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침략사‧전쟁범죄 부인에도 '일본 진정성' 평가

몰역사적 친일 행보로 곤경 치르는 윤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100년 전의 일' 망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가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서로 교류, 협력하면서 신뢰를 쌓아간다면 한일 관계가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개인 차원에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했던 '마음 아프게 생각' 발언을 두고,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얘기라고 알아서 '사과'로 해석해 준 뒤 "어두운 과거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한일 양국이 당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5·18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5·18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윤 "한일,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박정희·전두환 때?

여기서 "한일 관계에 과거 가장 좋았던 시절을 넘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보통의 한국민이라면 과연 한일 간에 '가장 좋았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일제 식민 지배를 합법이라 주장하고, 군대 위안부와 강제동원 등 일제 강점기 불법적 전쟁범죄 행위를 사과‧배상하긴커녕 아예 존재 자체를 부인할 뿐 아니라,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도발을 강화하는 데 대한 '분노의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말한 한일 관계의 '가장 좋았던 시절'은 도대체 언제인지 묻고 싶은 것도 그래서다. 설마 일제 식민 지배 시절이나 국교가 없었던 이승만 정부 때는 아닐 테고, 1965년 '굴욕적' 한일 수교 이후 박정희와 전두환 등 군사독재정권 때인지, 아니면 직선제 대통령 중 어느 정부 때를 말하는지 궁금하다.

그 단서가 될만한 게 하나 있다. 도쿄 한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3월 15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일본 요미우리 인터뷰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유학하던 아버지를 찾아간 때를 언급하며 "선진국답게 아름다웠다. 일본인들이 무슨 일이든 정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예닐곱 소년의 눈에는 그때가 가장 좋았던 시절로 비쳤을지 모른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몰역사적, 친일 행보로 곤경 치른 윤 대통령

지금까지 윤 대통령은 몰역사적, 친일 행보로 여러 차례 곤경을 치렀다.

대표적 사례가 3‧1절 기념사다. 그는 기념사에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침략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세탁해줬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라고도 했다. 우리가 무능해 국권을 빼앗겼다고 했을 뿐 일본의 불법적인 침략과 국권 강탈 범죄엔 눈을 감은 셈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인식과 유사하다. 두 가지 모두 일제의 철권 통치에 맞서 민족의 자주독립을 외쳤던 선열들을 기리는 3‧1절에 그것도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서 할 얘기는 아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본 실무 방문 기간인 3월 17일 윤 대통령은 조선인을 짐승에 비유했던 후쿠자와 유키치가 설립한 게이오대학에서 강연했다. 사전에 그런 점을 충분히 파악하고도 남았을 텐데도 그대로 진행한 것이다.

더 놀라게 한 것은 강연에서 조선은 원래 일본의 영토라며 조선 지배를 정당화한 대표적 조선 멸시론자이자 침략론자인 오카쿠라 덴신의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을 인용한 대목이다.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기시다 총리 방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기시다 총리 방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윤, 침략사‧전쟁범죄 부인에도 ‘일본 진정성’ 평가

지난달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한술 더 떴다. 윤 대통령은 4월 2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100년 전의 일' 망언까지 했다.

그는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혹했던 일제 식민 지배와 전쟁범죄를 '100년 전의 일'로 치부한 것이다.

이에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여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는 '윤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으로 보는 게 맞다며 WP 기자가 영역 과정에서 '오역'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인터뷰 녹취 원문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이 들통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튿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무참하게 침탈당한 우리의 아픈 역사도 모자라, 100년 전 우리 민족에게 행한 과오에 대해 진정한 반성도 뉘우침도 없는 일본을 향해 '절대 무릎 꿇지 말라'고 애걸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윤 대통령은 7일 서울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이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여전히 침략사와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진정성'을 평가해 대다수 한국민과는 동떨어진 인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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