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우디, 인도네시아, 아르헨, 태국 등 20개국

브릭스·상하이협력기구 가입 희망…미국 옆 멕시코까지

역내 교역 갈수록 확대, 룰라 영향력 확대 행보 활발

8월 브릭스 정상회의서 브릭스 독자 화폐 청사진 제시

윤석열 정부, G7 능가하는 브릭스 시장 공략 전략 부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는 브릭스 역사에서는 기념비적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1월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지난 2002년 브릭스의 모태가 된 상호 무역과 협력 조약 체결 당시 멤버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또다시 브릭스의 우산 아래서 재회하게 됐기 때문이다. 창설 멤버 2명의 재회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질서하에서 브릭스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증폭시켰다.

브릭스(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국으로 구성된 국제 연대체다. 브릭스라는 용어는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짐 오닐이 2001년 처음 사용했다. 그는 ‘더 나은 세계 경제 벽돌 만들기(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 - 벽돌은 BRIC이라는 말을 표현한 언어 유희적 의미임 - 라는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브릭스 국가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했고 그 이후 브릭스의 역사가 그의 인사이트가 사실이었음을 증명했다. 당시 오닐은 일부 브릭스 국가를 포함해 서방 선진 7개 국(G7)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닐의 구상은 이후 브릭스 국가들이 포함된 G20으로 실현됐다.

2001년 짐 오닐의 인사이트를 통해 투자자들은 유망 투자처로서 브릭스를 주목했지만 2002년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은 상호 무역과 협력 조약을 체결하며 국가간 연대체인 브릭스의 토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브릭스 국가들이 일제히 고속 성장을 지속하면서 선진국과 주변부의 불균등 성장이라는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2018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판 사법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브릭스를 등한시하면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룰라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브릭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중국은 브라질과 유엔, 브릭스, G20 등 다자 틀 안에서 공통 관심사인 글로벌 이슈에 대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라고 했다. 룰라 대통령도 "브라질은 중국과 G20, 브릭스 등 다자 틀 내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금융,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에 대한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세계 20개국 브릭스 가입 쇄도

브릭스의 부활은 가입 열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인도 매체 고아 크로니클(Goa Chronicle)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지난 3월 ”거의 20개에 이르는 국가들이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2023.2.10. EPA 연합뉴스
지난 2월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2023.2.10. EPA 연합뉴스

라브로프 장관이 브릭스 및 SCO 가입 희망 국가로 꼽은 국가는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멕시코 및 복수의 아프리카 국가다. 인터뷰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알제리, 이란,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 세네갈, 태국 등도 브릭스 가입 후보군으로 꼽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는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실패한 것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어느 분야든 이미 정점에 도달한 자보다 새로 뜨는 유망주나 샛별이 더 주목받게 마련이다. 브릭스가 갖고 있는, 뜨고 있는 시장(emerging market)이라는 상징 자본을 획득하는 것은 향후 투자나 자본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한다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브릭스 가입을 타진하는 이유로 추정된다.

미중 신냉전 체제 속에서 브라질의 포지션은 이들 국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브라질은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3월에는 룰라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통화를 통해 역내 평화를 함께 기원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양보하고 러시아는 철수해야 한다는 중재안도 내놨다. 이는 러시아가 주도한 전쟁에 찬성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후변화 정책을 변경시키면서 공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룰라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이같은 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중국 및 러시아와 더욱 밀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브릭스 5개국이 공동 출자해 만든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이하 NDB) 총재에 탄핵으로 물러났던 룰라 대통령의 측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천거해 결국 지난달 말 총재를 맡도록 했다. 이는 브릭스 국가와의 경제협력에서 브라질이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쥐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NDB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이 개발도상국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혹한 개혁 요구나 정치적 조건을 내거는 것에 반대해 개발도상국들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자는 취지에서 2014년에 설립됐다. 중국이 설립한 AIIB(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와 유사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브릭스에 앞서 NDB가 공격적으로 회원국을 확대하고 있다. 브릭스 5개 국 외에도 지난 3월 이집트가 공식 회원국이 됐으며 우루과이, 방글라데시, UAE도 앞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재 NDB는 방글라데시에 10억 달러 대출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6월 열린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2022.6.24. 타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열린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2022.6.24. 타스 연합뉴스

