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창 마산동부서 경감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
"정순신 국수본 수장 임명·사퇴에 일선경찰 부글부글"
"검경 수사권 조정 얼마 됐다고 검찰 출신 낙하산"
"검증은 법무부가 하고 사과는 경찰 몫 어이없어"
"다시 검찰출신 온다면 큰 반발 오지 않을까 생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 출신 인사(人事)가 또다시 참사로 이어진 셈이다. 검증은 법무부가 했지만 참사에 대한 사과는 경찰이 하는 어이없는 행태도 벌어졌다.
수뇌부가 아닌, 일선의 경찰들은 크게 반발했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수장은 검찰 출신이 아닌 비검찰 출신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터져나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철저히 분리해야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도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류근창 경감(전 경남경찰청 직장협의회장, 마산 동부경찰서)이 27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 이번 ‘정순신 사태’를 둘러싼 일선 경찰들의 입장과 생각을 밝혔다.
류 경감은 김어준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검찰의 경찰 장악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권의 눈치만 보는 경찰 수뇌부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찰에서 (먼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어요. 경찰에서 사과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일차적으로 법무부의 인사검증단이 있거든요. 작년에 인사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단)을 신설, 이후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2차 검증을 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인사 검증 자료를 제출하거든요. 물론 제출하는 쪽도 잘못되었다면(잘못이 있겠지만) 이것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분들도 잘못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자기들이 검증을 했는지 안 했는지, 자체를 알려줄 수 없다는 거잖아요.
“검증이 안 됐으면 임명이 가능하겠습니까.”
-검증을 안 했다면 문제인 것이고, 검증을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도 문제죠. 그런데 법무부는 쏙 빠지고 경찰청에 사과하라고 한 거 아니에요?
“경찰이 좀 약하잖아요. 예전에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이 있을 때도 경찰은 많이 사과를 했고요, 아마 계속 사과만 하는게 아닌가 좀 걱정이 됩니다.”
-검찰 출신을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장으로 꽂으려고 하다가 이 사달이 난 건데, 검찰 출신 그것도 친윤 라인의 특수부 출신을 꽂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 때문에 조금이나마 수사권 조정이 현실화되었어요. 그런데 얼마 만에 검찰에 오래 근무하신 분이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장이 된다, 이것은 경찰과 검찰의 어떤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를 무너뜨리는 행동이거든요. 경찰 입장에서 보면 참 서운하죠. 경찰에도 수사 능력 있는 분들이 충분히 많은데 왜 굳이 검사 출신이어야 하나, 전현직 경찰관 중에도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신 분들이 꽤 있어요. 그분들이 만약에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다면 아마 난리 날 것 같습니다.”
-경찰 출신이 검찰총장 등 검찰의 요직으로 가는 게 가능하겠냐, 절차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난리났을 텐데.
“그렇죠. 정순신 변호사가 사퇴하면서 입장문 낸 걸 보면, 수사의 최종 목표는 유죄 판결이다, 자기는 공소유지도 수사도 다 해봤으니 엄청 잘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말했어요. 수사가 어떤 결론을 목표로 두고 뛰는 거지만, 공소유지나 재판은 그래서는 안 되거든요. 적당히 분리돼야 수사와 공소유지, 재판을 거치면서 보호를 받는 거예요. 국민들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그런데 ‘검찰 사상’을 가지고 오신 분이 수사본부장이 된다면 경찰도 오로지 기소하고 그 기소를 통해 유죄 판결을 받게 하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그런 조직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수사라는 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이지 유죄를 목표로 한 게 아닌데, 지금 검찰 특수부 출신이다보니까 ‘수사했으면 유죄를 만들어야지’, 이런 사고 방식 아닙니까.
