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무기 지원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 경고
대규모 민간인 공격, 대량학살, 심각한 전쟁법위반 조건부
이재명 "분쟁지역 군사지원 결단코 안 돼"…재고 요구
26일 한미 정상회담서 결론 낼 듯…한‧러 관계 파국 직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대량 학살, 전쟁법에 대한 심각한 위반과 같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단지 인도주의적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한미동맹 70주년에 즈음해 오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결국 미국의 살상무기 제공 압박을 수용한 것으로서 포탄 등 살상무기 제공과 정상회담을 맞바꿨다는 의혹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민간인 공격, 대량학살, 심각한 전쟁법위반 조건부
그동안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방위산업 강국인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포함한 살상 무기를 제공해 달라고 지속해서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교전 당사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정책을 들어 거절해왔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정부는 러시아 내 한국 기업들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고려해 러시아와의 대립을 피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과 대량 학살 등과 같은 '조건'을 걸기는 했지만, 정부의 정책 변경 가능성을 직접 거론해 큰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살상 무기 제공 시 '한-러 관계 파탄'을 경고해왔던 만큼, 실제로 무기를 제공할 경우 러시아의 보복 등 양국 관계는 극단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고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 러시아에 비우호적 입장을 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전쟁에 대한 특정 단계의 개입을 뜻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로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나는 국제법이든 국내법이든 불법 침략을 당한 나라를 지켜주고 복원하기 위한 지원의 정도에 제한이 있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라면서 "그러나 전쟁 당사국들과 우리의 관계와 전쟁 상황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한국전쟁 기간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방위와 재건 지원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느냐. 그런 차원에서 나온 답변"이라며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분쟁지역 군사지원 결단코 안 돼"…재고 요구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다문화위원회 출범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익만큼 중요한 게 없다"라면서 "지금 분쟁 지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결단코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어떤 정권도 적대국을 만들어내는 외교정책을 한 바가 없다"라면서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재고를 강력하게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에 관한 지난 8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월쯤 당시 국가안보실 이문희 비서관이 살상 무기의 지원 불가 정책의 공식 변경 추진을 제안하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3월 7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발표를 앞두고 무기 제공 정책을 변경한다면, 정상회담과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 "대만 문제는 글로벌 이슈"…또 중국 자극
시민언론 민들레 보도에 따르면, 윤 정부는 지난해 미국에 155㎜ 포탄 10만 발을 수출하기로 결정한 뒤, 한국산 포탄이라는 것을 알 수 없도록 그라인더와 사포 등으로 포탄 표면의 고유번호를 지움으로써 미국이 용처를 밝히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놨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산 155㎜ 포탄 30만 발 이상이 국외로 반출된 정황과 관련, "우크라이나의 자유 수호를 위해 한미 정부는 그동안 지원 방안에 대해서 협의해 왔다"라고 말해 사실상 시인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또한 대만 문제에서도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지 중국과 대만 간의 이슈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이슈"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대만 갈등에 "이는 힘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그런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미국, 용산 대통령실 도청…대통령 포함땐 '핵폭탄급'
- [대통령실 도청] 일본 이어 미국에도 저자세 굴욕외교
- [위기의 한·러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의 '부수적 피해'
- 속속 드러나는 미국·폴란드 '우회' 우크라 탄약지원
- 탄약사령관, 155㎜포탄 출항일에 진해항 '현장지도'
- [위기의 한·러 관계] "무기전달, 적대 행위 간주" 강력 경고
- 윤 대통령 내주 방미…'극진한 환대'에 만만찮을 청구서
- 윤 대통령 '대만 개입' 발언 일파만파…중국 '파탄' 경고
- 주한 러 대사 "무기 공급 가능성 제기 자체가 비우호 입장"
- 윤-바이든 정상회담…미국이 청구할 '세 가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