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초청 "임기내 개 식용 종식 노력 "
"정부가 납북자 귀환에 힘써야" 정부 향한 메시지
베트남 국가주석 만나선 비자 문제 언급해 논란
국힘 여성의원들·장관 배우자 관저 초청 '식사정치'
'국정 영향력 행사' 의혹 속 대통령실은 김씨 미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VIP2'라고 불린다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또다시 '대통령의 영역'을 침범했다. 지난해 말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비자 문제 해결을 요청해 물의를 빚은 김 씨는 이번엔 민감한 국내 현안에 대해 서슴없이 발언했다. 야당에서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다 . 김 씨가 국민에게 약속한 '조용한 내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13일 대통령실의 서면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 국립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나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 국민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면서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영부인이 대통령처럼 정부를 향해 직접 메시지를 낸 셈이다.
아울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김 씨는 최근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초청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6월 13일자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도 개 식용과 관련해서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영세한 식용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 주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보편적인 문화는 선진국과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찬반을 떠나 개 식용 금지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인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9월 27일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라고 말한 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육견업계와 동물단체가 팽팽히 맞서면서 입법화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도 같은 해 10월 31일 TV토론에서 개 식용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하지만, 국가 시책으로 하는 건 많은 분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들의 인식도 개 식용에 대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긴 어렵다. 개 식용 문제가 불거졌던 2021년 11월 2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개 식용 금지 입법화 찬반을 조사한 결과, 반대 48.9%, 찬성 38.6%, 잘 모르겠다 12.6%(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여전히 입법화 반대 목소리가 컸다.
게다가 개 식용 금지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만큼 위헌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동물권 인식 제고와 식문화 변화 등으로 개 식용에 대한 우호 여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영부인이 정책 추진 의지를 밝힐 만큼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사실상 대통령' '실세'라고 불리는 영부인이 국정에 대한 권한이 없음에도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 정책 추진 의사를 언급한 것은 '국정 개입' 혹은 '국정 사유화'라고 할 수 있다.
실세 영부인, VIP1 면모 점점 드러내나
이 같은 김 씨의 '국정 개입' '국정 사유화'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친교 차담에 동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푹 주석에게 "최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거나 베트남에서 일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며 "주석님께서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봐 달라"고 했다. 비자는 국가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만큼 예민한 문제다. 외교 정책 차원에서 다룰 문제를 영부인이 개입해 발언한 것이다.
올해 들어 김 씨가 보인 행보를 보면 자중과는 거리가 멀다. 김 씨는 지난 1월 11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어묵' 먹는 모습을 대중에 노출하는 등 선거 유세를 방불케 했다. 지난달 3일에도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정치권에 대한 스킨십도 적극적이다. 김 씨는 지난 1월 27일과 30일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소속 여성 의원을 초청해 오찬을 가지기도 했다. 영부인이 관저에서 이른바 '식사 정치'를 한 것은 사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오찬 당시 '작전주 매매 의혹'이 불거졌지만 김 씨는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성 의원들과 오찬 직후인 2월 1일에는 관저에서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급 이하 직원 30여 명을 초청해 도시락 오찬을 가졌다. 영부인이 명절이나 휴일에 직원들을 식사에 초대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당시 오찬은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오찬 뒤 곧바로 열려 대통령실 군기잡기, 줄세우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천공 관저 개입 의혹이 불거진 2월 2일에도 장관 배우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의 실체가 수면 위로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김건희 라인과 전통 외교라인 간 알력다툼 결과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김건희 씨 측근으로 '사적 채용' 논란이 있는 김승희 행정관은 영부인 의전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외교관 출신 직속 상관인 김일범 의전비서관이나 외교부 출신 직원들과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김 씨에 대한 대통령실의 미화 작업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해 5월 10일 취임 이후 지난 4일까지 대통령실 사진뉴스에 등재된 사진 39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39건에 불과했던 김 씨 단독 사진은 지난해 11월 118건으로 급증하더니 12월 160건을 거쳐 지난 1월에는 260건으로 크게 늘었다. 1월만 놓고 보면 대통령 단독 사진 건수(328건)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4월 7일자 <대통령실 사진뉴스 ‘여사님 단독’ 무려 20배 급증> 기사 참고)
한편 김 씨가 개 식용 금지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해 비판조차 없이 개 식용 방지법에 대해서만 언급하면서 마치 협조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야당 협치 파트너가 대통령과 여당이 아닌 영부인이 된 꼴이다. 언론에서는 곧바로 김 씨의 개 식용 금지 정책 추진에 '민주당이 호응한 듯한 모양새가 됐다', '여야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등의 논평을 덧붙이며 김 씨 띄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연합뉴스>는 13일자 보도(野, '개 식용 방지법' 추진…"손흥민 차별·야유 빌미 근절해야")에서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의 개 식용 금지법 추진 관련 발언을 소개한뒤, "개 식용 방지법은 아직 민주당 안에서 당론화된 것은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도 개 식용 금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여야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고 했다.
보수수구 매체인 <문화일보>도 같은 날 보도(野, 김건희 “개 식용 종식” 카드 받나…김민석 “손흥민 차별 예방법 발의”)에서 "민주당이 개 식용 금지와 관련한 법안 발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김사의 약속에 호응한 듯한 모양새가 됐다"며 "문재인 정부 시기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도 개 식용 금지 법제화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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