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6일간 의원 철야농성 주도 강민정 의원

쌍특검 신속처리안건 지정 산파역

“이상민 장관 탄핵 위해 농성 시작”

“촛불집회, 의원 아니었으면 매주 갔을 것”

“진짜 방탄은 이재명 아닌 윤석열 검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언론 민들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5.2. 강민정 의원실 제공
2일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언론 민들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3.5.2. 강민정 의원실 제공

지난달 27일 김건희 특검법과 50억 클럽 특검법을 포함한 이른바 쌍특검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쌍특검의 처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산파역을 담당한 의원이 바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강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김건희 특검법, 50억 클럽 특검법 제정을 위한 천막 농성을 최초로 제안하고 주도했다. 원내 제1당과 무소속 의원 111명이 86일 동안 돌아가면서 사실상 노숙(텐트 숙박) 투쟁을 전개한 것은 여야 모두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강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의원은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간호법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나오는 판에 쌍특검법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할 수 있다”라면서도 “쉽게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특검법은 윤 대통령 스스로 강한 ‘당사자성’을 갖고 있어 쉽게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강 의원은 “50억 클럽 특검에서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박영수 검사가 핵심 인물이며 김건희 특검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라면서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 자체가 에둘러서 간접적으로 혐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특히 신속처리안건의 처리 시점이 총선을 약 3~4개월 앞둔 시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180일 이내에 심의를 통해 결정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고 이후 60일 이내에 처리되어야 한다. 쌍특검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4월 27일부터 따져 보면 올해 12월 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강 의원은 “양곡법이나 간호법과는 차원이 다르게 거부권 정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라면서 “여당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의원 개인의 생존이 달린 절박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통령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 탄핵 뒤 쌍특검으로 농성 확대

돌이켜보면 쌍특검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의원들의 농성으로 흘러갔다. 박홍근 전 원내대표 시절 원내부대표를 맡았던 그는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 원내대표단에서도 농성에는 회의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처음 그를 움직인 것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하는 일이었다. 강 의원은 “당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이태원 참사 100일이 지나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이상민 장관이 사퇴하기는커녕 대통령이 사과도 안 하는 상황이었다”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되기 어렵겠다고 생각해 농성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처음 농성을 제안했던 2월 1일만 해도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40명 정도만 동의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동참했다. 강 의원은 “이런 여세를 몰아 2월 27일 이상민 장관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성과를 거뒀다”라면서 “2월 27일부터 장소를 국회 로텐더홀에서 본청 외부에 있는 텐트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쌍특검 처리를 위한 농성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농성은 111명의 의원이 10~11명씩 10개의 조를 편성해 진행했다. 밤에도 각 조에서 당번을 정해 잠을 자면서 의원들이 직접 농성장을 지키도록 했다. 강 의원은 “86일 중에 며칠을 제외하면 농성장에서 밤에 의원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라면서 “21대 국회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유독 의원들끼리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민주당 의원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거부에도 불구하고 야당 단독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3.4.27.연합뉴스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거부에도 불구하고 야당 단독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3.4.27.연합뉴스

강 의원은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분식을 자주 먹었다고 했다. 그는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농성 중에 음식을 가져오기 어려우니까 김밥, 떡볶이, 오뎅을 자주 사먹었다”라면서 “농성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매일 퇴근길에 농성장에 들러 응원하고 가는 시민, 지방에서 올라와 응원 메시지를 전달한 시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와 응원한 부부 등 농성 과정에서 강 의원에게 힘을 준 다양한 시민들이 있었다.

