역별 ‘지출 증빙자료’ 두 가지로 돼있다. 그러나 자료를 보니 어느 검찰청의 누가, 어떤 목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관련 정보를 모두 지웠거나 공백 처리했기 때문이다. 검사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준 날짜와 금액만 남아 있다. 검찰 주장으로 정말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에 특수활동비를 썼는지 알 수 없다.
한번에 현금으로 수백만~수억 지급
검찰이 290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쓰면서 남긴 지출증빙 태반의 자료는 한 장짜리 영수증뿐이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각 영수증에는 ‘수령인’ ‘지급 사유’ ‘목적’ 등이 쓰여져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역시 모두 가려졌다”고 밝혔다. ‘제목’ ‘지급 금액’ ‘지급 연월일자’만 파악할 수 있었다.
조사팀이 수천 장의 영수증을 살펴보니 검사들에게 나눠준 특수활동비 금액은 한번에 수백만~수억 원 규모였다. 역시 현금 지급이었으며, 카드 결제를 통한 지출은 한 건도 없었다.
특활비 추적 거의 불가능
검찰이 핵심 정보를 모두 가린 자료를 내놓은 탓에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특수활동비의 유형, 종류, 지급 절차, 집행 방식을 밝혀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수활동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말한대로 검찰은 2017년 5월~2019년 9월까지 모두 290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다. 이를 시기별로 보면 2017년 8개월 동안 86억 8000만 원, 2018년 127억 6000만 원, 2019년 9개월 간 75억 6000만 원이다.
2017년 1월~4월 특수활동비 집행 액수는 파악할 수 없다. 이 기간 검찰의 특수활동비의 예산 자료가 없어진 탓이다. 2019년의 경우에는 1월~9월 9개월간의 자료만 받았다. 정보공개청구와 행정 소송 시점이 2019년 10월이었기 때문이다.
매년 전국 60여 검찰청에 특활비 나눠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특수활동비의 집행 형태 일부를 확인했다. 검찰은 매월초 일정 금액을 계좌 이체 방식으로 전국 60여 개 각급 검찰청에 일괄적으로 나눠주고 있었다. 이른바 ‘정기 지급분’이다. ‘정기 지급분’은 전체 특수활동비의 27.7%였다.
조사 기간중 ‘정기 지급분’ 총액은 80억 5000만 원이었다. 시기별로 보면 2017년 8개월 동안 29억 2000만 원, 2018년 33억 5000만 원, 2019년 9개월 간 17억 8000만 원이다.
전국 검찰청은 계좌 이체 방식으로 받은 돈을 현금화해 썼다. 그러나 이 돈을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대검 특활비 74억 집행기록 사라져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특활비 자료를 분석해보니 대검찰청은 특활비 증빙내역과 수령증 등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을 생산-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2017년 1월~4월까지 특활비 관련 기록 세 가지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해 6월~8월 3개월 동안에는 세 가지 기록 중 두 개가 사라지고 없었다.
자료가 사라진 시기, 대검은 특활비를 74억 원쯤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전체 특활비 집행 액수 160억 원에서, 대검이 밝힌 5월~12월 8개월치 86억 원을 제하면 74억 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특활비 기록물이 없는 까닭은 무단폐기?
검찰 특활비 집행 기록물은 왜 없을까. 가능성은 검찰이 처음부터 기록하지 않았거나, 기록했지만 없앴거나, 기록물을 분실한 경우다.
첫째, 기록물을 애초 생산하지 않았을 가능성. 정부 예산은 국고금관리법 등 관련법에 따라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국고금 계좌로 입금된다. 검찰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특수활동비 예산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법적 절차 없이 검찰이 국고에서 돈을 갖다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번째, 기록물 폐기 가능성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대검찰청의 2017~2022년 기록물 폐기 목록을 확인,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을 없앴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세번째, 검찰이 특수 활동비 기록을 분실했을 가능성이다. 무단 폐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검은 이에 대해 “상당한 시일이 경과한 일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왜 존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민단체들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특활비 증빙 기록이 몽땅 사라진 상황에 대해 검찰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해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뉴스타파 전문위원)도 “기획재정부 지침상 아무리 특수활동비라고 하더라도 현금을 수령한 사람의 수령증이나 영수증, 집행내용 확인서 등을 남겨야 한다”며 “영수증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록물을 무단 폐기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영수증’이 사라졌다!
2017년 6월~7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사용한 4000만 원 이상의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가 통째로 없어졌다. 지출 기록(집행내역 확인서)은 있는데 증빙자료(수령증)가 한 건도 없다. 수령증은 특활비 수령자가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이다. 사라진 수령증은 45장이다.
윤석열 지검장은 2017년 6월 18건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검사들에게 1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모두 1100만 원을 나눠줬다. ‘집행내역 확인서’의 ‘기관장 확인란’에는 윤석열 지검장의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윤석열 지검장한테 돈을 받은 검사들의 수령증은 한 장도 없었다. 18번 돈을 줬다면, 18건의 영수증이 남아 있어야 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돈을 썼는지 밝혀낼 길이 막힌 셈이다.
2017년 7월에는 37건, 3970만 원 규모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집행내역 37건 중 27건은 수령증이 없었다. 검사들은 10만 원~1000만 원씩 받아갔다. 역시 기관장 확인란에 윤석열 지검장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놀랍게도 합계란에는 총액이 30만 원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수령증 없이 특활비로 쓴 돈은 3360만 원이었다. 증빙자료 없는 특활비 지출은 모두 4460만(6월분 1100만 원+7월분 3360만 원)이다. ‘호적 없는 현찰’ 수 천만 원이 사적으로 쓰였는지 기밀 수사에 쓰였는지 알 도리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이 필요하다.
“윤석열이 어디서 밥 먹었는지 밝힐 수 없다”
업무추진비 집행을 보자. 검찰은 신용카드 영수증에 있는 식당명, 결제 시간을 지워버린 자료를 내놨다.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중에는 복사 상태가 흐려 알아보기 불가능한 것이 60% 이상이라고 한다.
검찰은 애초 ‘정보공개 행정소송 과정에서 식당 영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어디서 밥을 먹었는지 식당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일축, 식당 이름을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지워진 자료’를 내놓았다. 검찰이 법원의 확정 판결을 대놓고 무시한 셈이다.
취재와 자료입수에 애를 먹고 있는 뉴스타파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쓴 예산 등에 대한 검증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국가 예산 기록이 사라진 것은 중대한 사안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폐기한 기록이 없어 무단 폐기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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