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계속 상승으로 금융 불균형 높아져

이자 못갚는 한계기업 17.1%…14년새 최고

집값·가계대출 불안, 금융 취약성지수도 상승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 3주째 확대 흐름 지속

"시장 주시하며 거시건전성 강화 정책 펴야"

한국은행이 수도권 집값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여전해 금융불균형 축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이 17%가 넘으며, 가계와 기업의 빚이 GDP의 2배가 넘는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집값 등의 불안으로 인해 금융취약성 지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은의 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3주째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시장을 예의주시하며 거시건전성 강화를 주문했다.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승 중인 서울집값, 늘어나는 가계부채…금융불균형 축적 우려 여전해  

한은은 25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양호한 금융기관의 복원력과 대외지급능력을 기반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고 총평했다. 한은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른 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고 있어 금융불균형 축적 우려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우려대로 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가계신용은 주택관련대출이 약 15조 원 급증하는 등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처분가능 소득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41.6%로 전분기 141.1%보다 상승했다. 또한 6·27대책으로 대출 증가폭이 7월에는 2조 3000억 원으로 줄었지만, 8월에는 다시 4조 7000억 원으로 커지는 등 대출 증가세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지만, 연체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2분기말 은행기준 가계대출연체율은 0.41%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비은행 연체율은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 영향으로 2분기에 2.35%로 전분기보다 낮아졌다. 이로써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1.05%에서 1.03%로 소폭 하락했다.

한은은 앞으로는 가계 등의 채무 상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여건 완화와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 등에 힘입어 취약 가계 및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분기 전반적인 기업대출 연체율은 2분기말 기준 2.72%로 전분기보다 소폭 하락했다. 다만 2010년 이후 지난 2분기까지의 장기평균 1.59%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소기업의 2분기말 기준 연체율도 3.24%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은행의 자본 적정성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다. 2분기말 BIS기준총자본비율은 18.2%로 전분기말 17.7%보다 상승했다. 견조한 실적과 달러-원 환율의 하락 영향을 받았다. 모든 은행이 규제비율 11.5%를 큰 폭 상회했다. 다만 은행 자산건전성은 다소 악화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분기 말에 0.43%로 전분기보다 소폭 올랐다. 숙박음식과 도소매업에서 등의 업종에서 고정이하여신 상승 폭이 컸다.

 

한계기업 비중 추이. 
한계기업 비중 추이. 

한계기업 비중, 금융위기 이후 최악

한은 보고서는 또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 비중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17.4%에서 지난해 18.0%로 0.6%p, 대기업은 12.5%에서 13.7%로 1.2%p 나란히 늘었다. 3년 이상 한계 상태에 빠진 기업 비중도 2023년 36.5%에서 지난해 44.8%로 확대됐다.

반대로 1년 사이 한계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돌아온 기업 비중은 2023년 16.3%에서 지난해 12.8%로 줄었다. 그만큼 회복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적 부진, 과다 차입 등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 역시 2023년 5.5%에서 지난해 7.0%로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39.4%)과 숙박·음식(28.8%) 등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과 비교하면 부동산(34.5→39.4%), 정보통신(17.3→20.8%), 석유화학(10.1→11.1%), 전기·전자(14.2→15.4%)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가 불거진 석유화학과 전기·전자 업종에서 신용 공여액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또한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올해 2분기 말 차주 수 기준 14.2%, 대출 기준 12.2%에 달했다.

반면에 가계 취약차주 비중은 2021년 이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2분기 말 비중은 차주 수 기준 7.0%, 대출 기준 5.2%로 비교적 낮았다. 취약차주는 저소득 또는 저신용 다중채무자를 가리킨다.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2022년 이후 계속 상승해 2021년 말 45.1%에서 올해 2분기 말 53.9%로 뛰었다.

 

금융취약성지수 등. 출처 : 한국은행. 연합뉴스 재인용
금융불안 지수 및 금융취약성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집값 등 불안에 금융취약성 지수도 상승

한은은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도 2분기 말(6월 말) 32.6으로 1분기 말(31.1)보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자산 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 등에 따라 FVI가 올라 장기평균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단기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가 반영된 금융불안지수(FSI)의 경우 8월 16.5로 7월(17.1)이나 6월(18.3)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주의 단계(12∼24)다. 민간신용(가계·기업 빚) 레버리지(민간신용/명목GDP)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200.7%로 직전 작년 4분기(200.3%)보다 소폭 상승했다. 여전히 민간 부문의 빚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부문별로 가계신용 레버리지는 89.6%에서 89.4%로 낮아졌지만, 기업신용 레버리지가 110.6%에서 111.3%로 높아졌다. 두 수치 모두 장기평균(2010년 1분기 이후 가계 83.8%·기업 98.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선진국 평균(가계 67.8%·기업 88.7%)과 비교해도 여전히 매우 높다.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서울 아파트 가격 3주째 상승폭 확대, 깊어가는 한은의 고민 

한은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아파트 등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9%로, 직전 주(0.12%) 대비 0.07%포인트(p) 커졌다.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3주째(0.08%→0.09%→0.12%→0.19%) 확대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한강벨트 지역의 오름폭이 확대되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서울 25개 구의 아파트값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성동구(0.59%)의 오름폭이 가장 컸다. 이어 마포구(0.43%), 광진·송파구(각 0.35%), 강동구(0.31%), 용산구(0.28%) 등의 순이었다.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규제 강화 전 갭 투자 매수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를 낀 갭 투자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 등. 출처 : 한국은행. 연합뉴스 재인용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 등. 자료 : 한국은행

시장흐름에 촉각곤두세우며 거시건전성 강화 주문하는 한은

한은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약해졌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주택시장 기대심리 관리를 위해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주택가격·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보고서는 지역 전이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런 현상이 심해지고) 필요하다면 당연히 추가 대책을 정부와 논의하고, 나와야 한다"며 "10월 통화정책의 경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부동산·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경기,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경기부양과 집값 상승이라는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한 한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거시건전성 강화에 대한 한은의 지속적인 주문은 한은이 지금의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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