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학교폭력에도 '끝장 소송' 벌여 서울대 진학
학교 측은 전학 통지했지만 반성 없는 태도로 거부
학생부에 '학폭' 사실 기재 지연시키려 했다는 의혹
검사 출신…3만 수사 경찰 지휘 사령탑으로 부적절
피해자 정신과 치료에 극단 선택 시도, 후유증 여전
전국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이 상습적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전학 조치까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피해자와 가족에게 이렇다 할 사과와 구제 조치를 취하는 대신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재되는 걸 막기 위해 '끝장 소송'을 벌이며 전학을 최대한 지연시킴으로써 결국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본부장이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사령탑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치안정감 직급이지만 경찰청장에게는 없는 개별 사건 수사에 관한 지휘권을 갖고 있어 오히려 경찰청장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되는 자리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정 본부장은 사법연수원 4년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있던 2018년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정 본부장이 인권감독관으로 같은 검찰청에 근무했었다. 정 본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25일 정순신 본부장 아들 정모 씨의 학폭 소송 판결문과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정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8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전학 처분을 받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명문 사립고에 입학한 정 씨가 동급생 A씨를 상대로 1년 가까이 폭언을 하고 집단 따돌림을 하며 괴롭힘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A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정 씨가 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에 주로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씨와 A씨는 원래 한 무리의 멤버였으나, 입학 3개월째인 2017년 5월부터 정 씨가 A씨를 향해 각종 인격 모독적 폭언을 가하기 시작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주변 증언에 따르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폭언을) 자주 했다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A씨를 "개돼지"로 칭하며, A씨가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으려고 하면 "왜 인간이 밥 먹는 곳에 네가 오냐? 더러우니까 꺼져라"라고 했고, 특정 신문을 본다는 이유로 "좌파 빨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학년으로 올라간 후에도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돼지는 가만히 있어" "동아리 나가라" 등의 발언을 했다. 정 씨의 이 같은 괴롭힘에 동조해 A씨를 향한 또 다른 가해자가 생기기도 했다.
A씨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불안·우울을 겪으며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았고, 상위 30% 수준이던 내신 성적도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하락해 급기야 자살까지 시도했다. 결국 A씨 측이 2018년 3월 학교 당국에 뒤늦게 피해 신고를 했지만, 정 씨는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반성 없는 태도와 성의 없는 사과문 작성으로 학폭위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정 씨가 평소 검사인 아버지 자랑을 하며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다" "판사랑 친하면 무조건 승소한다"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등의 말을 친구들에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폭위는 정 씨에 대해 강제 전학, 서면 사과,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학부모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조치를 요청했고 학교는 이 같은 조치사항을 정 씨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정 씨의 부모는 전학 조치에 불복해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는 같은 해 5월 3일 "전학 조치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에 학폭위가 또 열리고, 참다 못해 A씨 측이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결국 강원도학폭위는 정 씨에 대한 전학 처분을 다시 결정했다. 위원들은 "정 씨의 교화 가능성이 의문이고, 친구들 얘기를 보면 가치관이 좀 왜곡돼 있지 않나 싶다" "반성의 정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A씨 보호와 정 씨 선도를 위해 분리가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씨 측은 이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씨와 부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법원에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징계를 미뤄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정순신 본부장이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정 본부장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는데도 대법원까지 가는 긴 소송전을 벌인 탓에 확정 판결은 2019년에야 나왔다. 결국 정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뒤늦게 전학 조치됐지만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피해자인 A씨는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 본부장의 이런 집요한 소송전이 전학 처분은 물론 아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사실이 기재되는 걸 지연시켜 명문대 수시 입학이 가능하게 하려는 의도였을 거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학폭 가해자면 생활기록부에 다 남을 텐데 어떻게 명문대를 갔는지 수상하다" "소송 끝까지 걸어서 결과 나올 때까지 전학 안 가고 그 학교 이름으로 수시 지원해서 대학 갔다고…악랄하다" "소송을 그래서 걸었지. 시간을 최대한 끌려고" "법을 잘 아는 법 전문가 아버지가 그런 상황을 만들어 준 것" "앞으로 이거 보고 배워서 소송 남발하는 가해자들 많아지겠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들의 학폭 사건 당시 정 본부장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는 사실도 부조리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실과 경찰청은 정 본부장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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