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대행 옷 벗기고도 정치 행동 안 멈추는 검사들

"이재명, 5년 뒤에 갈 사람" "검찰개혁 나이브 해"

통합한다고 친윤 검사까지 살려줬더니 적폐짓 계속

주동자 있다더니…평검사 강등 검토에 곧바로 사표

"옷 벗고 개업해서 돈 못 벌게" "사표 수리 말아야"

"검사들 강하게 제압해 정부 신뢰 잃지 않게 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왼쪽)과 송강 광주고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재억 수원지검장(왼쪽)과 송강 광주고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며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던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장, 검사장 집단 성명의 연판장에 함께 이름을 올린 송강(29기) 광주고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가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전원을 평검사로 인사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다수의 기성언론에서는 구자현 신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차장)과 연수원 같은 기수인 최고참급 검사들이자 이번 집단 반발의 주동자격인 이들의 사의 표명을 두고 '줄사퇴 우려'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일부 검사의 '이프로스' 내부망 글을 보도하며 검찰 전체 의견으로 비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반발에 나선 이들은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에게 항소 포기에 대해 설명하라고 집단으로 성명을 쓴 검사장 18명, 차장검사급이 이끄는 8개 대형 지청의 고참급 지청장, 이재명 대통령을 표적 수사했던 강백신 검사를 포함한 2기 대장동 수사팀 등이다. 전국 2200여 명 검사 중에서도 극히 일부다. 내란 국면에서 윤석열 구속 취소에 대해 즉시 항고를 포기했을 때는 침묵하고, 김건희의 각종 비리 의혹에 눈 감았던 검사들의 '선택적 반발'이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

과거 검사들의 집단 반발과 비교했을 때, 벌어지는 양상도 다르다. 검찰의 그간 증거 조작과 회유·강압 수사들이 드러나면서, 검찰에 대한 여론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기 수사팀이 제출한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에서는 원본에 없는 '용이'(김용 전 민주연구원장)가 삽입됐고, '재창이형'을 '실장님'(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위례신도시'를 '윗어르신들'(이재명 대통령)로 바꾼 흔적도 드러났다. 남욱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검사로부터 "배를 가르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압박에 못 이겨 검사의 수사 방향에 맞춰서 진술했다고 실토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연합뉴스

또한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절차와 정당성 문제 등을 차치하고, 검찰총장 직무대행(노만석)까지 일부 검사들의 압박에 못 이겨 사퇴했음에도 집단 반발을 이어가며 급기야 최고참급 검사들이 사의 표명하는 행태는 사실상 항소 포기를 명분으로 정치 행동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검사장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 소속 누구든 징계 취소 소송을 각오하고 항소장에 서명해서 제출했으면 됐다"고 언급했듯이, 국가공무원으로서 항소 포기가 부당한 지시라고 판단했다면 그대로 밀어붙였어야 했다. 그렇다면 검사들의 집단 행동에 최소한 정당성이라도 일부 부여됐을 것이다. 하지만 항소는 끝내 자신들이 포기했으면서, 계속해서 정쟁화하는 모습은 그 의도가 의심된다. 78년 만에 검찰청 해체를 앞둔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장윤선 기자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에서 검찰 내부 분위기와 관련, 검사들의 발언을 이같이 전했다. "민주당 너무 무능해. 노무현 대통령 그리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 지금 재판 중인데, 이재명이 검사들에게 어렵게 보이겠느냐, 쉽게 보이겠느냐. 우리는 20년 이상 검찰에 있고, 정치인들은 5년 뒤면 가실 분들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에도 시행령에) '등' 하나만으로 다 했다. 그렇게 유능한 검찰이다. 보완수사권 주면 못할 거 같나. 검사들이 보기에 솔직히 민주당 만만해보인다. 검찰개혁 나이브하고(순진하고) 위기감이 없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5.11.18.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5.11.18. 연합뉴스

다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론'을 펴고 있고,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도 검사장 항명을 제압하는 방식을 두고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이 총장 직무대행까지 물러나게 만든 상황에서,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에 나서는 데 대해선 감찰·징계, 평검사 강등 등 단호한 조처가 필요해 보인다. 일개 공무원이 자기들 뜻대로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하려 하는 의도는 차단해야 한다.

심지어 12·3내란을 극복하고 세워진 국민주권정부는 이 대통령이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내부 반발과 지지층 이탈이라는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친윤 검사' '정치 검사' '반란 검사'들을 대거 중용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5년 뒤 물러날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과거 악습을 되풀이한다면, 더 이상 검사들의 집단 행동을 용인할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취임 뒤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공직사회를 로봇 태권브이(V)에 비유한 뒤, "직업 공무원은 선출된 권력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안 따르면 바꾸면 된다"고 한 바 있다.

당론은 아니지만, 여당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정부에 주동자의 감찰·징계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표를 낸 뒤, 변호사 개업해서 막대한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징계로 묶어두고 끝까지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검사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 퇴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12일 "일부 정치검사들 이렇게 소동 벌이다가 마치 명예롭고 옷 벗고 나가는 것처럼 그런 쇼하고 싶을 텐데, 그 속셈 다 안다"며 "부당하게 돈벌이하는 것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아울러 검사들을 제압하지 못하면 정부의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17일 오후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검찰은 자기들이 행정 공무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항상 잊고서, 정치 집단화돼서 정치적인 행동을 해왔다"면서, "민주 정부에서 선출된 권력이 집단 행동을 하는 일반 공무원들에 대해서 충분하게 징계하거나 감찰하거나 일종의 제압을 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강도 높게 (감찰·징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법무부 장관이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은 열려 있다.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사징계법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도 검사에 대한 직접 징계 심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검찰총장만 징계 청구하도록 규정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게 만든 관행을 깬 것이다. 또 개정안은 검사의 잘못이 의심될 때는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에게 조사 지시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처럼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집단행동일 가능성이 높은 사안의 경우,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검사도 일반 공무원과 동일하게 '파면' 징계 처분을 받도록 검사징계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과거 조작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 않기 위해 징계시효 등에 대한 보완을 하면 시간이 지체되는 만큼, 법안은 법안대로 진행하고 현행 검사징계법으로 신속하게 반발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정부가 과거처럼 검사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 우는 아이 사탕 물려주 듯 달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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