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 불가능? 굴종적 사고"
'자주국방'과 '임기 내 전작권 환수' 의지 피력
"우리는 외부 군사 충돌에 휘말리면 안 돼"
대중국 저지 위한 주한미군 유연성에 '반대'
"한국, 진영 간 충돌의 최전선에 놓일 위험"
인해전술식 군대 아닌 유·무인 스마트 강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강력한 자주국방의 길을 열겠습니다'란 페이스북 글에서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라면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20년 전 노무현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소환
'자주국방'과 '임기 내 전작권 환수' 의지 피력
이날 이 대통령이 소환한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 정책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에 대한 예비역 장성들의 집단 반발을 비판한 2006년 12월 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연설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다 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 그렇게 별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그래서 작전통제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모여 가서 성명 내고...자기들이 직무 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면서 체질화된 한국군 장성들의 대미 굴종적 자세를 질타했다.
근 20년 만에 이 대통령이 이 발언을 다시 거론한 건 이제라도 '노무현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이를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달 13일 외교안보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주도 다국적군인 유엔사령관에게 이양했다가, 44년 만인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 때 평시작전권만 되찾았다. 전시작전권은 2006년 9월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환수 추진에 의견을 모은 뒤 이듬해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까지" 환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합의를 변경한 뒤 문재인 정부 때 다시 추진했으나 미국의 부정적 태도로 지지부진했고, 친미 일변도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문제는 사실상 무산된 걸로 여겨졌다.
만일 환수가 이뤄진다면,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에서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이양되며, 한미 연합 지휘 체계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가 된다.
인해전술 군대 아닌 유ㆍ무인 스마트 강군
"침략받지 않는, 의존하지 않는 나라 건설"
이 글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의 자주국방을 위해선 강력한 국방력과 함께 '자주적 정신'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전통적 수구·보수층을 중심으로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자원의 급감'을 내세우며 한국의 국방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 "감지·판단·조준·사격이 자유로운 AI 전투로봇, 무장 자율드론, 초정밀 공격 방어 미사일 등 유무인 복합 첨단 무기체계를 갖춘" '스마트 정예 강군'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군대는 장병 병력수에 의존하는 인해전술식 과거형 군대가 아니라, 유무인 복합체계로 무장한 유능하고 전문화된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군은 북한에 비해 상비군 숫자는 적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지금도 훈련 중이며, 즉시 전투에 투입 가능한 예비 병력이 260만"이라면서 △ 1년 국방비가 북한 국가 총생산의 약 1.4배 △ 세계 군사력 5위 △ 경제력은 북한의 수십 배 △ 인구 2배 이상 △ 문화강국 △ 방위산업 강국 등을 거론하며 "통합 국력"에서 북한에 비할 바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력 문화력을 포함한 통합 국력을 키우고, 국방비를 늘리고, 사기 높은 스마트 강군으로 재편하며, 방위산업을 강력히 육성하고, 안보 외교 강화로 다자안보협력 체계를 확보하는 등으로 다시는 침략받지 않는 나라, 의존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자주 국방'을 약속했다.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 불가능? 굴종적 사고"
주한미군 없이도 자주국방 가능? 대미 협상용?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은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군사력, 국방력, 국력을 가지고도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외국 군대'는 주한미군을 가리키는 것임은 물론이다. 일각에선 이 발언이 유사시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 가능성을 내비치며 주한미군 방위비의 대폭적 증액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맞서 '주한미군 없이도 자주국방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순순히 밀리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모든 영역에서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제 전 세계가 갈등 대립을 넘어 극단적 대결과 대규모 무력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고 현 국제정세를 진단하고 "우리는 외부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서도 안 되고,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고 한 대목이다. '외부의 군사 충돌'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미·중 충돌'을 염두에 뒀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미·중 군사 충돌 시 한국은 거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수동적으로 끌려 들어가 안보가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안보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대북 도발 저지를 넘어 대중국 저지에 동원될 수 있도록 주한미군의 유연성과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강하게 압박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으로선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는 외부 군사 충돌에 휘말리면 안 돼"
대중국 저지 동원 주한미군 유연성 '반대'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5월 9일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미연합사는 동북아 전체 안보를 위해 어떤 적이든 침략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13일 미 디펜스뉴스 인터뷰에선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력과 함께 "동해에서 러시아를 억제하고, 서해에서 중국을 억제할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고, 이틀 후인 15일엔 미군 육군협회 하와이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 연설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고 말해 한국을 대중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인식을 거듭 드러냈다.
그러나 브런슨의 이런 발언들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19일 발표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그것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일각에선 1954년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 "태평양 지역에서 타 당사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라고만 돼 있어 한국군이 북한과의 전쟁에서만 미국과 함께 싸운다는 제한이 없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유사시 대중 전투에 동원될 수 있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8월 26일. 이재명 "한미동맹, 한반도 비핵·평화·공존 때 글로벌화")
"진영 간 충돌의 최전선에 놓일 위험,
한국, 군사적 긴장에서 출구 찾아야"
한편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차 22일 출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주의 진영과 한국이 포함된 자본주의·민주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진영 간 충돌의 최전선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이 협력을 강화하고 북·중·러가 더 긴밀히 협력하는 경쟁과 긴장의 소용돌이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 상황은 한국에 매우 위험하고, 우리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BBC 인터뷰에서도 이 대통령은 "세계가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고, 한국은 바로 그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며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바로 옆의 "정말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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