“그건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게 바로 과거 전체주의 시대의 경찰국가, 검찰국가에서 나온 얘기거든요. 저도 법학을 전공했지만,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99명을 풀어주라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지금 거꾸로 가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는 건데 검찰 공화국이 되다보니 다시 합쳐버리려고 하는 거죠. (그런 이유로) 검찰 출신을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검찰 뜻대로 경찰을 움직이겠다, 이렇게 경찰들은 받아들이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검찰 출신이) 국가수사본부장이 되면 수사 경찰관 특히 수사 경찰 지휘부(에 대한) 인사권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장악할 수밖에 없죠. 작년에 경찰관들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에 그렇게 극렬하게 반대했던 이유가 경찰 인사권을 장악하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저희가 반대한 거잖아요. 이것도 같은 일맥상통한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죠.”
-이번에는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 문제로 낙마했지만 다음 국수본부장도 또 검찰 출신을 꽂을 수 있지 않습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서는 경찰의 눈치를 안 보는 것 같아요.
“원래 검사 오래하신 분들은요, 쉽게 얘기하면 (경찰을) 사람으로 안 봐요. 선민사상이 되게 강하신 분들이라, (경찰은) 자신들의 지휘를 받으며 일해야 잘한다라는, 수십 년간의 관습이 아직 몸의 배인 거죠.”
-오랜 세월 경찰을 자기들의 손발 정도로 여겼기 때문에 대등한 기관으로 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지금 검찰 출신 대통령이, 더군다나 권력을 잡으니까 더 옛날로 돌아가는 거군요.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사실 국민들께서 작년 선거에서 검찰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이유는 검사들이 모든 공정의 아이콘이고 모든 정의의 대명사라고 (뽑아주신 것이지 그냥) 뽑아주신 게 아니거든요. 정반대로 하고 있으니까 답답할 노릇입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또다시 검찰 출신이 온다면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당장 지난 금요일,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 소식에 경찰 내부망에 반대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다시 검찰 출신을 임명하려 시도하면) 경찰에 직장협의회도 있으니 그쪽에서 아마 큰 반발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도해도) 쉽게 취임할 수 있을까, 많은 고통과 검증이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검찰 공화국에서 검찰 출신들이 (자신들 중심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행동한 건 그렇다 쳐도 경찰을 대변할 경찰 수뇌부가 여기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다는 건 큰 문제(이기도 하고) 자존심 문제 아닙니까.
“자존심 문제죠. 사실 저는 이런 경찰의 현안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고, 말씀드릴 그런 계급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높은 계급을 가진 사람들이, 사실 계급의 가치는 군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고 책임지라고 있는 것인데, 좀 조용히 계시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그렇지만 많은 경찰 지휘부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그리고 총경들의 (좌천성) 인사 등을 보면서 많이 ‘속 아픔’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던 총경들 전원 다 좌천시켰죠. 그걸 계속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겠죠. 저렇게 (경찰 수뇌부가) 저렇게 대응하는구나, 검찰이 경찰 조직도 다 장악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거죠. 아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경찰이 희망을 놓치게 되면 (그 사회는) 아주 위험해집니다. 그 희망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고요.”
-검찰 출신들의 (인사 등 문제에 대해) 변화를 기대하십니까.
“변화는 기대하지 않고요 그냥 현상태만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이 정도로 (이미) 충분히 나쁘기 때문에 더 나빠지지만 마라, 더 나아지는 것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지금 경찰한테 가장 큰 문제는 주취자 문제하고 파출소 지구대 문제예요. 그리고 마약범 검거할 때 얼마나 힘든지, 그런 게 사실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가장 중요한 경찰의 문제인데, 지금 나오는 경찰의 문제는 인사 문제죠.”
-대부분 인사 문제죠.
“사실은 경찰의 정책에 대한 문제가 이슈가 되는데(돼야 하는데) 왜 이렇게 인사 문제만 이슈가 되는지 좀 너무 답답하고, 이게 나중에 역사에 어떻게 쓰여질지도 걱정이 됩니다.”
류근창 경감은 경찰 내부의 ‘개혁적 경찰관’ 가운데 하나다. 그는 최근 경찰의 총경급 정기 인사에 대해 ‘경찰국 설치 반대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취지로 지난 8일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가 들고 있던 팻말에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 경찰 수뇌부를 향한듯한 의미심장한 말이 적혀 있었다. “현실에 살지말고 역사에 살아라. 정의와 진실과 선은 반드시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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