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평화·자주국방 '3 키워드'…'북한' 언급 없어
강력한 '자주국방' 역설, 열흘 새 벌써 세 차례
"불안에 떨 이유 더더욱 없다" 굴종 의식 비판
"독립군과 광복군, 바로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불법 계엄 잔재 말끔히 청산…헌법·국민 수호"
"권력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데 전력 다하자"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보국훈장 삼일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 평화. 자주국방. 이재명 대통령의 건군 77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 담긴 키워드다. 불법 계엄을 통해 영구 집권을 꿈꿨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작년 76주년 국군의 날 대통령 기념사에서 시종 "북한 공산집단"을 비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북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이 대통령의 기념사는 대한민국 국군의 '정통성' 찾기에서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77번째 국군의 날이지만, 우리 군의 역사는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군과 광복군이 바로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이자 근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독립군과 광복군은 유린당한 나라를 되찾는 데 앞장섰고, 마침내 연합군과 함께 광복을 이루는 주역이 됐다. 우리 군의 뿌리인 독립군과 광복군의 피어린 투쟁이 없었다면 빛나는 광복 80주년의 역사와 그동안 이룬 눈부신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립군과 광복군, 바로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불법 계엄 잔재 말끔히 청산…헌법·국민 수호"
집권 기간에 '홍범도 죽이기'와 친일 매국 전력의 '백선엽 띄우기'를 통해 항일 독립투쟁 역사를 지우고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를 왜곡했던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첫 키워드는 '국민'이다. 이 대통령은 "주권을 되찾고, 국민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구국의 정신이 바로 우리 국군이 반드시 기억하고 지켜야 할 고귀한 사명이라는 점을 단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목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 계엄을 소환했다. 이 대통령은 군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사명을 잊고 "사적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후과는 실로 막대하다. 민주주의 퇴행, 민생경제 파탄, 국격 추락으로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했던 피해는 산술적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지대하다. 우리 군의 명예와 신뢰도 한없이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다만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일부 군 지휘관을 비판하면서도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는 용기를 낸 덕분에 더 큰 비극과 불행을 막아냈던" 제복 입은 시민인 대다수 군 장병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는 일은 앞으로 결단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군 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불법 계엄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대로 재건하기 위해 민주적, 제도적 기반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국군의 날 기념사 윤석열과 달랐다
국민·평화·자주국방 '키워드'…'북한' 없어
다음 키워드는 '평화'다. 기념사엔 "평화의 등불"과 "전쟁 걱정 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비롯해 '평화'란 단어가 6차례 사용됐다. 반면, '북한'이란 단어는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 지출"이라고 표현할 때 빼곤 사실상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석열의 작년 기념사에 "북한 정권의 종말"과 "북한 도발 즉각 응징"을 비롯해 '북한'이란 단어를 9차례 사용하며 북한을 대놓고 자극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대통령은 "평화는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 가능하며,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다"라면서 "평화가 없이는 민주주의 발전도 경제성장도 모두 불가능한 허상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나라에 힘이 없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면서 세 번째 키워드인 '자주국방'으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국가공동체의 평화와 일상을 깨뜨리는 위협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힘 있는 나라, 그 누구도 감히 우리의 주권을 넘볼 수 없는 불침(不侵)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통합 국력'에 대해 "북한 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는,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군사강국이자, 경제력과 문화력을 포함한 통합 국력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 굳건한 한미동맹과 그에 기반한 확고한 핵억지력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주국방' 역설, 열흘 새 벌써 세 차례
"불안에 떨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한국군 내의 미군 의존, 굴종적 의식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런 대한민국의 국방력에 의문을 가질 이유도 없고, 불안에 떨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강력한 자주국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자주국방은 필연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9월 21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란 고 노무현 대통령의 20년 전 발언까지 소환하며 한국군 내의 뿌리 깊은 대미 굴종 의식을 비판하고 자주국방을 강조했다. 뒤이어, 25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끝내는데도 자주국방이 필수적 요소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강력한 자주국방을 위한 세 가지 약속으로 △ 미래 전장을 주도하는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과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을 통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 주도△ 국방력 강화와 경제 발전에 도움되는 방위산업의 적극 육성 △ 초급 간부 처우 획기적 개선, 부상 장병 지원·예우 강화 등 군 장병들의 처우 개선을 제시했다.
스마트강군 육성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미래전은 '사람 없는 전쟁터'가 되리라 예측하는 만큼, 병력 숫자에 의존하는 인해전술식 과거형 군대로는 이제 충분치 않다. AI 전투로봇, 자율드론, 초정밀 고성능 미사일 등 유무인 복합 첨단 무기체계를 갖춘 부대가 그 해법이다"라면서 "내년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8.2%) 66.3조 원을 편성해 첨단 무기체계 도입과 게임체인저가 될 AI, 드론, 로봇 등 첨단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3군 지휘부 있는 계룡대서 국군의 날 기념식
"권력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데 전력 다하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을 거론한 뒤 우리 군이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로 무장하고, '국민의 충직한 군인'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국민의 신뢰는 커지고 군의 명예는 드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대보다 강한 군대는 없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참다운 '국민의 군대'가 될 때 우리 군은 더욱 압도적인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데 전력을 다하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국군의 날 기념식은 1일 3군 지휘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함께 사열 차량에 올라 대연병장을 한 바퀴 돌며 국군 통합군악대, 육군, 해군, 육군·공군 의장대, 통합기수단, 해군·해병대 의장대, 공군, 해병대, 통합미래제대, 장비부대 등의 순서로 사열했다. 사열을 마친 이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사건' 당시 상부 압력에 굴하지 않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했다. 이후 기념사를 마친 이 대통령은 군의 태권도 시범, 소형 무장 헬기 조종 전술 시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비행 등을 지켜본 뒤 국민대표 및 군 관계자들과 오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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