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개최 세계 녹색당 대회 참가 에론하이모 대표

일본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 "안전하게 보관돼야"

"원전 찬성 선회는 소·중형, 탄소 중립 옵션 조건”

자당 소속 외무장관 나토 가입 주도 "대러 불신 탓”

지난해 핀란드 그린 리그(Green League, 이하 녹색당)는 세계 녹색당사에 남을 만한 결정을 내렸다. 원전을 지지하기로 한 결정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녹색당 소속 핀란드 외무장관은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주도했다. 이처럼 세계 녹색당에 파란을 일으킨 핀란드 녹색당을 세계 녹색당 대회에서 만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8일부터 11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녹색당 대회에 참석한 윌레 에론헤이모 핀란드 녹색당 참가단 대표와 9일 오전 송도 컨벤시아 VIP룸에서 만났다. 대회 참가 전 한국에서 이틀간 휴가를 보냈다는 그는 이른 아침부터 녹색당 대회의 각종 프로그램을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세계 녹색당 대회는 2001년 호주 캔버라에서 1회 대회가 열린 뒤 이번 한국 대회로 5회 째를 맞았다. 대륙을 돌며 순환해 개최하며 녹색당뿐 아니라 환경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후 변화, 에너지 전환 등 핵심 이슈와 방향을 세계적 단위에서 논의하는 장이다.

 

윌레 에론헤이모 세계 녹색당 대회 핀란드 참가단 대표가 1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 VIP룸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6.9. 녹색당
윌레 에론헤이모 세계 녹색당 대회 핀란드 참가단 대표가 1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 VIP룸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6.9. 녹색당

"원전, 녹색당 주요 어젠다 되지 않을 것"

가장 먼저 원전과 관련된 정책을 물었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핀란드 녹색당은 1990년대부터 연립 정부에 들어갔고 이후 여당일 때도 있었고 야당일 때도 있었다”면서 “녹색당은 기본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고, 핵폐기물을 신중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원전 관련 투표에서 반대했고 당시 매우 근소한 차이로 원전 찬성 정책이 채택됐다”면서도 “작은 변화(minor step)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소형과 중형 사이즈의 발전소를 옵션으로 채택한 것으로, 여전히 풍력과 태양광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녹색당의 친원전 정책이 지구적 차원의 녹색당 어젠다로 발전할 수 있을까? 실제 100개가량 되는 세계 녹색당 대회의 각종 부대 행사(side events) 가운데 ‘원전 찬성’에 대해 논의하자는 행사도 있었다. 그러나 행사 댓글 창에는 부정적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통해 원전에 대한 녹색당 일반의 정서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 또한 핀란드 녹색당의 친원전 정책 확대에 회의적이었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이번 세계 녹색당 대회에서 핀란드 녹색당이 원전 관련 내용을 제안할 생각은 없다”면서 “이미 작년 12월 유럽 녹색당 대회에서 핀란드 녹색당의 친원전 정책이 투표에 부쳐졌을 때 찬성 30대 반대 300 정도로 압도적으로 반원전 측이 승리했다”고 밝혔다.

핀란드 녹색당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면서 “핵폐기물을 반드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 녹색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7.04%의 득표율로 2000년 이후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의석수도 전체 200석 가운데 20석에서 13석으로 줄었다. 2019년 역대 최다인 11.49%를 득표했지만 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친원전으로 기운 녹색당의 정책 때문에 전통적 녹색당 지지자들이 이탈했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에론헤이모 대표는 “총선 전 조사를 했을 때 지지자의 3~4%만 원전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전 관련 정책이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난 연립 내각에서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집권 여당으로서의 피로감이 있었다는 것과 전 총리인 사회민주당의 ‘산나 마린’ 효과를 들었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지난 내각에서 녹색당에서 내무장관과 외무장관, 환경 장관을 배출했다”면서 “중책을 맡았기 때문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나 마린’ 효과도 존재했다”고 말했다. 산나 마린 전 총리는 2019년 총선 이후 총리가 됐으며 35세로 역대 최연소 총리였다. 파티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 인물이다. 그녀는 총리가 된 이후 지명도와 인기가 크게 올랐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이번에는 단순히 한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했지만 그의 인기가 사회민주당의 득표로 연결된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사회민주당, 다음에는 녹색당 이런 식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패배 이후 큰 이야기보다는 좀 더 생활 정치에 천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러시아 불신이 나토 가입 배경"

화제를 나토 가입으로 돌렸다. 핀란드는 스웨덴과 함께 1991년 소련 해체 이후에도 중립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기로 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여론의 높은 지지가 배경이 됐지만 실무적으로는 녹색당의 주도로 이뤄졌다. 페카 하비스토 외무장관이 녹색당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대통령과 총리, 외무, 내무 장관 등을 포함한 5인의 안보위원회에서 녹색당이 2명(내무, 외무)을 차지했다”면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사실상 녹색당이 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 녹색당은 기본적으로 평화주의를 지향한다”면서 “소련 해체 이후 핀란드 녹색당은 지속적으로 러시아 야당과 시민사회를 만나 러시아를 민주적인 국가로 변모시키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정서가 높아졌다”면서 “러시아는 실패했고 우리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토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페카 하비스토 외무장관은 9일 내년 핀란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세번째다.

"여자도 군대 가야"

핀란드 녹색당은 여성 징병을 주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핀란드도 오랜 기간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군대는 남성 위주로 편성된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핀란드에서 남성들은 6개월~1년의 기간 동안 군 복무를 한다”면서 “공공 영역 봉사를 통한 대체 복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두를 거부하면 군 복무 기간 절반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데 감옥에 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들도 자원할 경우 군대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녹색당은 이에 더해 모든 여성들이 남성과 똑같이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여성이 남성과 다르게 대우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군 문제에 있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정당의 보수 정치인들이 여성은 반드시 안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녹색당은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이번 세계 녹색당 대회에서 세계 녹색당 헌장 개정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가 특히 녹색당 헌장에 반영하고자 하는 분야는 국제연합(UN) 개혁이다. 에론헤이모 대표는 “UN 총회가 보다 민주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면서 “모든 국가가 1표를 갖는 상원식 시스템과 인구 비례가 반영되는 시스템 중간쯤의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인구 비례로 중국 공산당이 가장 표를 많이 갖는 결과가 되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UN 안전보장이사회도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보다 잘 대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면서 “녹색당은 UN이 국제 협력을 위한 최선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녹색당이 UN에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환경 분야가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파리 협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매년 국제적 숙의를 통해 실질적 결과를 도출한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까? 에론헤이모 대표는 “내 고향인 핀란드 요엔수 지방은 2025년에 탄소 중립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핀란드도 2035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가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면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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