강 의원은 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나타난 정의당과의 입장 차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50억 클럽 특검에서 특검 추천 권한을 비교섭단체가 가질지 여부, 김건희 특검에서 코바나컨텐츠 후원을 포함할지에서 정의당과 차이가 있었다”라면서 “실제 특검이 가동된다면 국민이 요구하는 의문들을 굳이 좁히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에 대한 국민 일반이 불신 여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BBK특검’, ‘내곡동 사저 특검’ 등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특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시민의 수준이 그때하고는 다르며 수사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국민이 많다”면서 “김건희 특검의 경우 김건희 씨와 관련된 너무나 많은 자료와 정보가 광범위하게 공유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쉽게 국민 눈을 속이고 넘어가거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수사를 왜곡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특검이 함부로 수사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기국회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노란봉투법 반드시 처리

올해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해다.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했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다수 의석을 통해 마지막으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강 의원은 마지막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 쌍특검 성사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 민주유공자법 등을 꼽았다. 강 의원은 “검찰이 실질적 집권 세력인 상황에서 쌍특검은 검찰 권력의 핵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1순위로 성사해야 한다”라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60일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노조법 2, 3조는 이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60일을 거쳤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5월에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라면서 “반드시 처리해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특히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운영하는 건 사람”이라면서 “공교육에서 시민적 의식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배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수업에서 정치적 신념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지만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를 정치 행위로 봐서는 안 된다”라면서 “학교 교육에서 정치가 삭제되고 활자와 지식만으로 배우니까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와 책임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사가 종교를 강요하면 안 되지만 교회나 절에 나가는 것을 못 하게 하지는 않는다”라면서 “교사도 정치적 신념을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정당 활동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강 의원은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아직도 국가에서 민주유공자로 공식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생전에 마지막까지 농성하다 돌아가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의 생명을 바친 분들의 명예를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 반드시 회복시켜 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교원의 정치기본권)'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3.4.2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교원의 정치기본권)'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3.4.25.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년 “상상 그 이상”

취임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 의원은 박하게 평가했다. 그는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특정 분야만이 아니고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완벽하게 무너뜨리고 퇴행시킬 수 있을까 너무 놀랍다”라면서 “이것도 능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상상 그 이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1년은 검찰 세력이 어떤 세력인가 민낯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한 해였다”면서 “단순히 검찰 하나만 덜어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 정부에 대한 이런 평가는 자연스럽게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로 이어졌다. 강 의원은 “촛불집회 초기에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빌딩에 100~200명 모일 때부터 참여했다”라면서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매주 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겨울 견디기 힘들 정도로 추울 때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계신 것을 봤다”라면서 “우리 정치의 실패 또는 결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라고 하는데 재판 과정을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씌워졌던 여러 혐의가 사실은 근거가 없고 실체가 없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라면서 “사법리스크라는 프레임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 검찰이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우리가 그 프레임에 갇혀서 대응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활용하려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의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진짜 방탄은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50억 클럽 무죄를 만들고 김건희 수사 진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승리하려면 민주당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강 의원의 지론이다. 강 의원은 “180석을 몰아줬는데 무엇을 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민주당이 신뢰를 충분히 주지 못했다”라면서 “민주당을 찍었을 때 나타날 변화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 이익만을 노려서는 안 된다”라면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는 “저하고 민형배 의원, 이탄희 의원이 각각 위성정당 금지법을 발의했다”라면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비례 정당 투표용지에 이름을 넣도록 한다든가 지역구에서 50% 이상 공천한 당은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도록 한다든가 하는 아이디어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 마음만 먹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원천적으로 비례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없다”라면서 “당장 의석수를 위해 위성정당을 또다시 창당할 가능성이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교사 출신인 강민정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 북부 지회장을 역임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전교조 조합원 수 감소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강 의원은 “전교조를 오랫동안 악마화해 왔고 법외노조로 8년의 어려움을 버텨내기만도 버거웠던 게 원인”이라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전교조가 대안세력으로서 교육 제도나 정책적인 면에서 국민적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선거운동 본부에서 일했고 지난 2020년 열린민주당 후보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마지막으로 강 의원은 시민언론 민들레의 성장을 기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 의원은 “시민언론 민들레 후원자가 이른 시일 내에 3만 명이 되길 바란다”라면서 “제대로 된 언론으로 성장해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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