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 추진하며 툭하면 'MZ세대 위해' 핑계

민주노총 때리고 '새노협' 띄우기, 또 이분법 구사

더 열악한 노동자들을 대변한다? 실체 없는 포장

'밥그릇만 챙기는 노조'에 더 부합…정치적 편향도

69시간 노동 등엔 반대…대중 기반 확대 '딜레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2023.3.22.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2023.3.22.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오른쪽으로는 '전광훈 목사와 태극기 부대', 중간지대에서는 안철수나 금태섭까지 전통적 우파 지지층에 일부 중도(우파)층까지의 최대연합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덧붙여야 할 것은 청년세대의 지지였다. 청년세대(특히 성별 갈라치기를 통한 남성)의 지지를 어느 정도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대선 결과가 아슬아슬한 승리였기에 더욱 중요했다.

비록 대부분 극단적 우익성향이고 남성편향적이기는 하지만 청년그룹은 지난 윤석열 대선캠프뿐 아니라 현재 정부와 당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부분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고 명분과 핑계를 대고 있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은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아주 필수적인 것이며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얼마 전에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반역사적인 외교참사를 저지르면서도, "미래청년기금"을 한일 정부가 같이 조성하기로 했다면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조 정책을 가장 적극 뒷받침하고 있는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 심지어 "MZ세대를 아낀다면 이 괴물을 그들에게 물려줘선 안 된다"면서 민주노총을 공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청년세대의 지지기반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최근 '69시간 노동' 논란에서 다시 드러났다. 재벌과 기업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경제단체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추진하던 정책을 갑자기 중단시키면서 우왕좌왕하는 대혼란을 연출했다. 여기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소위 'MZ노조'라고 불려온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이하 새노협)이다.

새노협은 원래 윤석열 정부와 족벌언론들이 기존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찍고 공격하면서, 대안적 모델로 추켜세우며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런 이분법 속에서 민주노총은 '빨간 머리띠를 매고 노동자들과 무관한 정치적 문제로 폭력적 투쟁을 벌이며 비리와 횡령까지 저지르는 집단'으로 형상화돼 있었다.

반면에 새노협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진짜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대변하는 합리적이고 건강한 조직'이라는 구분이었다. 이런 이분법은 '기성세대 노조 대 MZ세대 노조', '노동귀족들의 노조 대 열악한 노동자들의 노조', '정치적으로 편향된 노조 대 공정하고 중립적인 노조', '밥그릇만 챙기는 노조 대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노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외면하는 노조 대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조' 등으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것은 새노협의 실제 구성이나 활동 내용과는 대부분 맞아떨어지지가 않는다. 먼저 9개 노조 8천여 명으로 구성된 새노협은 그 대표자들이나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MZ세대인 것도 아니고 중장년 노동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윤석열 정부와 족벌언론들은 계속 'MZ노조'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는 '우리는 MZ노조가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있다.

또한 새노협의 노조원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사무직 고액연봉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의 노동귀족들과 다른 더 열악한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조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더 열악한 노동자들을 대변하려는 노력을 해 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새노협의 출발점은 문재인 정부 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반발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당시에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시험을 통과하고 정규직이 됐는데,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사람이 갑자기 정규직이 되는 것은 공정하지가 않다'면서 "로또취업"과 "부러진 펜"을 말하며 반대했던 사람들이 주축이 돼서 새노협의 뿌리가 됐다. 지금도 새노협은 공공부문에서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고용에 반대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왼쪽)과 송시영 부의장이 대화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왼쪽)과 송시영 부의장이 대화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새노협에서 중심적인 구실을 하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의 경우에는 더욱 분명하다. 올바른 노조의 송시영 위원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장애인 차별에 반대하고 이동권 등을 요구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를 적대시하며 맹비난했다. "직원들이 전장연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 … 더 이상은 못 참는다. … 전장연 시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올바른 노조'는 65세 이상 가난한 노인들을 위한 이 나라의 가장 꾀죄죄한 복지에 불과한 지하철 무상승차조차 없애자는 입장이고 지하철 요금 인상도 지지한다. 이것이 교통공사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가로막는다고 보는 것 같다. 결국 '더 열악한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고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는 노조'에 더 가까운 것은 민주노총보다 오히려 새노협이다.

새노협이 과연 정치적 편향을 거부하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왔는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새노협 건설의 주역이 된 사람들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가 마련한 간담회 등에 적극 참석했기 때문이다. 송시영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생방송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출연해 "강성노조"의 "노조의 본질을 벗어난 행동"을 비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민주노총 강경 탄압 노선에 힘을 실었다.

'노동자의 삶과 무관한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새노협의 입장은 이태원 참사에서도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손을 잡는 게 아니라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은 것과 참사는 관련이 없다'며 서울시와 교통공사 경영진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그러면서 새노협 소속 노조의 지도부는 놀이공원, 호텔 등에서 제휴할인 혜택과 초특가 숙박권을 제공한다며 노조 가입을 홍보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더 열악한 노동자들과 청년세대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서' 새노협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약화시켜서 친기업적 노동 개악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새노협의 존재와 목소리를 이용하려고 한다. 마치 '여가부 폐지 공약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여성단체들(바른인권여성연합, 올바른여성연합 등)이 윤석열 정부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새노협이 무슨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낸 '황색노조'(어용노조)인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현재 방향과 구조 속에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없다고 느끼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사무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들이다. 따라서 실제 노동자들의 삶에 악영향을 줄 '69시간 노동' 같은 것들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노동조합으로서 대중적 기반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없다.

새노협이 대중적 기반을 넓히며 규모가 성장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도 바라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박수부대 구실만 하다가 노동조합으로서 의미가 축소되고 결국 사라져버린 '국민노총'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응원하고 지지하면 노동조합으로서 성장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기업주가 아닌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리도 없다.

새노협이 이 딜레마를 벗어나서 진정으로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있는 80% 이상의 중소 영세기업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청년,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으로 나아가며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과 더 강력하게 연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것은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정부의 반노동자적 정책에 맞서며 정면충돌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도 마음껏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소수노조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교섭창구 단일화도 폐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민주노총 비난에 이용하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원래 이명박 정부가 마지못해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도 민주노총 같은 좌파적 노조의 성장을 봉쇄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

최저임금을 올릴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사회적 임금과 복지의 확대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있는 더 열악한 대다수 노동자의 요구와 목소리를 우선하는 투쟁과 연대가 건설돼야 하고, 조합원들의 밥그릇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성소수자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손을 잡는 노동운동이 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민주노총이 주장하던 것인데,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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