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이 드리는 글…시민들께 보내는 감사와 다짐
'대안 대항 언론'으로서 언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 함
작고 약하지만 시민과 함께할 때 크고 강한 것을 이길 것
시민언론 민들레가 지난 23일로 창간 100일을 맞았습니다. 그새 늦가을에서 겨울을 온전히 보내고 새봄이 오고 있습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공덕동의 민들레 사무실 맞은 편 건물 벽에 걸린 시가 바뀌어 있는 것에서 실감 됩니다. 4개월 전 공덕동 사무실을 열었을 때의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라는 시구가 지금은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로 바뀐 것은 마치 민들레를 위해 걸린 듯, 민들레의 지난 3개월간을 요약해 주는 것인 듯합니다.
그러나 진짜 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봄을 봄으로 만드는 것에 의해서라는 것을, 그럴 때에 진짜 봄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민들레의 작은 성취와 함께 앞으로의 더 큰 과제 앞에서 우리 자신을 다잡게 됩니다.
그것은 민들레가 통과해 온 지난 100일간이 겨울이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민들레가 속한 한국사회가 2중, 3중의 겨울과 혹한이라는 것에서 민들레에 부과되는 과제이며 각오입니다. 불길한 예감이었던 것이 매일의 실제로서 나타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파행과 파국상, 곳곳에서 많은 것들이 부숴지고 무너지고 있는 이 퇴행과 파탄의 현실. 그 붕괴와 파탄의 원인과 결과의 많은 것이 언론으로부터 비롯되는 상황이 민들레가 태어났던 이유로, ‘새 언론’으로 우뚝서야 할 과제로, ‘다른 언론’으로 만개를 이뤄내야 할 책무로 우리에게 거듭, 더욱 무겁게 육박해 옵니다.
지난해 11월 15일, 민들레는 창간을 알리면서 ‘대안’언론이자 ‘대항’언론이며 ‘반성하는 언론’이 되고자 하는 언론이 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기존의 언론에 대한 대안언론이자, 특히 우리 사회의 공론장을 왜곡하는 유력 언론에 대한 대항언론이 되겠다고 약속했고,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성찰의 모습을 보이는 언론이 되려 한다고 공표했습니다.
창간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자신부터가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과 회의를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특별한 과업’을 스스로에 부여하는 언론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지속가능한 언론으로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마련하는 것은 많은 고비와 장애를 넘어서고 헤쳐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는 누군가의 말을 우리의 것으로 삼아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6월 새로운 시민언론 창간 논의를 시작한 때로부터 5개월 만에 창간을, 또 그로부터 100일이 지났습니다. ‘가는 길 힘겨울 때 일을 그만두는 것’ 그것은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우리를, 나 자신을 그만두는 것이었으므로, 우리는 헤쳐나갔고 이뤄내고 있습니다.
지난 9개월여의 기간은 무엇보다 언론이, ‘언론의 언론됨’을 보여주려 할 때 ‘시민의 시민화’가 됨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권력과 자본 등 일체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한다”는 민들레 창간사의 정신을 실제로서 보여주려 할 때 시민들은 그에 화답하고 응원을 보내준다는 것을 확인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시민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언론’이라는 민들레의 구호처럼 ‘시민과 함께’일 때, 시민과 언론은 동반성장한다는 것을, 서로를 끌어올려 주고 넓혀 주고, 서로를 강하게 해 준다는 것을 확인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이 분노로, 그 분노가 기대와 희구의 마음으로, 민들레에 대한 성원의 힘으로 집결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후원의 물결로,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를 이유로 대규모 압수수색을 당할 때 달려와 준 시민들의 응원의 외침으로, 18일 촛불집회 때 민들레 부스를 자발적으로 차려서 민들레를 알려준 이들의 정성과 노고로, 또한 고국의 민들레 창간 소식을 듣고 국외에서까지 후원의 손길을 보내오는 동포들의 마음으로, 그 모든 것들로 민들레는 새 언론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언론계에서 오랜 경력과 내공, 기자 경력 총합 400년이 넘는 베테랑 기자들의 역량과 곳곳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그 식견과 인품으로써 신망을 쌓아온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함께합니다. 그리고 또한 민들레를 통해 발언하고자 하는 보통의 시민들까지 함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언론 민들레는 작습니다. 민들레라는 풀이 그렇듯이 대형 언론사와 비교하면 하찮아 보이고 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또한 강합니다. 지상에서는 낮은 키지만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약하면서도 강인한 풀입니다. 시민이라는 대지의 밑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릴 때 민들레는 어느 풀보다 강합니다.
민들레라는 풀이 크고 화려한 풀이 아니듯 시민언론 민들레는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 언론입니다. 그러나 역사에서의 새 물결은 거의 대부분 '변방'으로부터 시작돼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갈릴래아 지방 변두리에서 한 젊은 선각자가 그랬듯, 시골 무사가 조선의 한 근대국가를 열었듯, 한국의 민주정권의 기둥이었던 인물들이 서해안의 작은 섬과 경상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나왔듯 새로운 변혁과 개창은 변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눈이 가장자리에서부터 녹듯이 한 사회의 정체와 경색은 변방으로부터의 새로운 기운을 부릅니다.
민들레는 그 작고 약한 것으로써 스스로를 변방으로부터의 새 기운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의 위치와 면모가 변방이기도 한 것이며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변방에 놓이게 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뭔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뭔가의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지금의 암울한 한국의 언론 현실에서 시민들에 의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그 같은 언론의 중심으로부터 스스로 그 밖으로 나오는 것, 그럼으로써 언론의 언론됨을 보여주는 것, 바로 그것이라고 봅니다.
작고 약한 것이 결국 크고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의 이치를 민들레는 보여주려 합니다. 시민과 함께, 시민 속에서, 시민의 힘으로 해 내려 합니다.
언론 없는 언론 현실에서 단지 '또 하나의 언론'이 아닌 ‘다른 언론’이 되고자 하는 민들레. 지나온 3개월여, 우리가 작은 성취를 이뤄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기서의 자족이 아니라 앞으로의 3년, 10년을 위한 자산, 그리고 더 한층 굳은 우리의 의결로 삼으려 합니다.
언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 민들레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 더욱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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