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부인, 김건희에 "도와주셔서 감사" 편지

프랑스 명품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 함께 선물

2023년 국힘 전당대회 윤석열 부부 개입 뒷받침

나경원·안철수 찍어눌러 김기현 억지 당선시켜

'통일교 신도들 집단 입당' 김건희 요청 드러나

윤영호 "권성동 불출마 후 김기현 당선 도왔다"

건진법사도 "당대표 김기현으로 정리하라네요"

특검, 정당법 위반 추가 기소…김기현 설상가상

의례적 인사? 민주당에서 같은 일 벌어졌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알선수뢰·사후수뢰 적용 주목

2023년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당선이 확정된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2023년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당선이 확정된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6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아크로비스타 자택 압수수색에서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손가방 일종)을 입수했다.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며칠 뒤인 3월 17일 김건희에게 감사 인사로 선물한 것이다. 당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여당 당권에 개입해 당대표 선출을 뒤에서 조종했다는 의혹을 한층 더 뒷받침하는 정황이어서 향후 특검 수사가 주목된다.

김건희 특검팀은 당초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김태영 대표와 아내 조모 씨가 2022년 4월에서 8월 사이 김건희에게 공사 수주 청탁용으로 다량의 명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서 크리스챤 디올 브랜드의 재킷 16벌, 벨트 7개, 팔찌 4개를 무더기로 확보했다. 처음엔 자택에 있는 전체 디올 제품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한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으나, 김건희 측이 "범죄사실과 관련된 물품만 가져가라"고 강력 반발함에 따라 변호인단과의 협의 아래 선별 작업을 거쳐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디올 제품 중 일부만 가져간 게 그 정도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로저 비비에 제품과 함께 김기현 의원 측의 감사 편지까지 발견되자 특검팀은 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후 늦게 집행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에 김건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지만, 수사 진척에 따라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김건희나 윤석열이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 알선수뢰죄 또는 사후수뢰죄가 적용될 수 있다. 특검팀은 김 의원과 그 배우자 등 관계자들 조사를 통해 전달 경위와 대가성을 따져볼 방침이다.

 

2023년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뒤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당 대표 후보. 2023.3.8. 연합뉴스
2023년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뒤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철수 당 대표 후보. 2023.3.8. 연합뉴스

김 의원은 빼도 박도 못할 물증이 나온 만큼 일단 김건희에게 로저 비비에 클러치백을 선물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8일 '특검 수사 보도 관련' 입장문을 내고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뒤 아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클러치백 1개를 선물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며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었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원만히 업무 협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덕담 차원의 간단한 인사말을 기재한 메모를 동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저나 제 아내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할 내용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제 아내가 김 여사에게 했던 선물은 배우자끼리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고 대가성을 거듭 부인하면서 "특검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민중기 특검 자신의 주식 투자 사기 의혹으로 인해 국민적 비난에 부딪히자 시선 돌리기용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도리어 특검 측에 화살을 날렸다.

김건희 변호인단도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클러치백 관련' 공지를 통해 "당시 신임 여당 대표 측에서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인사를 전하고자 100만 원대의 클러치백을 전달한 사실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떠한 대가적 목적이 아닌 사회적·의례적 차원의 선물이었으며 어떠한 청탁도 없었다"면서 "보석 심리를 앞둔 시점에서 특검이 무리하게 별건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나, 일부 언론 보도에서 마치 본 사안이 사적 수수나 대가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과도하게 추측되고 부풀려지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역시 '의례적' 선물이었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집권여당 신임 당대표가 선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부인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부인에게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와 명품 가방을 전달한 일이 '사인(私人) 간의 의례적인 인사'였다는 주장은 궤변에 다름 아니다. 똑같은 상황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배우자 사이에서 벌어졌다면 국민의힘과 윤석열·김건희 측에서 어떻게 나왔을지는 불 보듯 뻔하다.