최근 타스 통신은 브릭스 회원 가입과 관련 브릭스가 회원 가입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브릭스 가입 타진 국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국가는 멕시코다. 미국과 인접하고 있는 멕시코가 브릭스에 가입한다면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고립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8일 스트라이크 소스(Strike Source)는 ‘왜 멕시코의 브릭스 가입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멕시코의 브릭스 가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스트라이크 소스는 ”최근 미국 상원 일부 공화당 의원을 중심으로 멕시코 카르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제안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시민이 멕시코 범죄 카르텔에 의해 미국-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사망했고 이에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군사 개입을 검토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브릭스 가입이 수면 위에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멕시코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교역량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1~8월 사이 멕시코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8% 증가했으며 중국 업체 간펑 리튬에게 소노라 지역 리튬 광산 접근권을 허용했다“라면서 ”멕시코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 절반을 철광석이 차지하고 있는데 브릭스 가입으로 수출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멕시코는 1924년 미주 대륙 최초로 소련과 수교했으며, 미국과 달리 러시아에 어떠한 제재도 부과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러시아 국영회사 가즈프롬의 멕시코 투자가 두 나라의 끈끈한 경제적 유대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매체는 ”멕시코의 브릭스 가입은 미국에 즉각적 위협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멕시코 안보에 추가적인 보호막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걸프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브릭스 가입은 브릭스가 세계 석유 생산의 31%를 담당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이것 자체로도 국제 관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말 중국, 러시아, 인도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공식 가입하면서 브릭스에도 가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 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23.03.22.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 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2023.03.22.연합뉴스

강화되는 브릭스 역내 협력

브릭스 내 역내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이 떠난 자리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메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17%가 르노, 마즈다, 닛산, 도요타 등의 업체로부터 중국 업체로 넘어갔다. 중국과 러시아의 가스, 석유 교역은 지난해 이후 64% 증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량은 29.3% 늘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 2월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년 대비 19.8% 증가했고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31.3% 증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러시아로부터의 알루미늄 수입은 1년 전에 비해 94% 급증했다. 지난 2월에는 러시아 결제 통화 가운데 위안화가 사상 처음으로 달러화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러시아 에너지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05년 사할린 3 베닌스키 광구 지분 25.1%를 중국 회사 시노펙이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페트로차이나가 27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야말 LNG 프로젝트 지분 20%를 매입했다. 2019년에는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4000억 달러 규모의 가스를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중국 국영 실크로드 펀드가 러시아 석유화학업체인 시버 지분 10%를 인수했다. 2017년에도 중국은 동시베리아 지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러시아 로즈네프트의 자회사 지분 10%를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2019년에는 페트로차이나가 북극해 천연가스 프로젝트 지분 20%를 인수했다. 같은 해 중국 시노펙은 러시아 극동 지방의 아무르 GCC 폴리머 생산 시설 지분 40%를 획득했다. 최근 양국은 러시아 드질란다와 중국 모헤를 잇는 두 번째 흑룡강 철교 건설에도 합의했다.

양국 간 과학 기술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고속 중성 원자로 협력에 합의했으며 2035년까지 달에 우주 기지를 양국 공동으로 건설하기로 했다.

라이브민트(livemint)에 따르면 지난 2월 인도의 대러시아 수출도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건설 자재, 전자 제품, 의약품 등이 대러시아 수출의 60%를 차지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에는 러시아의 인도에 대한 농산물 수출이 급증했다“면서 ”러시아의 대인도 수출도 값싼 석유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장애물 없는 열차 통과 사인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물류 허브에 있는 콘테이너 인근에 표시되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환시베리아, 환아시아 루트의 교통량을 대폭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2023.3.21. EPA 연합뉴스
장애물 없는 열차 통과 사인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물류 허브에 있는 콘테이너 인근에 표시되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환시베리아, 환아시아 루트의 교통량을 대폭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2023.3.21. EPA 연합뉴스

당초 양국은 지난해 교역량 목표를 300억 달러로 설정했으나 실제 310억 달러로 목표치를 상회했다. 양국은 인도-러시아 교역량이 올해 5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역액도 지난해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릭스에서는 미국 달러 헤게모니에 대한 대안적 흐름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브라질 수출과 투자 증진 위원회는 중국과 브라질 간 교역에서 달러화를 배제하기로 양국 간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3일 프랑스 업체 토탈 에너지는 중국으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도와 중국이 무역 결제 대금을 루피와 위안화로 하기로 했다. 인도중앙은행은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보츠와나, 피지, 독일, 가이아나,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미얀마, 뉴질랜드, 오만, 러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영국 등 18개국에 대해 인도 루피화 결제 계좌 개설을 허용해 이들 국가와의 무역 거래 시 인도 루피화로 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 러시아, 인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상하이협력기구(SCO)도 지난해 역내 교역에서 지역 통화를 이용하기로 했다.

