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 '빈 집'은 많은데, '살 집'이 없다
전국 빈 집 150만 채 넘어…10채 중 1채꼴
빈 집들 대부분 전기·수도 끊기고 단열 안돼
인구소멸 막으려면 '복지'보다 '주거' 필요
요즘 농촌은 "사람이 없어서 망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살려고 하면, 그 말이 실상을 도외시한 말임을 알게 된다. 빈집은 수두룩하지만, 정작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없다. 있다 해도 낡고, 보일러와 창문, 욕실을 다 고쳐야 한다.
딸 둘을 키울 때 전북 장수 근처 집을 알아봤다. 아이들을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팔순 엄마 곁에서 키우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골 주택이 전주보다 비쌌다. 시설은 낡고, 보일러와 화장실을 다 고쳐야 살 수 있는 집인데도 매매가는 2억 원, 월세는 도시의 오래 된 아파트보다 높았다. 빈집이 수두룩하다는데, 막상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없었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정말 지방은 사람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사람이 안 오는' 게 아니라, '받을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닐까.
"빈집은 넘치는데 살 집이 없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빈집은 150만 채가 넘는다. 10채 중 한 채꼴이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단열이 안 되고, 전기와 수도가 끊긴 '버려진 집'이다.
그걸 고쳐야 들어갈 수 있는데, 지자체 지원금은 500만~1000만 원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수리비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지방으로 사람을 불러들이려면 '집을 고칠 수 있는 예산'이 아니라, '살 수 있게 만드는 예산'이 필요하다.
'복지'가 아니라 '유입'이 문제다
많은 지자체가 인구소멸을 막겠다며 '기본소득형 지원'을 쏟아낸다. 청년수당, 출산장려금, 귀촌정착금, 어르신 생활비…그런데 이건 이미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주는 돈이다. 밖에서 들어오게 하는 정책은 거의 없다.
사람이 이주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돈이 아니라 집이다. 학교, 병원, 일자리가 그 다음이다. '살 만한 집'이 없으면 그 지역은 선택지에서 바로 빠진다.
농촌이 울고 있는 지금, 진짜 필요한 지원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살만한 집'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행정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행정은 아직도 "우리 군은 사람 안 와서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와도 살 곳이 없다. 정책 언어를 바꿔야 한다.
▶ 빈 집을 사든지, 장기임대권을 확보하든지 한다.
▶ 리모델링 후 청년·다자녀·귀촌가구에게 싸게 장기로 임대한다.
▶ 실제 거주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집주인에게가 아니라 사는 이에게)
▶ 주민에게 외지인 유입이 마을의 활력이라는 인식을 심는다.
이건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는 태도의 변화다. "우리 마을로 오면 아이가 웃고, 학교가 재미있다." 이런 메시지가 없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현금이 아니라 집을 보고 들어온다"
지금 한국 농촌은 '가난의 행정'에 갇혀 있다. 도움을 구하는 방식으로는 사람을 부를 수 없다. 사람이 들어오면 아이가 늘고, 학교가 살고, 상가가 돌아간다. 그 시작은 집 한 채에서부터다.
이제 인구절벽 지방소멸이라고 울지만 말고, 준비부터 제대로 하자. 빈집만 바라보지 말고, 그 빈집을 살 집으로 바꿔야 한다. 사람은 현금이 아니라 집을 보고 들어온다. 도시보다 불편하고, 비싼 시골집을 누가 선택하겠는가. 지금이라도 시선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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