 

2023년 3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2023년 3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무엇보다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이 당 대표 경선 후보 중 지지율에서 훨씬 앞섰던 나경원 의원을 막무가내로 찍어누른 데 이어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안철수 의원까지 난타함으로써 존재감이 미미했던 김기현 의원을 억지로 당대표로 밀어 올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위 윤심(尹心)이 노골적으로 작용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행태를 두고 '당정분리 파괴'에 대한 비판이 빗발친 바 있다.

나아가 최근 특검팀은 당시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통일교 측에 '국민의힘 집단 입당'을 요청한 당사자가 김건희였다는 사실까지 파악한 상태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특검팀에 "당대표 선거에 권성동 의원이 불출마한 이후엔 김기현 의원의 당선을 도왔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윤영호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의 문자메시지 내역에 따르면 2023년 2월 초 전 씨는 "당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고 했고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조직에) 움직이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이 문자메시지가 오간 시점은 경선 진출자를 가리는 투표일(2월 10일) 전이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7일 김건희와 전성배 씨,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본부장,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 등을 정당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2022년 11월 김건희가 전 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에게 집단 당원 가입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특정 정당 가입을 강요하면 정당법 위반이 된다. 특검팀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바랐던 김건희와 전 씨가 공모해 교인 입당의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교단 인사의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했다고 결론지었다. 한학자 총재와 윤 전 본부장, 정 씨는 이러한 김건희 측 계획을 받아들여 '교인 강제 입당'을 공모했다고 봤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왼쪽), 통일교 한학자 총재
윤석열 부인 김건희(왼쪽), 통일교 한학자 총재

'통일교 집단 입당'의 수혜자로 의심받는 김기현 의원은 이번에 본인이 직접 관여된 감사 편지와 명품 선물까지 드러남으로써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8일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부부가 각종 특혜를 명품과 맞바꾸는 전방위적 권력형 비리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치적 뇌물이 국민의힘의 심장부까지 닿아 있었다"며 "대통령 권력이 당내 권력 구도에까지 남용되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국정 사유화다. 특검팀이 디올과 로저 비비에 수수 의혹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도 "김건희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도와줘서 명품을 받았는가? 김건희의 명품 수수와 검은 청탁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당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개입,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국가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인사 청탁 등 온갖 의혹이 계속 드러나 그 끝을 알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윤석열과 김건희, 내란 세력들은 한결같이 거짓 해명, 침묵, 축소,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범죄자들을 그냥 둬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김건희의 부패로 국민들은 난생처음 들어본 초고가 브랜드 이름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윤석열·김건희 정권은 정경 유착은 물론 정교 유착까지 더해진 최악의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운영했다"면서 "윤석열은 매일 폭탄주 마시는 동안 김건희는 뇌물을 챙기며 인사와 이권에 개입했다. 윤석열이 탄핵당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받아먹었을까"라고 개탄했다.

이어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 현 국민의힘 의원 표현인) '범 내려온다'며 낯 간지러운 '윤비어천가'를 불렀던 언론, 검찰정권을 만들기 위해 미친 듯 칼질을 했던 정치검사들, 윤석열 검찰의 선택적·편향적 수사를 옹호하고 김건희 비판을 여성 혐오라고 강변했던 기회주의적 지식인들, 김건희의 힘을 알고 어떻게든 줄을 대려 했던 정치인들…. 이 모두 윤-김 정권의 공범이었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감옥에 갔지만, 이들은 새로운 가면을 쓰고 활개 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의원은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김건희 혹은 윤석열이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알선수뢰죄나 사후수뢰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김기현 의원은 뇌물을 제공한 쪽이므로 필요적 공범으로 같이 처벌된다"며 "김기현 의원은 진작 단죄돼야 할 대상이었지만 검찰이 울산 사건을 조작하는 바람에 어이없게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다. 본인 및 측근들의 여러 토착 비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비호하에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왔다. 김기현 의원에 대한 법의 심판이 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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