최근 브릭스 용어를 창시했던 짐 오닐은 글로벌 폴리시 저널 기고를 통해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닐은 ”세계 금융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이 과도하다“면서 ”미국 통화당국이 확장적, 수축적 통화정책을 펼 때마다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드라마틱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달러 패권은 다른 나라의 달러 표시 채무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 자신의 통화정책을 불안정하게 한다“면서 ”미국 통화당국의 결정이 각국의 통화정책 결정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프리토리아 외곽의 포드 자동차 조립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10일간 세네갈, 잠비아, 남아공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옐런 장관은 27일 귀국길에 올랐다. 2023.01.27. AP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프리토리아 외곽의 포드 자동차 조립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10일간 세네갈, 잠비아, 남아공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옐런 장관은 27일 귀국길에 올랐다. 2023.01.27. AP 연합뉴스

브릭스 독자 통화를 위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인도 금융혁신연구소 부소장 비두 셰카 박사는 포브스인디아 기고문에서 ”1940년대 케인즈가 제안했던 ‘세계가중평균통화’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군이 바로 브릭스“라면서 ”정치가 아닌 경제적 공동체인데다 지리적으로 서로 다른 대륙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러한 통화를 작동시키기 쉽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새 통화 창설’ 아이디어가 공식적으로 제안될 예정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역으로 포위 중인 브릭스

미국은 필리핀, 대만, 한국, 일본, 호주 등을 묶는 인도 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 중이다. 그러나 향후 브릭스가 확대되면 중국, 러시아, 인도를 축으로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동유럽을 엮는 4대륙 연대로 이를 역포위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가 가입해 중동과 북미 일부까지 포괄하면 미국 역포위 구도는 더욱 선명해진다. 물론 이들 국가 대부분 안보적 관점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 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겨울 남대서양과 인도양의 경계 지역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 러시아의 첫 번째 해양 훈련이 열렸다. 과거 인종차별주의 정권 당시 서방세계의 외곽 기지로 여겨졌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훈련 참여는 21세기 이후 지역 정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경제 규모 면에서 아프리카 최대 국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산업 분야가 발달해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아프리카 최남단에 위치해 대서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맹주 국가로 꼽힌다. 전 세계 좌파 세력의 상징적 지도자인 룰라 대통령의 지도력과 맞물려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또는 멕시코가 브릭스에 가입한다면 미주 대륙의 권력 지형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장관은 국제 현안과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23.03.9. AP 연합뉴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장관은 국제 현안과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23.03.9. A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의 브릭스 참여는 향후 미국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 인도 태평양 지역 구도가 인도 지역에서 단절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브릭스의 구심력이 작동하는 징후도 나온다. 오는 5월에는 세르비아-헝가리 전략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헝가리의 러시아, 중국과 가까운 세르비아와의 전략적 연대 구축은 유럽과 나토 중심 대러시아 전선에서의 균열을 의미한다. 최근 프랑수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향후 유럽 지역의 대 중국, 러시아 노선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 브릭스 시장 공략할 전략 있나?

과거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통해 시베리아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했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시장 확대를 모색한 신남방정책도 추진했다.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은 브릭스 국가들에 진출하는 교두보 설정이라는 의미 부여가 가능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미 경제 규모 면에서 서방 선진 7개국(G7)을 능가하고 있고 향후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큰 세계 인구 35%를 차지하는 브릭스 시장 공략에 대한 복안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도 매체 더 프린트에 따르면 브릭스는 인구나 경제 규모 면에서 이미 서방 선진 7개국(G7)을 추월했다. 브릭스의 인구는 전 세계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G7은 10%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구매력 기준 GDP의 경우 브릭스가 전 세계의 31.4%를 차지했고 G7은 30%를 차지했다. 이 매체는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에 따르면 2027년까지 브릭스가 G7의 구매력 기준 GDP 비중을 지속적으로 앞서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8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브릭스 회원국이 최대 5개 국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규 회원국은 인구와 경제 규모, 지역 대표성 등을 고려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브릭스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경제 블록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안보적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부분적으로 협력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브릭스 국가들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처럼 기후변화 정책 등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력을 모색하면서도 브릭스 국가들과의 교역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무역적자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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